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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빨 복불복 -23.9.3.(일)

면빨 복불복 -박원주 먹기 전엔 알 수가 없네 먹어보고, 미소짓거나 후회하거나 이런게 미친 현실감인가? 먹고 싶기도 하다가 덜컥 먹기에 겁나는 가다가닥 면빨이 도사린 복불복 끼니살이 * 푸지 마사지 옆 일본 편의점에서 냉동 우동면만 샀는데 데워먹으니 쫄깃하다. 역시 일본 편의점 짱. 외국생활에서는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 편의점만 잘 이용해도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된다.

가지 가지 치기 -23.9.2.(토)

가지 가지 치기 -박원주- 가지를 쳤다 넘 쳤구나 아프다 *투레공원은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가까운 공원이다. 동물원도 잘 되어 있어 3만동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코끼리, 기린, 악어, 원숭이, 사슴 등을 볼 수 있다. 6시 이후 저녁에 가면 무료로 산책이 가능해서 좋다. 섬을 낀 호수를 따라 산책하면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그런데 공원에 울창한 나무들을 가지치기를 했는데 생각보단 너무 쳐서 나무 줄기만 남아 있다.

대충 작품 -23.9.1.(금)

대충 작품 -박원주- 무슨 의미일까? 난해한데? 대충 그렸겠지 뭐 내 인생이?? 대충이란게 있을까? 대충 대충 살자 작품이면 됐지 뭐 *베트남 파인 아트 박물관에 가면 다양한 시대별 그림과 문화재, 조소들을 감상할 수 있다. 더운 하노이에서 실내에서 예술을 시원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아내와 한 여인이 그려진 작품을 보다가 뒷 배경이 궁금했다. 소파? 가구? 옆의 꽃병과는 사뭇다른 배경에 의아함이 겹칠 때 아내가 ‘대충 그렸겠지’ 농담삼아 말했다. 전쟁을 치르며 일상을 살던 그들에게 저 그림에서 대충이란게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우리네 삶들도 대충이란게 있을까? 싶었다. 물론 대충 살고 있지만...

아빠, 왜 세상 사람들은 힘들게 살아요?

'당연하다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은 애를 키우면 깨닫게 된다. "아빠 이건 뭐예요?"로 시작하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 그 질문에 나는 '내가 모든 존재를 다 알 수는 없구나'하는 인식에 이른다. "아빠 도로에 날아다니는 저건 뭐예요?" 보니 무심히 보던 베트남 가로수가 어느새 꽃이 지고 씨앗이 민들레씨처럼 날아다닌다. 사실 나는 저 가로수의 이름도 모르기에 가로수의 씨앗 이름도 당연히 알 턱이 없다. "아 저거는 가로수의 씨앗이 날아다니는거야." 그냥 그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해주고 넘어가기 바쁘다. 더 질문이 이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날아다니는 눈같은 씨앗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날아오면 어떨까? "아빠 죽음이 뭐예요?" "생명이 뭐예요?" 이런 질문.. 뭔가 당연하게 ..

수(필수)필 2023.04.16

변태들이 사는 정상적인 세상

변태 (變態) 1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2 정상이 아닌 상태로 달라짐. 또는 그 상태. 3 성체와는 형태, 생리, 생태가 전혀 다른 유생의 시기를 거치는 동물이 유생에서 성체로 변함. 또는 그런 과정. 가끔 세상을 살다보면 이상한 나를 발견한다. 말이든 행동이든 감정이든 관계든.. 뭔가 내가 배운 상식, 정상적인 패턴과는 거리가 먼 나의 모습에 사뭇 놀라곤 한다. '이래선 안되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가 생각하는-교육받은- 상식과 정상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런데 그런 반복이 이어지고 나는 결국 실존과 이상적인 나의 모습 사이의 괴리를 발견한다. 괴리. 물론 당연한 것이지만, 과연 나는 평범해야 하는가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런데 무엇이 정상이란 말인가? 무엇이 평..

수(필수)필 2023.04.15

살인자에게 신은 얼마나 오래 침묵할까?

#살인자 A대장의 사건 개요(D-300일간) D-day: 어느 봄, 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다. A대장은 부하들을 모두 전쟁터로 보내 놓고선 자신은 집에 홀로 남았다. 어느날 저녁, 침대에서 자다 일어난 A대장은 옥상을 서성이다가, 옆집 B씨가 나체로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았다. 그리고 A대장은 B씨에게 반하고 만다. D-1: A대장은 사람을 고용해 B씨의 뒷조사를 했다. 알고보니 B씨는 자기 부대 C대위의 아내였다. D-2: A대장은 부하를 시켜 B씨를 데려오게 했다. 그리고 A대장은 꿈틀대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B씨를 강간하고 만다. 그러나 A대장은 사건을 무마하고자 B씨를 입막음 하고선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B씨는 임신을 하고 만다. D-32: B씨는 황급히 A대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러..

수(필수)필 2023.04.10

‘신이 있는가?’란 자서전

“신이 있어?” “뭐라고?ㅋㅋㅋㅋㅋㅋ” 나도 웃음이 나온다. 신이 있는가?란 엄청난 무게의 질문을 밥먹다가 하품하다가 툭 던지면 나는 뭐라고 할까? 웃긴 질문 같지만, 삶과 나에 대해 고민을 하다보면, 과거, 현재, 미래-시간에 대해 성찰을 하다보면, 무언가 가치, 영원한 것에 대해 의미를 찾다보면 우리는 신의 존재-거대한 벽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 사십대를 지나는 내가 생각하는 “신이 있어?”하는 짧은 물음에 대한 나의 길었던 역사를 짧게 나마 백업을 한다. 누군가의 고민의 여정이 짧아 지길 바라면서... 1. 우주, 첫번째 물음의 힌트 - 어린 놈이 신이란 걸 알까? 신이 있을까? 진짜로?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이 질문을 아주 일찍부터 던졌다. 왜냐하면 어릴 적 ..

수(필수)필 2023.04.09

똥에 대한 명상록

배설 같은 고귀한 단어를 선택할까 하다가 그냥 직관적인 '똥'이 좀더 빨리 이해가 되는 거 같아 글로 각인했다. 우매한 내가 다시 이글을 볼때 아하! 하고 금방 느끼도록 배려한 것이다. 갑자기 왠 똥이냐고? 그러게.. 갑자기 왠 똥일까?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기저기를 갈면서 숱하게 되뇌인 단어. 똥!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 기저기를 갈면서, 또 매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나를 보면서도, 나는 똥에 대해 아무 느낌도 감흥도 없었다가 갑자기 똥이 내 머리를 채우는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아무렇지 않게 매일처럼 화장실에 가서 똥을 누다가, 갑자기 똥이 내 머리속을 온통 채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펜을 들어 글을 써야만 번뇌가 풀리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이게 왠 똥이냐. 1. 똥. 배설이란 존재의 의미 나는 ..

수(필수)필 2023.04.02

[베트남] 코로나18 확진, 생을 살펴보다

베트남에 온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적응하랴, 이사하랴, 만나랴, 사업하랴, 놀러다니랴, 애 키우랴 분주히 보냈다. 무엇보다 코로나에 걸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이 결국 펜을 들게 만든다. 코로나가 어떻게 걸렸고, 증상이 어떻고, 격리는 어떻게 하고, 아이들은 어떻고 등등 이런 말을 쓰려고 펜을 든건 아니다.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기 때문에 나까지 열심이 살 필요는 없을거다. 난 나를, 오로지 내 마음을, 살펴보고 싶다. "난 잘 살고 있는걸까?" 며칠전 한국-베트남 30년사 발간을 위해 글을 적어달라는 말에 펜을 든 것이 다시 나를 글의 바다로, 글의 해변으로 불러들여 결국 글을 적게, 아니 글에 젖게, 만들었다. 나는 펜을 들지 않으면 안되는 인생이구나. 무언가 부족했던 것이..

수(필수)필 2022.08.06

끝날 -21.12.31.(금)

끝날 -박원주- 끝날이 지나면 새날이 온다했는데 항상 새날은 오지않고 다시 끝날이 날 기다린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 공평하게 인생들을 마모시키는데 잔잔한 파도처럼 일상이란 살결은 마모도 흐름도 잘 느껴지 못한다 매일 주어지는 감격도 없이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당연한 듯 오늘처럼 끝날을 맞는다 새해를 맞는다 #송구영신 #1231 *한해가 저문다 항상 끝날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