쪼개진 조각
-박원주-
처음 나(무)는
반듯한 배경에 깔끔한 터전에
아름답게 자라길 바랬었지
점점 부서지고 깨지고 밟히면서
나(무)의 터전은 어느새 여기저기 널부러져 버렸지
사실 나(무)의 마음대로
터도 배경도 선택할 순 없었어
이젠 맞추기도 되돌리기도 힘든 깨진 조각과 함께
그냥 그려려니 하고 지낼 수 밖에 없었지
그런 시간을 나(무)는 버텼어
얼마쯤일까
깨진 타일 사이로 빗물이 스미고
깨진 틈 사이로 햇살이 비치더군
그때 나(무)는 흘러간 세월을 꼽씹어 보개됐어
자연은
항상 나(무)를 향해 오고 싶었나봐
나(무)가 꿈꾸던 기준들이 다 깨지고 벌어질 때에야
나(무)에게 비치고 스미며
나(무)를 더 자라고 꽃피게 했지
나(무)가 바라던 것보다 더 아름답게 말이야
이젠 주변에 깨진 조각들로 힘들어 하진 않아
나(무)를 가두던 허물들이 벗겨질 때
무엇가 새로운 선물이 기다리는 걸 알게됐어
깨지고 벌어진 조각들이 네겐 안 이뻐보여도
언젠가 울창하게 우거져 아름다운 꽃이 필 때
모든 걸 이해하고 안아주길
세상 모든 나(무)들을 응원해
* 매일 지나는 길에 타일이 너무 널부러져 걷기 힘들다고 느꼈다. 그런데 나무 입장에서는 딱딱한 컨크리트 길바닥에서 참 한줄기 해갈과 같겠구나 느꼈다. 세상 이치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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