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멀가중
-박원주-
감이 떨어졌다.
멀었다 가까웠다 이쯤 저쯤?
낮설음이 익숙함이 되기까지
무수히 어색한 감을 낳아서 길러야했다.
감이 익었다.
멀었다 가까웠다 이쯤 저쯤 여기!
지금은 익숙한 동사들 중에
한순간에 멀쩡히 움직여진 건 하나도 없었다.
처음 그 걸음을 잊었을 뿐
처음 그 젖가락질을 까먹었을 뿐
처음 그 연필질을 지웠을 뿐
처음 자전거 타던 때를 지나쳤을 뿐
낮설던 동사들은 험난한 세월을 압축하고서
내 몸속으로 스미어 잊혀지고 말았다.
감을 다시 꺼냈다.
가을빛에 익은 빨아간 홍시처럼
처마에 달려 어느새 마른 하이얀 곶감처럼
구들위 소금물에 삭은 초록색 떨감처럼
내 몸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
그래.
내 몸에서 절대 떨어지지 말거라.
내 영혼에 깃들어 영원히 함께 살자꾸나.
* 골프 퍼팅을 5, 10, 15, 20.. 하면서 감이란 걸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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