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 36

글쓰는 자위도구를 샀다

심심해서 글쓰는 자위도구를 샀다. 아이폰을 잘 쓰는 편인데 작은 아이폰은 틈틈히 생각나는 작은 시를 적기는 좋은데 수필이나 소설에는 안 맞아서 작은 노트북을 하나 새로 장만했다. 역시 키보드가 있고 화면이 10배정도 되니 든든하구나. 그래도 역시 옆에서 아이폰이 테더링을 도와주시 역시 기특한 아이폰님. 자위도구를 산 이상 다시 수필도 적고 소설도 쓰며 내 머리속의 정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며 생명력을 심어주어야겠다. 아직은 나도 살아있는 꿈들대는 욕망의 덩어리라서 머릿속에 꿈들대는 생각들을 풀어줄 해방구가 필요하다. 이 작은 몸뚱이가 가진 욕망을 가장 건전하게 풀려고 노력한 최적화된 자위도구는 역시나 글쓰기이다. 거창하게는 작문이지만 거창할 필요는 없다. 몇줄 끄적여도 시라고 포장하면 되니까. 이럴 땐 시..

수(필수)필 2017.04.30

인생을 거는 도박은 언제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은 자신의 꿈을 위해 20년을 인도의 대학에서 젊음을 바친 분을 만났다. 그는 대학교때 값없이 받은 꿈과 열정이기에 당연히 값없이 돌려주려고 자신의 젊음을 바쳤다고 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인생을 바쳐야할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이건 인생을 거는 도박과도 같은 것이기에 주식투자같이 자신이 가치있다고 판단한 믿음 만큼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나마 누구나가 아는 당연한 이치가 하나 있다면 '누구나가 사는데로 사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주식에서도 남들과 같은 투자방식으로는 가치(돈)에 접근하기 어렵다. 남들과 다르게 살되 우위를 득하는 방법. 나만의 길을 걷되 남들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 인생의 도박을 최대한 즐기는 방법은 그 인생의 리스크가 한순간에 무너지더..

수(필수)필 2016.05.23

의미의 보물찾기-감추인 걸까? 보지 못한 걸까?

그녀는 항상 눈화장을 찐하게 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날카로웠다. 그 첫인상을 상쇄시키기 위해 난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소박함을 좋아하고 서정적인 것을 좋아할 줄이야. 우리는 모두 지나가고 나서 후회를 한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보이지 않고 그런 의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나의 감정과 이성이 정제가 되고나면 진실에 가까운 그 실체가 불현듯 나의 뇌리를 때린다. 지금도 나는 눈에 많은 것을 맡기고 의존하고 있다. 내가 오감을 가진 존재임을 망각한 채 내가 보기에 좋은데로 본데로 판단해 버린다. 대부분은 이쁘고 아름다운 것에 눈이 가는 나를 망각한 체 나는 객관적이고 나의 판단은 거의 옳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미의 기준이 바뀌고 깨어진 후에야 나의 그 판단은 오해였음이 드러난다. ..

수(필수)필 2016.05.09

몸.멈.뭄

육신, 우리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하드웨어.스토아 학파 사람들은 이것을 아주 천시했고, 에피쿠르스 학파는 이것을 아주 찬사했다. 그만큼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다. 몸이 없다면 나의 고상한 생각도 담기거나 표현되지 않기에 몸이라는 연필은 최대한 날렵하게 잉크를 채워둬야 한다. 객체로써 몸은 쓸수록 발전하지만 시간에 지날수록 감가상각되는 숙명론족 존재이다. 몸을 자위의 수단으로 쓸지, 해탈의 수단으로 쓸지, 아직 시간과 체력이 남았으니 좀더 고민해보자. 멈(멀다의 명사형), 존재와 존재 사이의 거리.나의 몸을 떠나 상대를 보는 순간 느끼는 거리감이다. 나의 몸처럼 가깝지 않는 너란 개체. 나는 그 멈을 먼저 불러 멈추게 만든 다음 나는 거리를 좁혀나간다. 멈.춤. 그의 시선이 나에게서 달아나..

수(필수)필 2016.04.16

그대여 가치없는 글을 써라.

왜 나는 글을 쓰는가? 왜 너는 글을 쓰는가? 무슨 돈을 벌려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사랑을 위해 러브레터를 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공개되기에는 너무도 비밀스럽고 가치를 논하기에는 주저리주저리 쓰는 독백같은 글들.. 무슨 계몽을 위해서도 아니고, 역사를 쓰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단지 나의 음성이 듣고 싶을 뿐이다. 나의 생각을 알고 싶을 뿐이다. 세상의 수많은 글들.. 누가 다 읽고 누가 다 이해하고 누가 감동의 눈물을 다 전하겠는가? 특히 이 외딴 곳에 바닷가에 앉아서 읊조리는 듯 흘러나오는 나의 한탄은 내가 숨쉬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가 무슨 의미를 전하고자 글을 썼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의 수고가 부족하고 나의 철학이 짧고, 무엇보다 나보다 똑..

수(필수)필 2016.02.23

허물과 저주에 대한 회상

어제의 일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사실 조금전의 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만 보아도 어제의 일이나 과거의 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다만 내가 부인하거나 간과할 뿐이겠지. 우리가 일이라고 하는 모든 일은 물리적인 일뿐만 아니라 관계적인 모든 사건을 통클어 일겉는 말이다. 그러면 과거는 얼마나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까? 조금전에 일어난 작은 사고는 나의 지금을 잡칠수도 나의 오늘을 망칠수도 있다. 그것이 작은 사고가 아니라 큰 사고라면 그 충격은 나의 인생으로까지 확대될 지 모른다. 여기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면 무엇이 나를 결정하는가? 항간의 금수저론-부모의 유산에 따라 자식이 금,은,흙수저를 사용한다는-을 보더라도 부모의 재산은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 돈..

수(필수)필 2016.02.10

하루하루 반복된 피스톤 운동속에서 짧은 마찰력을 소환하며...

하루가 간다.나는 샤워를 하고 멋진 몸을 누군가를 봐주기를 원하듯이 나의 생각의 나체를 누군가는 봐주길 바라며 펜을 스다듬듯 키보드를 더듬는다.매일 매일 많은 생각들이 나의 머리를 댐처럼 터질듯이 채우다가 지나고 보면 어디로 방류됐는지 샜는지 알수없이 텅빈 공간만 남아있기에 더 절실하게 애잔하게 키보드를 피아노처럼 두드려댄다.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아는 사람? 손!이 물음은 오늘의 물음이지만 내 삶을 하루라고 돌아봤을때도 정말 묻고 싶은 말이다.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긴 여정을 당겨 고민하고 싶다가도 답이없는 문제로 긴 씨름을 이어가고 싶진 않기에 지금에만 충실히 애무를 하겠다.자 보아라 나의 단상들이여~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스토아학파와 에피쿠르스학파가 오래전부터 싸우다가 결론을 못내..

수(필수)필 2015.08.17

사소한 나로 살다.

한마리의 정자. 아버지의 꿈을 안고 그 아버지란 존재의 반을 품고 각기 다른 수많은 목표를 향해 모험의 길을 떠난다. 한마리의 난자. 어머니의 꿈을 안고 그 어머니란 존재의 반을 품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여정을 꾸렸다. 둘의 꿈은 한 점에서 만나 '나'란 현실이 된다. 반 반의 꿈은 모든 꿈을 나에게 배팅을 걸고 나('박원주')로 태어난다. 무엇이 그들을 만나게 했는지, 무엇이 그 원대한 꿈의 여정을 '나'라는 현실로 시작하게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가 꿈꾸던 꿈을 나도 공유하면서 내가 탄생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 난 내가 받은 꿈의 가치만큼 살아가야할 사명감이 있다. 그들의 가치, 그들의 사랑, 그들의 열정과 젊음, 생명 들을 나에게 ..

수(필수)필 2015.03.22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정월대보름엔 매년 쥐불놀이를 했다. 전날에 분유 깡통 구하기가 힘들어서 복숭아캔 깡통도 썼는데 그건 너무 작아서 숯을 모아 던지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집에서 작년 깡통을 못통으로 두기도 했다. 새 분유통 구해서 못구멍 뚫을 때 그 희열이란.. 쥐불놀이는 강둑에서 대부분하는데 그건 둑이 높고 옆에는 논이라 깡통을 던지기가 좋기 때문이다. 열심히 깡통속에 숯을 모아가다 분수처럼 던질때 창공에 나부끼는 그 붉은 숯가루는 정말 황홀했었다. 물론 강둑에 타작한 짚단더미를 친구들이 태워먹기도 했었다는; 쥐불놀이가 끝나면 장작불 아래서 놀거 같지만 전혀 아니다. 동네 친구들이랑 온동네를 뒤지며 숨바꼭질도 하고 잡기놀이도 하고 계주같은 거도 하고 밤새도록 놀았다. 진짜 달이 밝아서 어둡지가 않으니 마구 마구 놀았다...

수(필수)필 2015.03.06

나의 방

춥다. 자다가 깼다. 그래도 나에게 익숙한 우풍이요 한기이다. 이 우풍을 참으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잠을 청하며 자랐다. 중3때 지은 집인데 벌써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나의 책상, 책장, 망원경, 세계지도, 여치집, 별자리, 백일장 액자, 화장대, 로미오와 줄리엣 화보, 운동기구, 컴퓨터, 장농, 박스, 커튼, 격언 종이.. 내가 자라고 공부하고 자던 나의 방. 이 익숙함 속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행복이다. 어릴 적 대청마루에서 먹던 쫄깃한 수제비처럼 그렇게 울어대던 소쩍새처럼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익숙함이 나의 관광코스처럼 언제든 펼쳐지길 소원할 뿐이다. 다시 잠을 청하자. 아직은 새벽이요 이 익숙함은 나의 평안한 온돌이 되어 줄 테니까. ​​​

수(필수)필 201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