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땜빵하는 나그네 -24.2.2.(금)

별신성 2024. 2. 3. 01:24

땜빵하는 나그네
-박원주-

할 사람이 없어서 대타로 뛰고
원하는 걸 못해서 차선을 하고
갑의 “찬스!” 외침에 헌신을 강요받고
정(正)의 빈자리에 떠도는 부(副)의 한(恨)들.

잠깐 비운 자리라 눌러앉을 수도 없구나.
그토록 가고픈 자리지만 오를 수도 없구나.
같은 땅방울을 흘려도 잊혀지고 마는구나.
때워지지 않는 땜빵에서 바람이 분다.

잊지말자.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땜빵이였던 걸.
아빠의 뒤를 이은 아빠의 땜빵.
전임자의 뒤를 이은 전임자의 땜빵.
이전 세입자를 이은 세입자의 땜빵.

영원할 것 같았던 1인자가 어느새 지면
위대한 1인자가 되어버린 기막힌 반전.

땜빵으로 때워져도 억울해 말자.
빈자리에 끼워져도 불평해 말자.
땜빵에서 태어나
땜빵을 하다
땜빵으로 가는 인생.
나그네길 땜빵이 다 그런거니까.


* 직원이 휴가를 써서 땜방을 해야하는데 인수인계가 잘 안되어서 서로 불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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