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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많은 소리 -24.6.4.(화)

미세한 많은 소리 -박원주- 날지 못한 것들이 모여 하늘을 난다. 투명한 것들이 모여 하늘을 뒤덮는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여 하늘에 어둠을 짓는다. 작은 것들이 울려대는 천둥소리를 들어라. 작은 것들이 번쩍이는 번개빛을 보아라. 작은 것들이 내리치는 빗줄기를 받아라. 작은 것들이 호령하는 울분에 세상이 조용하다. 작은 것들이 곡하는 하소연에 세상이 잠잠하다. 작다 보잘 것 없다 무시말아라.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 베트남에서 여름에는 소나기가 하루에 한번씩 꼭 내린다.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요란하게 내리고 나면 모든 것이 씻겨내려간 기분이다.

시간이 푸는 문제 -24.6.3.(월)

시간이 푸는 문제 -박원주- 하나만 얽히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만 얽히다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두개 세개 얽히고 설켜 어찌 풀지 모를 인생아. 두죽박죽 꼬인 문제는 어찌 손쓸지 생각도 버겁다. 그냥 야반도주 할까 궁리하다 저멀리서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눈 곧 닥칠 쓰나미에 다시 머리를 싸매 풀어도 아직 내겐 어려운 퍼즐. 노트에 적힌 복잡한 산식을 쫒아가다 어디서 틀렸는지 모를 막막함에 다시 덮어버린다. 어찌 풀까? 어찌 해결할까? 깊어만 가는 한숨에 며칠 끙끙대며 풀어도 풀면 풀수록 꼬여만 가는 문제의 문제점. 뭐가 문제일까? 여름 한철 싱싱하다 뚝 떨어진 감을 삭히듯 고이고이 문제를 모시고 울분만 삭힌다. 그게 다였구나. 그게 전부였구나. 지나고 보니 그건 그건 시간이 푸는 문제였을뿐이다. * 개인소..

두 주인 -24.6.2.(일)

두 주인 -박원주- 힘이 있어 보여서 돈을 더 의지했나봐요. 사랑이 아닌데 사랑이라 믿고 쫒아갔나봐요. 어떻게 살지 고민하다 당신을 잊었나봐요. 당신만 바라보면 다 끝날 일인데 기적을 쫒아다니다 당신을 놓쳤나봐요. 당신은 항상 못 이룰 기적은 없다 했지요. 마른 뼈가 살아나겠냐고 물을때면 난 살아난다고 난 기적을 믿는다고 말했죠. 하지만 잘려진 다리가 재생되는 기적보다 잘려지지 않은 멀쩡한 기적에 감사하며 당신과 함께 걸어가기로 다짐했어요. 이젠 단순하게 당신과 살기로 했어요.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당신이 항상 내곁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당신은 하나뿐인 내 주인이니까요. * 하나님과 돈을 같이 섬길 수 없다는 말씀처럼 돈에 대해 가장 작은 것으로 여길 줄 아는 믿음을 가지고 살기로 다짐했다.

구찌 인생 -24.6.1.(토)

구찌 인생 -박원주- 말빨도 실력이다. 어머무시한 입김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칭찬도 조언도 생각을 더한 구찌. 몸에 힘이 들아가고 생각에 힘이 들어가고 힘을 빼고 고치고 바꾸다 어느새 잃어버린 본연의 나. 눈과 귀가 신경을 끄기엔 아직은 내공이 적구나. 이래저래 신경쓰다 끝나버린 18홀. 아차. 81홀 인생도 이리 훅 갈려나? * 골프를 치는데 1군의 구찌가 장난이 아니다. 서로가 이기려고 묘책을 생각한다

비공개 말씀 -24.5.31.(금)

비공개 말씀 -박원주- 어디까지 말할까? 전부 말하자니 소문이 무섭고 말을 안하자니 입이 근질거리고 조금 말하자니 내 입에 두서가 없다. 어디까지 말할까? 오물거리는 입을 머리가 됐다며 막는다. 어디까지 말할까? 다음에 정리되면 말해야지 이내 말을 삭히고 오늘 말을 삭히고 이내 말을 잃고 오늘 말을 잃고 나도 오늘 조금 잃었다. * 옆 기관 친구랑 기관운영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디까지 보안사항이고 어디까지 오픈할지 좀 조심스러워 한다.

장님 코끼리 추리 -24.5.30.(목)

장님 코끼리 추리 -박원주- 첫인상을 보고 “이런 사람이구나!” 면접 한번 보고 “저랑 같이 일하시죠!” 몇번 만나고는 “난 널 사랑해!” 몇개 샘플을 보고 “이런 거였구나!” 유한한 시간과 유한한 존재가 부딪혀서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우주를 더듬는다. 머나먼 서로의 가느다란 신호를 읽고 다 안 듯이 쉽사리 결론을 내린다. 사실은 이보다 더 복잡할텐데 진리는 나보다 더 클텐데 이것 저것 주워담고 가득 차면 다 담은 것처럼 여기도 출렁 저기도 출렁 가득찬 걸 뽑내다 와락 쏟고서는 모든 진리를 잃어버린 냥 아쉬워한다. 사실이 피식 웃는다. 진리가 피식 웃는다. * 면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는게 쉽지만은 않다.

맞춤형 마음 -24.5.29.(수)

맞춤형 마음 -박원주- 왜 떠나나 봤더니 안 맞아서 떠났다. 웅성대는 이유들이 결국은 마음때문이였다. 마음만 맞았다면 인연은 더 길었을텐데. 모난 마음도 둥글 수 있고 둥근 마음도 모날 수 있는데 아직은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단 걸 모른다. 사는 건 다 비슷한거지. 서로 맞춰 사는거지. 별 사람 없는거지.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그런덴 다 이유가 있는거지. * 동료랑 오해가 생긴 부분을 이야기로 풀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이 없이는 같이 일하기가 어렵다.

안 좋은 소리 -24.5.28.(화)

안 좋은 소리 -박원주- 살다보면 해야할 안 좋은 소리. 상대가 기분 나빠도 해야하는 소리. 못했네 잘하자 모두가 아는 뻔한 소리. 안 좋은 걸 알아도 바꾸기는 힘든 소리. 둘러 둘러 말을 해도 결국은 안 좋은 소리. 들으면 기분이 나빠 더 나빠질 소리. 기분이 상해서 수습하긴 더 더욱 힘든 소리. 소리가 날카로워 서로를 베고 끊어버릴 소리. 안 좋은 소리 내는 나도 참 안 좋은 소리. 안 좋은 소리 들은 너도 내버릴 안 좋은 소리. * 동료 직원에게 성과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는데 참 마음이 무겁고 찹찹하고 우리의 미래처럼 이젠 어째야할지 막막하다.

트라우마 방아쇠-24.5.27.(월)

트라우마 방아쇠 -박원주- 기억 속에 잠자는 기억이 있다. 잘 자는지 못 자는지 안중에도 없다가 누가 당긴 방아쇠에 깨어나서 날 겨눈다. 날 향한 총구는 기억을 왈칵 쏟아놓고서 난장판이 된 옛 방에 날 그냥 내버려둔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그 방 그 침대. 나는 아직 조용히 잠자고 있다. 누운 건지 자는 건지 두눈을 감은채 깨어나면 부딪힐 시선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제는 용납하겠지 이제는 사랑하겠지 다시 껴안아도 내 가슴은 아직도 차다. 떨리는 목소리 위에 촉촉한 눈가. 눈물들을 이해하기엔 아직도 많이 어리다. 다시 재우려 안고 누워도 부릅뜬 두눈은 멍하니 창가를 바라본다. 달이 밝은데 어찌 자냐 현실이 밝은데 어찌 자냐 기억 속에 누운 맨몸이 달빛에 뽀얗다. 새벽이 오기 전 다시 자면 좋으련만 서서히..

기억의 결산 -24.5.26.(일)

기억의 결산 -박원주- 하루의 끝. 즐거움과 괴로움이 줄다리기 한다. 즐거움이 이길까? 괴로움이 이길까? 즐거운 하루인데 괴로움이 이긴다. 다음날에도 또 괴로움이 이긴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또 괴로움이 이긴다. 알 수 없는 하루 하루 괴로움이란 마침표. 왜 그런가? 인생이 죽음으로 끝나서 그런가? 미리 미리 연습하느라 그런가? 그래도 이건 아니지. 계속 계속 괴로운 하루로 끝나는 건 아니지. 아침에 사라진 괴로움을 더는 찾지 않으리. 오늘은 즐거움이 이기도록 응원하며 살으리. 꼭 즐거운 기억이 되소서 기도하며 죽지 않으리. 밤마다 내일이란 희망을 덮고서 꿈꾸며 잠들리. * 레크레이션을 열심히 했는데 아이들의 기타 엠프에 물이 들아가는 바람에 분위기가 안 좋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