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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mm 결론잼 -24.2.6.(화)

미리 mm 결론잼 -박원주- 미리 미리 해두면 인생이 참 편해요. 내일일을 오늘 하면 내일은 쉴 수 있죠. 방학 숙제도 미리 미리 해두면 방학이 자유로워요. 졸업도 취업도 결혼도 육아도 미리 미리 해두면 인생이 여유로워요. 내일 밥도 미리 자시고 내일 잠도 미리 자시고 다음 사랑도 다음 기쁨도 미리 미리 오늘 다 마감해 두세요. 아참. 미리 미리 니가 죽으시면 인생도 더 더 자유롭습니다! 그럼. 미리 미리. 끝! * 미리 미리 해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오늘 할일이랑 내일 할 일이랑 따로따로 정해져 있어서 모든 걸 미리 미리 할 수는 없네.

끓는 시간 -24.2.5.(월)

끓는 시간 -박원주- 시간이 끓고 있다. 마지막 한줌 증기로 날아가 버릴 내 시간이 끓고 있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냄비안 개구리처럼 넓은 내 시간 속을 헤엄치다 헤엄치다 눈치없이 같이 폴폴 끓어 버렸다. 끓을 줄 알았던 내 공간은 차갑게 식어가고 낡아가는 존재들은 함께 삐끄덕 삐꺼덕 고장나 멈춰서야만 했다. 공간을 시간은 꺼내주고 싶었다. 시간을 공간은 꺼내주고 싶었다. 멀리선 나는 가까운 나를 꺼내주고 싶었다. 바라보이는 안타까운 상대들을 구원하고 다독이고 싶었다. 언젠가 흩어질 구름을 붙잡고 언젠가 져버릴 꽃송이를 붙잡고 언젠가 흘러갈 시냇물을 붙잡고 잠시 도화지에 슥슥삭삭 그려넣으며 멈춰세워 한마디 건네보고 싶었다. 멀어지는 추억 잊혀질 기억에게 더 멀어져 잡으면 아스러져 버리기 전에 다소곳이 두..

쇼킹 질리 -24.2.4.(일)

쇼킹 질리 -박원주- 밥이 질리지 않아 계속 계속 먹었지. 일상이 쇼킹하지 않아 매일 매일 살았지. 맛없는 것 같아도 맛이 없어서 다행인 반복들이였지. 일상이 무난하고 재미가 무난하고 꿈이 무난해서 질리지 않았나보다. 계속 누군가를 오래참고 사랑했나 보다. 진리를 강요받고 행복을 강요받고 성공과 땀방울을 강요받아서 어느새 질려버린 어른아이들. 어느때 그게 좋아서 “사랑해” 고백할 시간을 주어야지. 기나긴 고요가 지나고 들리는 어느 종소리 쯔음에 가고픈 어디로 훌쩍 떠나도 아무말도 아무짓도 하지말고 두어야지. 오랜 사이가 오오랠 인생이 질리지 않게끔. * 아이에게 중요하다고 마냥 강요만 하고 매일 숙제처럼 시키면 그 중요성을 깨닫기도 전에 질려버린다는 목사님의 말씀.

꼴(goal)찌 -24.2.3.(토)

꼴(goal)찌 -박원주- 꼴찌야 골찌야 너랑 나랑 만나면 내가 꼴찌야 회사에서 일하면 내가 꼴찌야 간만에 일등이야? 60억 인구중에 못하는 건 일등이야 꼴찌를 하고나서 알았지. 여태 넘어진 내 몸뚱이만 보다가 날 일으켜세우는 이유들을 보았지. 넘어진 지평선에 내눈이 맞을 때 넘어진 모래 너머 수평선을 보았지. 모든 것이 시작되는 출발선. 계속 다시 살 수 있는 불멸의 선. 모든 걸 해탈한 순간을 느꼈지. 계속 다시 시작하면 된다. 계속 다시 태어나면 된다. 어딘가가 목적이 아니라 생명 자체가 목적이다. 떠오르는 진짜 골(goal)을 보고 다음 골(goal)대를 향해 달려갔다. 우주란 커다란 골대 아래 놓여진 수평선. 어디든 공만 차면 되는거였다. * 모임 골프 대회에서 꼴등을 했다. 연습을 했는데도 꼴..

땜빵하는 나그네 -24.2.2.(금)

땜빵하는 나그네 -박원주- 할 사람이 없어서 대타로 뛰고 원하는 걸 못해서 차선을 하고 갑의 “찬스!” 외침에 헌신을 강요받고 정(正)의 빈자리에 떠도는 부(副)의 한(恨)들. 잠깐 비운 자리라 눌러앉을 수도 없구나. 그토록 가고픈 자리지만 오를 수도 없구나. 같은 땅방울을 흘려도 잊혀지고 마는구나. 때워지지 않는 땜빵에서 바람이 분다. 잊지말자.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땜빵이였던 걸. 아빠의 뒤를 이은 아빠의 땜빵. 전임자의 뒤를 이은 전임자의 땜빵. 이전 세입자를 이은 세입자의 땜빵. 영원할 것 같았던 1인자가 어느새 지면 위대한 1인자가 되어버린 기막힌 반전. 땜빵으로 때워져도 억울해 말자. 빈자리에 끼워져도 불평해 말자. 땜빵에서 태어나 땜빵을 하다 땜빵으로 가는 인생. 나그네길 땜빵이 다 그런거니..

무림 생존기 -24.2.1.(목)

무림 생존기 -박원주- “하산하거라. 이제 가르칠 게 없구나. 힘들면 찾아오거라.” 정글같은 무림 속. 이론 끝, 실전 시작이다. 자면서도 더듬이를 세워야 한다. 무림 고수를 모두 이기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읭? 이론과 동떨어진 현실에 급 현타가 온다. 미션 임파서블. 영화 속 주인공이 가능할까? No! 결론은 삼십육계 줄행랑. 피하는게 상책이지. 잠자는 사자는 건들질 말아야지. 배우지 않아도 모가지를 겨눈 칼날이 가르쳐준 득도의 은혜. 앗. 자객이다! “이젠 실전이군. 후후훗!” 후다다닥~! * 골프 레슨을 2사이클 돌아 18회만에 끝마쳤다. 이제는 실전이다.

하늘 땅~ 별 땅~ -24.1.31.(수)

하늘 땅~ 별 땅~ -박원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둘 다!” 그 단순했던 선택지는 삶이란 상황 속에 무수한 가지를 쳤다. 쾌락이냐 이성이냐 형식이냐 마음이냐 사랑이냐 공의냐 살기위해 먹냐 먹기위해 사냐 하늘 땅~ 별 땅~ 손바닥 뒤집듯 답을 주면 좋으련만 둘다 선택 못하는 현실속에 우리는 반쪽의 상실을 참고 반쪽의 모순을 견뎌야 했다. 난해한 영화는 두번보면 이해가 되는데 한번뿐인 인생에 모든 걸 이해하고 모든 걸 이해시키는 부담감. 흰 밥도 먹기 바쁜 인생은 반찬까지 챙겨먹을 여유가 없다. 하늘 땅~ 별 땅~ 한번의 손바닥이 뒤집히고 옳거니. 오늘의 선택은 짬짜면이다. * 아주 공식적인 오찬에 초대되니 짜여진 절차와 형식대로 식사가 흘러갔다. 공식소개와 식사와 대화들을 병행하려니 음식이 ..

감이 멀가중 -24.1.30.(화)

감이 멀가중 -박원주- 감이 떨어졌다. 멀었다 가까웠다 이쯤 저쯤? 낮설음이 익숙함이 되기까지 무수히 어색한 감을 낳아서 길러야했다. 감이 익었다. 멀었다 가까웠다 이쯤 저쯤 여기! 지금은 익숙한 동사들 중에 한순간에 멀쩡히 움직여진 건 하나도 없었다. 처음 그 걸음을 잊었을 뿐 처음 그 젖가락질을 까먹었을 뿐 처음 그 연필질을 지웠을 뿐 처음 자전거 타던 때를 지나쳤을 뿐 낮설던 동사들은 험난한 세월을 압축하고서 내 몸속으로 스미어 잊혀지고 말았다. 감을 다시 꺼냈다. 가을빛에 익은 빨아간 홍시처럼 처마에 달려 어느새 마른 하이얀 곶감처럼 구들위 소금물에 삭은 초록색 떨감처럼 내 몸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 그래. 내 몸에서 절대 떨어지지 말거라. 내 영혼에 깃들어 영원히 함께 살자꾸나. * 골프 퍼팅을..

징크스의 탄생 -24.1.29.(월)

징크스의 탄생 -박원주- 어제자 팬티를 오늘 다시 입었더니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드네. ‘아무일 없겠지?’ 팬티속에 찝찝함을 같이 구겨넣고는 ‘아무일 없어라’ 익숙한 망각에 희망을 걸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라? 버스가 많이 늦네? 막상 탄 버스에선 냄새가 진동하고 나는 앞 정수리 내리는 눈을 애써 피한다. 어딘가 들리는 컥컥 대는 소리에 ‘곧 내리니까 참자’ 하기 무섭게 그 소리도 같이 내리고 있다. 컥컥 대던 소리는 손으로 코를 힝~ 풀고는 손을 앞뒤로 틱틱 털었다. ‘엇! 너무 가까운데?‘ 하고 피하려는데 어느새 내 손가락엔 끈적한 액체가 느껴진다. 화장실로 부랴부랴 달려도 공사중이라 잠겨있다. ’팬티의 악몽은 여기까지 하자!‘ 주문을 중얼대며 망각이란 비누로 징크스를 씻었다. 징크스의 마법에 이리 쉽..

반장이 졸았다 -24.1.28.(일)

반장이 졸았다 -박원주- 수업 시간에 반장이 꾸벅꾸벅 졸았다. 선생님은 ‘집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교장은 ‘선생님이 잘 못가르치나?’ 하고 친구는 ‘밤새 게임을 했나?’ 하고 엄마는 ‘학교서 왕따 당하나?’ 하고 할머니는 ‘애미가 밥을 잘 안 주나?’ 하고 몸은 ‘성장기니까 이해해 주세요!’ 하고 졸던 반장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자 다들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후 반장의 인생에 졸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 교회에서 조는 사람을 보면 저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