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 36

미역내음새

강가를 거니는데 어디선가 미역내음새가 난다 먼 바다 내음이 어디서 여기까지 왔나 냄새의 끝을 찾아 강아래까지 가본다 더 이상 갈수없는 절벽 강아래로 더 가까이 내려가 본다 진흙을 밟고 강가에 좀더 깊숙히 들어간다 이 내음새 익숙한 미역내음새다 어릴적 조개잡던 그 밤조개 물이끼내음새다 그때 그리도 익숙했던 내음새를 잊고 지냈었구나 잠시 강가에 앉아 저 멀리 수평선을 본다 갈매기대신 두루미가 한가로이 난다 고기들도 물장구치며 노니는 영락없는 바다다 이 작은 바다내음이 모여 큰 바다 내음이 되겠지 이 작은 풍경들이 모여 큰 망망한 끝이 되겠지 강둑어귀에는 바다내음을 낚는 인기척도 보인다 앝은 물가 돌틈사이에선 물고기가 튀어오른다 이쪽 바다가 좁았는지 큰 바다쪽으로 건넌다 졸졸졸 강의 파도소리가 들린다 바다처럼..

수(필수)필 2012.10.09

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건? ver.child

7살난 동네 꼬마의 순진무구한 눈을 보다가 문득 '이 꼬마는 무엇을 무서워할까? 귀신일까?' 궁금증이 밀려왔다. "넌 이세상에서 뭐가 제일 무섭니?" "드라큐라". 조금은 예상했던 대답이였다. 그런데 순간 '드라큐라도 귀신인데 귀신보다 더 무서워하는게 있을까?' 또 궁금증이 밀려왔다. 사실 귀신이야 우리가 매일 새뇌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던가?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무서운 것은 무얼까 또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드라큐라보다 더 무서운건?" 좀 머뭇하던 녀석은 바로 "검치호랑이". 검치호랑이?? 난 호랑이종류인줄 알고 무섭게 생겼는지 물어보았더니 신석기시대에 살던 이빨이 큰 대형 호랑이란다. 애들은 공룡에 대해 많이 알고 무서워하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더 무서운건?" 하고 물으니 역시나 "괴물" ..

수(필수)필 2012.09.05

풀벌레들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요

저녁부터 풀벌레소리의 합주가 시작되네요. 오늘밤은 달빛 선선하게 추억여행을 떠나기 좋을듯 합니다. 그윽한 가을밤이 여름을 살짝 접어놓고 청초하게 펼쳐집니다. 풀벌레들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요. 날개로 몸짓으로 소리를 내죠. 사람은 입으로 말하기에 너무 쉽게 말하고 상처를 주는거같아요. 풀벌레처럼 온몸으로 소리를 낸다면 고요한 가을밤에만 옆의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껏 속삭일꺼예요. 왜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기억하면서 잔잔하고 듣기좋은 풀벌레 양의 노랫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걸까요? 목소리가 크다고 이기는게 아니라면 침묵속에 울리는 풀벌레 소리의 선율을 더듬어보세요. 매미보다 깊은 울림에 깜짝 놀랄 겁니다.

수(필수)필 2012.08.27

내가 별을 사랑하는 이유

제가 별을 사랑하는 이유는 참 많습니다. 아마 저 밤하늘의 별만큼 많을지도 모르죠. 그대들이 모두 내가 사랑하는 이유들이니까요. 그래도 하나둘씩 별을 세는 마음으로 짚어가보면 우선은 어릴적 소원을 빌었던 오리온자리를 별자리로 알아갈때의 기쁨이 가슴에 퍼집니다. 추운 겨울밤 따뜻한 온돌 구들장에서 솜이불을 들추고 창호지문을 열면 찬바람에 잠이 확깨죠. 그때 오줌을 누면서 잠결에 하늘을 보면 이게 하늘인지 꿈인지 모를 정도로 별들이 쏟아지죠. 그때 유독 나의 눈을 사로 잡는 별자리가 있었으니 바로 오리온자리. 그때 당시 저는 오리온자리를 가오리연자리로 불렀습니다. 오리온의 삼성과 오리온대성운이 꼭 가오리연을 닮았거든요. 그때 빌던 소원들은 모두 기억에 나지 않지만 그 가오리연자리는 항상 흐뭇하게 저를 지켜봐..

수(필수)필 2012.08.03

[일상] 막힌 도로길을 지나며..

4차선도로에서 나의 갈 길을 따라 운전을 하다보면 도로가 막힐때가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길이 막힐때면 내앞의 누군가는 대안을 찾아 떠났고 도로는 다시 평상심을 유지했다. 인생길도 누군가의 노력과 도움으로 우리는 여기를 지난다. 그 누군가의 노력의 빈자리를 나는 언제나 무심코 휙 지나왔지만 오늘은 새삼 그 자취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수(필수)필 201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