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인생
-박원주-
내 눈엔 보이는데 네 눈엔 안 보인다.
투명한 것도 아닌데 널부러진 게 안 보인다.
정말 안 보이나 싶은데 진짜로 안 보인다.
고치고 다시 봐도 계속 튀어나온다.
너는 오타를 만드는 기계인가?
나는 오타를 찾는 기계인가?
알 수 없는 미궁에 오타에게 묻는다.
누구의 잘못으로 태어났느뇨?
작자의 잘못이냐?
부모의 잘못이냐?
스승의 잘못이냐?
친구의 잘못이냐?
결재자의 잘못이냐?
조직의 잘못이냐?
사회의 잘못이냐?
손가락의 잘못이냐?
몸의 잘못이냐?
자판기의 잘못이냐?
컴퓨터의 잘못이냐?
대답없는 책임 추궁에 잠시 가라앉았다가
다시 하얀 종이 위로 스물스물 떠오른다.
그냥 내가 오타인가 보다.
그냥 인생이 오타인가 보다.
깔끔하고 정갈치 못한 모두가 오타인가 보다.
그냥 웃으며 체념하고 결재 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냥 웃으며 체념하고 하루 하루 살아 버렸다.
* 직원이 기안을 하는데 아직 수습이라 할때 마다 오타가 나서 나보고 오타를 진짜 잘 찾는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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