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시간
-박원주-
시간이 끓고 있다.
마지막 한줌 증기로 날아가 버릴
내 시간이 끓고 있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냄비안 개구리처럼
넓은 내 시간 속을 헤엄치다 헤엄치다
눈치없이 같이 폴폴 끓어 버렸다.
끓을 줄 알았던 내 공간은 차갑게 식어가고
낡아가는 존재들은 함께 삐끄덕 삐꺼덕
고장나 멈춰서야만 했다.
공간을 시간은 꺼내주고 싶었다.
시간을 공간은 꺼내주고 싶었다.
멀리선 나는 가까운 나를 꺼내주고 싶었다.
바라보이는 안타까운 상대들을 구원하고
다독이고 싶었다.
언젠가 흩어질 구름을 붙잡고
언젠가 져버릴 꽃송이를 붙잡고
언젠가 흘러갈 시냇물을 붙잡고
잠시 도화지에 슥슥삭삭 그려넣으며
멈춰세워 한마디 건네보고 싶었다.
멀어지는 추억
잊혀질 기억에게
더 멀어져 잡으면
아스러져 버리기 전에
다소곳이 두손 잡고 걸어보고 싶었다.
끓은 시간이 하늘 위로 흩날린다.
구름이 될까
바람이 될까
하늘의 일부가
아니면 하늘 위 우주 속 일부가 될까
아니면 저 위 하늘나라 너의 숨소리가 될까
비(非)
우(憂)
자(者)
이후의 시간은
같이 비우기로 했다.
같이 고요해지기로 했다.
같이 찬찬히 식어가기로 했다.
* 간만에 회식자리에서 결혼을 못한 솔로들을 보며 만이 만나라 사겨라 덕담인지 잔소린지를 했지만 본인은 다급하지 않으니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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