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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목소리 -24.1.7.(일)

그 분 목소리 -박원주- 일이 많아지다 가지치다 꼬여가다 팀장 꼬장과 고참 잔소리에 뚜껑이 열려 ‘아 그만 회사 때려칠까?’ 한숨에 명치가 답답한데,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이 아십니다.” “내 양을 치라.” 돈 없다는 바가지에 아내랑 한바탕 싸우고 묵비권 아이들과 널부러진 집안에 짜증나 누웠더니 잠은 안 오고 밤새도록 온갖 잡생각만 몰려드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이 아십니다.” “내 양을 치라.” 머리 아파 누었더니 허리까지 디스크 오고 되는 일 하나없고 일상이 지루하고 우울해서 ‘왜 살아야할까? 죽는게 낫지않을까?’ 자포자기 하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이 아십니다.” “내 양을 치라.” * 나를 배반한 사람을 찾아가 사랑하냐고 묻고는 그를 다시 쓰신다. 진정 존경..

세상 필드 -2024.1.6.(토)

세상 필드 -박원주- 연습 때는 잘 됐는데 실전에선 꼭 안된다. 뭐가 문제야? 내가 다 알고 있다는 망상의 벙커.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오산의 해저드. 필드는 평평하다는 천동설의 믿음은 등고선 위 달팽이관이 돌자마자 무너진다. 내가 모르는 변수들이 널부러진 세상. 나란 변수도 같이 넣고푸는 고차방정식. 짱박혔던 변수들이 두더지처럼 튀어나와 짜잔~ 실력발휘하는 필드에 내심 놀란다. 오늘은 공이 어디로 날아갈까? 페어웨이에 순항하길 벙커에 빠지지 않길 최대한 짧게 도착하길 기도하지만 나란 변수가 휘둘러대는 폼을 보니 오늘도 망했네~ 쳐맞고 날아가 잃어버린 공에게 미안하구나. 허리가 아프다고 해야지. 어깨도 아프다고 해야지. 겸손한 점수만큼 겸손한 병자가 되야지. * 골프장 필드에서 잘 안되서 고민이 많아서..

울타리 고민 -24.1.5.(금)

울타리 고민 -박원주 울타리. 살아있는 것들은 깨물어서 아픈 저만의 새끼 발가락이 있다. 땅에 박힌 고구마를 쑥~하고 당기면 “여기까지 하나요” 딸려오는 줄기가 있다. 울타리. 죽은 모든 것들은 울타리가 없어서 누구는 어디까지라 부르기가 버겁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울타리가 있어서 말뚝을 박으랴 말뚝을 넓히랴 견디기 버겁다. 울타리. 나에게 집중할지 너에게 확장할지 하나는 둘로 쪼개기 아프고 둘은 하나로 합치기 아프다. 울타리. 깊이와 넓이 사이 어느쪽을 택할지 오늘밤도 물 한모금 마시는 잔 뿌리들이 고민이 깊다. * 협력 회사 창립기념행사에 초청받아 갔는데 너무 내부 행사라 굳이 외부 사람들을 초대해야했나 좀 무리수 같았다.

MBTI 우리 -24.1.4.(목)

MBTI 우리 -박원주- 어디서 태어났어? 혈액형이 뭐야? MBTI가 뭐야? 궁금해서 심심해서 인사치례로 취조의 30고개를 넘어가면 희미하게 그려진 누군가가 있다. 아 넌 이런 사람이구나. 아 내 선입견은 이렇구나. 크기만 다른 우리 속에 우리를 가두어 놓고 애써 우리를 키우려 했구나. 이젠 이쁜 새장을 떠난다. 하늘로 바다로 바람 부는대로. 누군가 알려준 비밀에 솔깃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투명한 에덴동산에 가서 벗은 서로의 첫 모습에 걸맞게 첫 이름을 붙여주리라. * 세미나를 위해 MBTI를 검사하라는데 정식 버전을 받아야한다고 해서 받았더니 인터넷이랑 별만 다르지 않았다.

삶 마시지 -23.1.3.(수)

삶 마사지 -박원주- 운동만 했는데 왜 뭉치냐? 열심히 살았는데 왜 뭉치냐? 마음의 열심은 몸의 고통이 되고 누군가의 성실은 누군가의 상실되고. 바리바리 싼 ㅇ뭉치처럼 열심은 성실을 가장한 욕심이였다. 뭉치지 말어라. 이제는 풀어라. 숨쉬기 운동처럼 뭉친 몸을 (들이) 쉬고 (내) 쉬고 뭉친 삶을 (들이) 쉬고 (내) 쉬고 하늘 나는 연처럼 실패를 감았다 풀었다 감았다 풀었다 떨어지지 않으려, 더 높이 날으려, 애쓰지 않고 생을 감았다 풀었다 감았다 풀었다 하늘이 넓고 바람이 불어오니 연줄의 수평선 위에 메달려 그냥 떠 있으면 된단다. * 레슨 받다가 시간이 남아서 운동을 너무 과하게 했더니 어깨가 뭉쳤다. 안마를 받고 와서 좀 나아졌다.

콜라주 빅픽처 -23.1.2.(화)

콜라주 빅픽처 -박원주- 날 생각해주는 걸까? 날 생각해주듯 그린 큰 그림일까? 돈으로 돌아가는 1(일)상. 사랑도 목적도 다 돈인 2(이)상. 돈이 덕지덕지 붙은 콜라주 3(세)상. 빅픽처가 성공한다는 자본주의 4(사)상. 어디까지 돈인지 이건 돈이 그린 그림인지 보이지 않는 손에 또 코가 베인다. 그대에게 나는, 하나의 그림인가요? 아니면 그림의 부분인가요? 그대의 시선이 돈을 보고있을 때면 내 마음은 깊이 동전마냥 침전하오. 우리 만남이 돈으로만 이어질 때면 언젠가 끊어질 여린 인연에 배신감이 밀려오오. 복선이 밀려오오. * 가끔 나를 생각해서 말하는 사람들. 영업하는 사람들처럼 대놀고 말하진 않지만 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걸 알면 아쉽다.

중고 새해 -23.1.1.(월)

중고 새해 -박원주- ”12.31.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목욕 제계하고 새 마음으로 포멧하세요. 자~ 1.1.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고개를 드세요.“ 두리번 두리번. 어디서 많이 보던 나. 어디서 많이 보던 일상. 누가 누구야? 뭐하나 바뀐게 없어서 살짝 당황하다가 중고 새해란 룰 -해아래 새것은 없다-에 이내 적응하고 일상이란 게임으로 돌아갔다. 새(new) 놈은 어딨어? 누가 누구야? 못찾겠어. 어영부영 시간이 갔다. 설렁설렁 하루가 갔다. 그렇게 1.1.이 져물었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새(new) 놈을 죽이고 작심삼일하세요. 자~ 1.2.이 밝았습니다. 모두 고개를 드세요.” * 새해 아침 어영부영 보내니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

LP끝판 홈 -23.12.31.(일)

LP끝판 홈 -박원주- 우리는 태어난 첫날도 죽어나갈 끝날도 볼 수 없어서 이렇게 징하게 처음과 끝을 기리나보다. 마지막날, 다시 올 첫날에 감사했지만 언젠가 다시 못볼 첫날에도 감사할 수 있을까? 팔딱대는 물고기처럼 모든 것이 유한한데 마지막날, 영원을 꿈꾸며 두눈과 두손을 모을 수 있을까? 마지막은 없구나. 그저 한번 꼬인 시간의 매듭만 있을 뿐. 그저 오가는 시간과 인생들에게 “수고했네. 환영하네” 인사만 더할 뿐. 마지막엔 LP판처럼 파인 괘적이 남았다. LP판을 쓰다듬으니 무언가가 울려댄다. 음~ 한해가 추억이고 선물이고 웃음이였구나. 음~ 흘러가도 된다는 작은 연습이였구나. 다시 못볼 내 작은 홈들vvv계곡 사이로 내 인생이 홍수처럼 흘러갔었구나. *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니 뭉글하다가도 또 새..

우주의 염색체 -23.12.30.(토)

우주의 염색체 -박원주- 흰 털은 뽀족한 끝에서 거꾸로 자란다. 땅을 뚫고 나오기 싫어서 하늘 끝에서 자란다. 검은털에 붙어서리 단물을 쪽 빨아먹고 버린다. ”나쁜 놈. 너는 염색감이야!“ 태곳적부터 시작된 치열한 흑백의 싸움은 염색하는 날 원래의 검은 우주로 몽땅 복귀하였다. 검은 털 달린 동물들은 왜 털이 나는지 왜 털이 검은지 왜 끝없이 계속 자라는지도 모른채 갑자기 난 흰털에 경악하며 후다닥 뽑아버린다. 우리 백의민족 아니냐 하얀 천사같지 않으냐 하얀 색이 눈처럼 좀더 고결하지 않으냐 그냥.. 늙은 흰 머리가 싫어 나이 들어보이기 싫어 아담과 하와가 걸쳤던 무화과 나무잎처럼 우선 해괴망측한 하얀 죄악을 가리고 본다. 아서라. 나중에 염색할 털도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괜찮아요. 우리에겐 가발과 ..

새 쥐 타령 -23.12.29.(금)

새 쥐 타령 -박원주-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쥐새끼~ 날지 못하는 쥐새끼 내가 졌다. 그냥 내가 착하게 살께. 그냥 눈치보며, 아니 눈치 안보며 그냥 내가 착하게 살께. 신경쓰기 귀찮은 하찮음의 반격. 그래. 계속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거라. 짜장면집 아줌마 새, 물회집 사장님 새, 커피숍 어중이떠중이 새, 맥주집 푼수 새, 문구점 싸가지 쥐, 회사 짱박힌 모든 벽이 듣고앉았거라. 온갖 잡새가 날아댕기고 쥐새끼가 널부러지고 벽 귓구멍들이 계속 벌렁벌렁 거리거라. * 모임을 개최하는 장소의 사장님이 교회 집사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어디서든 말조심 행동조심. 세상 참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