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 36

아빠, 왜 세상 사람들은 힘들게 살아요?

'당연하다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은 애를 키우면 깨닫게 된다. "아빠 이건 뭐예요?"로 시작하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 그 질문에 나는 '내가 모든 존재를 다 알 수는 없구나'하는 인식에 이른다. "아빠 도로에 날아다니는 저건 뭐예요?" 보니 무심히 보던 베트남 가로수가 어느새 꽃이 지고 씨앗이 민들레씨처럼 날아다닌다. 사실 나는 저 가로수의 이름도 모르기에 가로수의 씨앗 이름도 당연히 알 턱이 없다. "아 저거는 가로수의 씨앗이 날아다니는거야." 그냥 그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해주고 넘어가기 바쁘다. 더 질문이 이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날아다니는 눈같은 씨앗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날아오면 어떨까? "아빠 죽음이 뭐예요?" "생명이 뭐예요?" 이런 질문.. 뭔가 당연하게 ..

수(필수)필 2023.04.16

변태들이 사는 정상적인 세상

변태 (變態) 1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2 정상이 아닌 상태로 달라짐. 또는 그 상태. 3 성체와는 형태, 생리, 생태가 전혀 다른 유생의 시기를 거치는 동물이 유생에서 성체로 변함. 또는 그런 과정. 가끔 세상을 살다보면 이상한 나를 발견한다. 말이든 행동이든 감정이든 관계든.. 뭔가 내가 배운 상식, 정상적인 패턴과는 거리가 먼 나의 모습에 사뭇 놀라곤 한다. '이래선 안되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가 생각하는-교육받은- 상식과 정상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런데 그런 반복이 이어지고 나는 결국 실존과 이상적인 나의 모습 사이의 괴리를 발견한다. 괴리. 물론 당연한 것이지만, 과연 나는 평범해야 하는가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런데 무엇이 정상이란 말인가? 무엇이 평..

수(필수)필 2023.04.15

살인자에게 신은 얼마나 오래 침묵할까?

#살인자 A대장의 사건 개요(D-300일간) D-day: 어느 봄, 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다. A대장은 부하들을 모두 전쟁터로 보내 놓고선 자신은 집에 홀로 남았다. 어느날 저녁, 침대에서 자다 일어난 A대장은 옥상을 서성이다가, 옆집 B씨가 나체로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았다. 그리고 A대장은 B씨에게 반하고 만다. D-1: A대장은 사람을 고용해 B씨의 뒷조사를 했다. 알고보니 B씨는 자기 부대 C대위의 아내였다. D-2: A대장은 부하를 시켜 B씨를 데려오게 했다. 그리고 A대장은 꿈틀대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B씨를 강간하고 만다. 그러나 A대장은 사건을 무마하고자 B씨를 입막음 하고선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B씨는 임신을 하고 만다. D-32: B씨는 황급히 A대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러..

수(필수)필 2023.04.10

‘신이 있는가?’란 자서전

“신이 있어?” “뭐라고?ㅋㅋㅋㅋㅋㅋ” 나도 웃음이 나온다. 신이 있는가?란 엄청난 무게의 질문을 밥먹다가 하품하다가 툭 던지면 나는 뭐라고 할까? 웃긴 질문 같지만, 삶과 나에 대해 고민을 하다보면, 과거, 현재, 미래-시간에 대해 성찰을 하다보면, 무언가 가치, 영원한 것에 대해 의미를 찾다보면 우리는 신의 존재-거대한 벽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 사십대를 지나는 내가 생각하는 “신이 있어?”하는 짧은 물음에 대한 나의 길었던 역사를 짧게 나마 백업을 한다. 누군가의 고민의 여정이 짧아 지길 바라면서... 1. 우주, 첫번째 물음의 힌트 - 어린 놈이 신이란 걸 알까? 신이 있을까? 진짜로?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이 질문을 아주 일찍부터 던졌다. 왜냐하면 어릴 적 ..

수(필수)필 2023.04.09

똥에 대한 명상록

배설 같은 고귀한 단어를 선택할까 하다가 그냥 직관적인 '똥'이 좀더 빨리 이해가 되는 거 같아 글로 각인했다. 우매한 내가 다시 이글을 볼때 아하! 하고 금방 느끼도록 배려한 것이다. 갑자기 왠 똥이냐고? 그러게.. 갑자기 왠 똥일까?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기저기를 갈면서 숱하게 되뇌인 단어. 똥!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 기저기를 갈면서, 또 매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나를 보면서도, 나는 똥에 대해 아무 느낌도 감흥도 없었다가 갑자기 똥이 내 머리를 채우는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아무렇지 않게 매일처럼 화장실에 가서 똥을 누다가, 갑자기 똥이 내 머리속을 온통 채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펜을 들어 글을 써야만 번뇌가 풀리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이게 왠 똥이냐. 1. 똥. 배설이란 존재의 의미 나는 ..

수(필수)필 2023.04.02

[베트남] 코로나18 확진, 생을 살펴보다

베트남에 온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적응하랴, 이사하랴, 만나랴, 사업하랴, 놀러다니랴, 애 키우랴 분주히 보냈다. 무엇보다 코로나에 걸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이 결국 펜을 들게 만든다. 코로나가 어떻게 걸렸고, 증상이 어떻고, 격리는 어떻게 하고, 아이들은 어떻고 등등 이런 말을 쓰려고 펜을 든건 아니다.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기 때문에 나까지 열심이 살 필요는 없을거다. 난 나를, 오로지 내 마음을, 살펴보고 싶다. "난 잘 살고 있는걸까?" 며칠전 한국-베트남 30년사 발간을 위해 글을 적어달라는 말에 펜을 든 것이 다시 나를 글의 바다로, 글의 해변으로 불러들여 결국 글을 적게, 아니 글에 젖게, 만들었다. 나는 펜을 들지 않으면 안되는 인생이구나. 무언가 부족했던 것이..

수(필수)필 2022.08.06

잃어버린 꿈은 무언가란 질문에 -2018.06.25

비트 있는 음악은 기분이 좋을 땐 귀를 울리는데 기분이 안 좋을땐 뼈를 때리는 느낌이 난다. 거슬리는 감정.. 거슬리는 환경.. 어느 순간엔 모든 걸 포멧하고 싶다 어디서 무언가가 잘못됐는데.. 그 에러를 찾는게 새로 시작하는 거보다 번잡한 것처럼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 무언가가 없다 난 참 솔직하고 긍정적인 사람인데 무언가가 날 가식적으로 만들고 무언가가 날 고민하게 만든다. 그게 옛날엔 참 신경이 안쓰이던 건데 에구.. 많은 걸 잃어버려야하는 용기가 아직은 두려운가 보다. 그 이면에 환경을 탓하려다가 그냥 날 탓하게 되고 자책은 힘들어 시간을 탓하게 된다. 시간에 늙어가는게 아니라 익어간다 하는데 그 좋던 말이 어느순간 섬득함이 되었다 거대한 시간은 날 익혀가는 거 같아.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

수(필수)필 2018.06.26

절제와 쾌락이 공존하는 삶-2018.01.18.일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고민과 답을 내리는데 그걸 철학이라 부른다. 철학중에 가장 으뜸으로 뽑는 건 유럽철학의 근간인 고대 그리스 철학이다. 이 그리스 철학에 두 학파가 있었으니 금욕주의(스토아)와 쾌락주의(에피쿠르스) 학파이다. 문제는 이 두개가 병존하는 것이다! 이 두 학파 모두 훌륭하지만 둘의 오류는 상대학파를 배제한 것이다. 즉 자신이 옳다고 한 방향으로 삶을 너무 단순화 시킨 것이다. 결론은 삶에는 금욕과 쾌락이 공존하는 현실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즉 삶에는 절제도 필요하고 쾌락도 필요하다. 어떤 결정(조언)을 내릴 때 이 두가지를 꼭 기억하자.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삶속에 한방향만 진리인양 선택하려 한다. 예를 들면 종교인이나 노인은 금욕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문화계나 청년들..

수(필수)필 2018.01.29

사건과 확률속에 나의 선택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한때 그책을 보면서 유한한 세상과 시간속의 나에게 안주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유한한 세상속에 유한한 나의 시간과 열정과 체력을 보면서 나는 어느새 안주를 안주로 삼아 거득히 취해 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두가지 확률이 있다. 내가 많은 일을 저지르지 않고 두가지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나(A)는 새로운 치즈를 찾아 여기를 떠나는 일. 하나(B)는 지금 여기에 남은 치즈로 좀더 시간을 버는 일. 나에게 A와 B 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장 행복한 고민은 A와 B가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다. 두가지 미래에게 프로포즈를 받는 기쁨은 짜릿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둘다를 선택할 수는 없기에 결국엔 하나만 선택해야한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수(필수)필 2017.12.17

(속보) 크리스마스 트리를 켰다. 나를 켰다.

칼퇴를 하면 기분이 좋다. 정확히는 긴 방학을 한 듯한 여유가 좋다. 여러 분주한 일정으로 저녁시간을 채울수 있지만, 추운 날씨마냥 가뿐하지 않을 것 같은 내 스케쥴을 고려해서 그냥 간만에 쉼을 선사하기로 한다. 어느새 손에 들려진 만두, 찐빵을 허겁지겁 먹고 싶지만.. 우선 참고 냄비에 누릉지를 풀면서 두배로 행복을 끓이기로 한다. 거실 식탁에 앉아 뽀끌뽀글 익어가는 누릉지를 바라보면서 모락모락 만두와 찐방을 한입씩 배어문다. 정말 맛있다. 이쪽한번 저쪽한번 배어물었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아쉬운 존재감. 이젠 누릉지를 먹을 타임이군. 누나가 바리바리 싸준 파김치랑 깍뚜기를 후다닥 꺼내서 누릉지를 퍼먹으려는 찰나. 누릉지에 물이 좀 많아서 컵에 따워서 누릉지차를 소환하기로 한다. 구수한 누릉지차가 준..

수(필수)필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