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하루 -박원주-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정오. 벌써 하루의 절반이 지났다. 하루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죽을 시간을 아는 건 다행이지만 곧 마칠 시한부 하루는 계속 침몰하고 있다. 죽음이 생각을, 생각이 오후를 점령하자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들은 파업을 선언했다. 우유부단했던 오전처럼 보낼 시간이 없다. 오전을 곱씹으며 반성할 여유도 없다. 새롭게 알차게 남은 반을 꾸며도 하루는 정해진 끝을 향해 계속 흘렀다.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자정. 눈을 감았다. 결국 오늘이 죽었다. 블럭 하나에 무너진 높다란 젠가처럼 작은 틈 하나에 터져버린 거대한 댐처럼 꽁초 하나에 다 타버린 울창한 숲처럼 원인 모를 찰나에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