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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네의 낮잠 -24.6.8.(토)

쇤네의 낮잠 -박원주- 등 따시고 배부르니 밀려오면 낮잠. 나른한 몸에 가누기힘든 정신의 눈동자. 어느새 포로요 누워있는 송장 하나. 한낮 낮잠 앞에도 어찌 나를 못하는데 뉘에게 몰려오는 인생의 낮잠 안전에다 어허 일어나거라 어허 열심히 살거라 어허 할수있다 힘을내거라 쇤네가 어찌 감히 섣불리 말하겠습니까요. * 낮잠을 자다보니 혼자만 자고 아이는 신나게 집을 어질러놓는다.

조금 깨미 -24.6.7.(금)

조금 깨미 -박원주- 조금. 정확히는 쪼끔. 그걸로 뭐가 달라질까? 조금으로 바뀐 음식 맛에 조금 조금 나를 바꿔보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노력을 더하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꿈을 쫒아가기로 했다. 조금. 더. 맛난 인생을 맛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깨미야 힘을 내! * 의무 교육 시간을 채우고 온라인 교육을 받고 열심히 수료증을 뽑는다.

누군가의 행복은 나의 -24.6.6.(목)

누군가의 행복은 나의 -박원주- 챕터 1. 상대성 이론. 공식: 남보다 못하면 불행해진다. 외워라. 받아 적고 돼지 꼬리 땡땡! 모두다 비교하다 비교하다 불행해진 상대성 이론. 챕터 2. 절대성 이론. 공식: 누군가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 된다. 외워라. 받아 적고 돼지 꼬리 땡땡! 모두 행복을 흘려 흘려 보내다 행복해진 절대성 이론. 챕터 3. 응용 문제 누군가의 행복은 나의 ... * 현충일이라 한국이 쉬는 날이라 베트남 지사도 조용하다. 본사의 요청이 없으니 사무실도 한가하다.

AI 세뇌 -24.6.5.(수)

AI 세뇌 -박원주- 진짜같은 가짜 속에 가짜같은 진짜. 헷깔리는 현실 속에 너는 진짜니? 넘쳐나는 목소리 속에 가짜 목소리가 나는 진짜니? 내가 옳다 내가 옳다 생각하는대로 살면 되니? 세뇌당하고 세뇌하고 수많은 목소리 속에 절대음감은 없다. 어느 목소리에 귀기울여야하니? 어느 노래에 홀려 흥얼거리다보면 절벽 앞에서 잠 깨서 우두커니 선 내가 있다. 날거라. 마음껏 날거라. 너는 특별하단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단다. 아카시아 잎을 뚝 때어 한잎 한잎 뚝 뚝 때며 진짜, 가짜, 진짜, 가짜... 긍정, 부정, 긍정, 부정... 예, 아니오, 예, 아니오... 0, 1, 0, 1... 진자 운동처럼 왔다 갔다 진짜가 왔다 갔다 나조차 믿을 수 없는 세계 속에 하나를 택하고 하나를 버리느라 간당간당 살아..

미세한 많은 소리 -24.6.4.(화)

미세한 많은 소리 -박원주- 날지 못한 것들이 모여 하늘을 난다. 투명한 것들이 모여 하늘을 뒤덮는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여 하늘에 어둠을 짓는다. 작은 것들이 울려대는 천둥소리를 들어라. 작은 것들이 번쩍이는 번개빛을 보아라. 작은 것들이 내리치는 빗줄기를 받아라. 작은 것들이 호령하는 울분에 세상이 조용하다. 작은 것들이 곡하는 하소연에 세상이 잠잠하다. 작다 보잘 것 없다 무시말아라.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다. * 베트남에서 여름에는 소나기가 하루에 한번씩 꼭 내린다.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요란하게 내리고 나면 모든 것이 씻겨내려간 기분이다.

시간이 푸는 문제 -24.6.3.(월)

시간이 푸는 문제 -박원주- 하나만 얽히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만 얽히다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두개 세개 얽히고 설켜 어찌 풀지 모를 인생아. 두죽박죽 꼬인 문제는 어찌 손쓸지 생각도 버겁다. 그냥 야반도주 할까 궁리하다 저멀리서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눈 곧 닥칠 쓰나미에 다시 머리를 싸매 풀어도 아직 내겐 어려운 퍼즐. 노트에 적힌 복잡한 산식을 쫒아가다 어디서 틀렸는지 모를 막막함에 다시 덮어버린다. 어찌 풀까? 어찌 해결할까? 깊어만 가는 한숨에 며칠 끙끙대며 풀어도 풀면 풀수록 꼬여만 가는 문제의 문제점. 뭐가 문제일까? 여름 한철 싱싱하다 뚝 떨어진 감을 삭히듯 고이고이 문제를 모시고 울분만 삭힌다. 그게 다였구나. 그게 전부였구나. 지나고 보니 그건 그건 시간이 푸는 문제였을뿐이다. * 개인소..

두 주인 -24.6.2.(일)

두 주인 -박원주- 힘이 있어 보여서 돈을 더 의지했나봐요. 사랑이 아닌데 사랑이라 믿고 쫒아갔나봐요. 어떻게 살지 고민하다 당신을 잊었나봐요. 당신만 바라보면 다 끝날 일인데 기적을 쫒아다니다 당신을 놓쳤나봐요. 당신은 항상 못 이룰 기적은 없다 했지요. 마른 뼈가 살아나겠냐고 물을때면 난 살아난다고 난 기적을 믿는다고 말했죠. 하지만 잘려진 다리가 재생되는 기적보다 잘려지지 않은 멀쩡한 기적에 감사하며 당신과 함께 걸어가기로 다짐했어요. 이젠 단순하게 당신과 살기로 했어요.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당신이 항상 내곁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당신은 하나뿐인 내 주인이니까요. * 하나님과 돈을 같이 섬길 수 없다는 말씀처럼 돈에 대해 가장 작은 것으로 여길 줄 아는 믿음을 가지고 살기로 다짐했다.

구찌 인생 -24.6.1.(토)

구찌 인생 -박원주- 말빨도 실력이다. 어머무시한 입김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칭찬도 조언도 생각을 더한 구찌. 몸에 힘이 들아가고 생각에 힘이 들어가고 힘을 빼고 고치고 바꾸다 어느새 잃어버린 본연의 나. 눈과 귀가 신경을 끄기엔 아직은 내공이 적구나. 이래저래 신경쓰다 끝나버린 18홀. 아차. 81홀 인생도 이리 훅 갈려나? * 골프를 치는데 1군의 구찌가 장난이 아니다. 서로가 이기려고 묘책을 생각한다

비공개 말씀 -24.5.31.(금)

비공개 말씀 -박원주- 어디까지 말할까? 전부 말하자니 소문이 무섭고 말을 안하자니 입이 근질거리고 조금 말하자니 내 입에 두서가 없다. 어디까지 말할까? 오물거리는 입을 머리가 됐다며 막는다. 어디까지 말할까? 다음에 정리되면 말해야지 이내 말을 삭히고 오늘 말을 삭히고 이내 말을 잃고 오늘 말을 잃고 나도 오늘 조금 잃었다. * 옆 기관 친구랑 기관운영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디까지 보안사항이고 어디까지 오픈할지 좀 조심스러워 한다.

장님 코끼리 추리 -24.5.30.(목)

장님 코끼리 추리 -박원주- 첫인상을 보고 “이런 사람이구나!” 면접 한번 보고 “저랑 같이 일하시죠!” 몇번 만나고는 “난 널 사랑해!” 몇개 샘플을 보고 “이런 거였구나!” 유한한 시간과 유한한 존재가 부딪혀서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우주를 더듬는다. 머나먼 서로의 가느다란 신호를 읽고 다 안 듯이 쉽사리 결론을 내린다. 사실은 이보다 더 복잡할텐데 진리는 나보다 더 클텐데 이것 저것 주워담고 가득 차면 다 담은 것처럼 여기도 출렁 저기도 출렁 가득찬 걸 뽑내다 와락 쏟고서는 모든 진리를 잃어버린 냥 아쉬워한다. 사실이 피식 웃는다. 진리가 피식 웃는다. * 면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는게 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