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눈물
-박원주-
나는 어디서 울었을까?
흘러간 눈물을 찾아도 지워지고 없고
떨어진 눈물을 더듬어도 말라버리고 없다.
홍수처럼 지나간 사랑처럼
화살처럼 날아간 슬픔처럼
지진처럼 흔들던 분노처럼
격정의 때
뜨거움을 나누고 떠나버린 눈물.
밀려오는 배신감과 허망함에
또다시 나는 눈물을 버린다.
나는 언제 울었을까?
태어나 우는 것 밖에 못했던 못난이가
이제는 가끔만 울어 눈물을 지었는데
그 울컥했던 눈물은 그저 닦으면 끝이였는가?
아파서 베인 자리는 상처라도 있건만
격정의 눈물이 흐른 자리는 마르면 끝이였는가?
기쁨을 더듬어
아픔을 더듬어
눈을 찔러 눈물을 짜보아도
보석같던 눈물은 어디에도 없다.
살을 꼬집어 생시인걸 확인해도
꿈같이 눈물은 사라지고 없다.
나는 왜 울었을까?
엄마에게 그렇게도 ‘왜’라고 물었건만
학교에서 그렇게도 ’왜‘라고 배웠건만
그 한순간 눈물 ‘왜’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가슴이 뛰었었는데
아주 만감이 가득했는데
흐르는 눈물을 애써 훔치며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왜 그 격정의 ‘왜’가 기억나질 않는가?
왜!
왜!
미천한 눈가를 비벼대도
그때의 눈물이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 눈물에
더 울지 않게 되나보다.
흘러가 말라버린 눈물에
더 딱딱히 굳어지나보다.
이제는 패기망신한 눈물에
더 아끼는 구두쇠가 되나보다.
* 룻 이야기의 설교를 들을 때는 3부분으로 딱딱 마음에 꼿혀 뭉클한 눈물이 흘렀는데 그 격정으로 다가온 요동의 말씀도 잘 기억이 나지않는 허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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