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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감별사 -23.12.18.(월)

생각 감별사 -박원주- 운동을 하는 멋진 몸과 야한 짓 하는 멋진 몸은 다르지. 벗고 운동하는 멋진 몸과 다 벗고 있는 멋진 몸은 다르지. 운동으로 보기 좋은 멋진 몸과 잘 생기고 패션감각있는 멋진 몸은 다르지. 운동으로 보기 좋은 멋진 몸과 운동으로 보기 좋은 멋진 몸은 비슷하지. 다르다면, 운동으로 보기 좋은 본질이 아니지. 눈은 속을 수 있지. 비슷한 그림이라 햇깔릴 수 있지. 욕망과 열등감의 소리에 따라갈 수 있지. 그래서 생각을 잘 구분해야 하지. 생각의 문을 잘 지켜야하지. 내 생각과 소중한 시간은 내꺼니까. * 인스타그램 운동사진을 보며 운동 동기부여를 하려하면 이상한 사진들도 중간중간 끼어 있다.

새 사람이 좋아 -23.12.17.(일)

새 사람이 좋아 -박원주- 우리는 새 사람을 찾는다. 나를 잘 모르고, 나도 잘 몰라서 새롭게 기대하며 설레이는 사람. 하얀 백지같아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 외모도 말투도 새롭게 탐험하고픈 사람. 우리는 다시 새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헌 사람을 버린다. 나를 잘 알고, 나도 잘 알아서 껄끄럽고 깨지고 식상한 사람. 옛 다이어리 같아서 때묻고 무덤덤한 사람. 언제나 곁에 있어서 설레임 없는 사람. 그래서 우리는 헌 사람이 흘려보내고 붙잡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헌 사람을 또 버린다. 우리 함께 늙고 낡아져 빛바래간다는 캐캐묵은 사실도 함께 잊고 버린다. *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너무 반가운 일인데, 낡은 관계를 잘 유지해가는게 중요하단 생각이 불현듯 든다.

처음의 박수 -23.12.16.(토)

처음의 박수 -박원주- 생일날엔 하얀 케익을 준비합시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촛불을 켜고 처음 쳤던 그 박수를 다시 칩시다. 처음 나와 마주쳤던 눈빛에 박수를! 처음 탯줄 자르던 떨리던 손에 박수를! 처음 날 안았던 벅찬 가슴에 박수를! 처음 날 씻기던 그 어설픔에 박수를! 매번 치던 박수가 익숙해지지 않도록 손바닥 아프게 힘껏 내리칩시다. 매번 불었던 촛불은 잊어 버립시다. 첫 촛불을 모닥불 보듯 해맑앟게 주어진 생, 태어난 생, 흠뻑 감격해 합시다. 죽었다가 새롭게 살아났어요! 일년이란 생을 또 받았어요! 그 처음 쳤던 박수를 기억하면서 다시금 기쁘게 박수칩시다. * 생일이라고 와이프가 풍선도 달고 케익도 사고 하는데 왜 나는 생일이 이렇게 무덤덤해진건지..

쓸모있는 사람 -23.12.15.(금)

쓸모있는 사람 -박원주- 신이시여. 왜 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을 만드셨나이까? 저 사람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생각도 못 하고 다만 먹고 자고 싸고 누군가의 도움으로만 살아가기에 오직 소비만 할 뿐입니다. 똑똑. 사실 너도 쓸모는 없단다. 전능한 신이 난데 무슨 필요가 있겠니?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눌 동무가 필요한 거지.. * 건강검진을 받으며 이런저런 기능을 테스트하고 왔다. 아이에게 친구랑 대인관계가 필요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옛날 천사의 집 자원봉사 나간 기억이 났다.

시간 정산 -23.12.14.(목)

시간 정산 -박원주- 시간이란 통장을 정리한다. 댓가없이 받았던 것들과 의미없이 막 썻던 일들과 마지막 타고 남은 것들이 속속들이 찍힌다. 빈손으로 온 인생 참 많은 걸 받았구나. 남김없이 다 쓸 껄 참 많이도 못 누렸구나. 많이 벌고 많이 나눌 껄 참 적게도 열매가 맺혔구나. 자주 죽고 자주 살게 하소서. 일년을 마감하며 한 사람을 꾸짖는다. 저울을 달아보며 한 죄인을 용서한다. 시간을 정산하며 한 인생을 돌아본다. * 사업별로 정산 서류서류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연말이다.

내 마음 공화국 -23.12.13.(수)

내 마음 공화국 -박원주- 내 마음 하늘 나라 같아라. 땅을 딪지 않고 내가 사는 곳. 땅으로 가라앉지 않는 빛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처럼 투명한 나로만 채워지는 하늘. 내 마음 하늘 나라 같아라. 내가 다스리고 나로 채우는 곳. 비워두면 딴 생각이 날아오고 채우려면 땅으로 가라않는 나라. 내 마음 하늘 나라 같아라. 운동으로 만든 몸이 거기선 부질없네. 알뜰살뜰 모은 돈이 거기선 쓸모없네. 친했던 친구들도 거기선 모두 새롭겠지. 땅에 익숙했던 기준들을 하늘에 맞춘다. 내 마음 하늘 나라 같아라. 바람이 한번 불어 머리카락을 스치고 햇살이 살짝 비쳐 눈동자를 담그고 지나가고 구름이 온몸에 맺혀 먼지를 씻어내고 별빛이 까맣게 내려 온 세상을 지운다. 내 마음 하늘 나라 같아라. 내 마음 하늘 나라 같아라..

기계 회사 -23.12.12.(화)

기계 회사 -박원주- 회사가 기계처럼 움직인다. 사람들이 부속품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최소 투입, 최대 산출을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오직 이윤을 위해 세상은 움직인다. 낡고 저조한 부품은 교체된다. 내 옆의 부품도 교체됐다. 새로 들어온 부품이 아귀를 맞추자 아무일 없었듯 또 굴러간다. 빠르고 신속하게 별탈없이 완료됐다. 한 생각이 내 머리를 맴돈다. ‘나도 언젠가는 낡을텐데..’ ’나도 언젠가는 교체될텐데..‘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 그 생각이 내 머리를 채운다. 퇴근하고 싶다. * 회사에서 내년도 방침을 바꿔서 기존 인력을 내보내기로 통보가 왔다. 동료들에게 전달을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줬다 뺏기 -23.12.11.(월)

줬다 뺏기 -박원주- 가장 억울한 일 중 하나가 줬다 뺐는 거랬지. 산해진미도 유흥도 한번 맛보면 헤어나오기 어렵지. 근데 가만보니 삶이 딱 그짝이네. 젊음도 줬다 뺏고 건강도 줬다 뺏고 생명도 줬다 뺏고 결국 다 가져봤다가 죽을 때 다 뺏기는게 우리 인생이네.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한게 인생이냐. 구천을 떠도는 귀신도 떠돌만 했다. 아 내 인생도 억울하구나. 아 네 인생도 원통하구나. * 옆 회사 분이랑 샤브샤브를 먹으며 몸보신을 했다. 나이가 드니 건강이 안좋으시다고 하시는데 남일 같지 않다.

형상기억 인간 -23.12.10.(일)

형상기억 인간 -박원주- 추운 겨울날 개구리가 얼어서 죽었다. 봄이 되어 개구리는 녹아서 살아났다. 사람이 죽어서 흙이 되었다. 오랜 세월 후 사람이 흙에서 다시 살아났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그러게. 어떻게 존재가 생겨났을까? 어떻게 생명이 생겨났을까? 어떻게 영혼이 생겨났을까? 아무도 과거를 모르는구나. 아무도 미래를 모르는구나. 아무도 존재도, 생명도, 영혼도 어찌 생겼는지 아는 이 없구나. 갑자기 수많은 생명체가 생겼다는데 그깟 사람 하나 살리는거야 식은 죽 먹기지. 갑자기 무한한 우주가 생겼다는데 그깟 사람 하나 만드는거야 식은 죽 먹기지. 갑자기 오묘한 자연법칙이 생겼다는데 그깟 영혼 하나 넣는거야 식은 죽 먹기지. 그러니 개구리보다 사람이 낫기로 하자. 아쉽게 이 생에서 끝내지 않기로..

나 벗기 -23.12.9.(토)

나 벗기 -박원주- 태어나 그리 크게 운게 가진게 하나 없어서였을까? 열심히도 날 위해 살았구나. 무얼 위해 살까? 어디서 어디로 갈까? 찾을수록 알수록 그만큼 나를 벗었다. 채운 의미만큼 나를 비웠다. 부모란 사랑만큼 나를 벗고 배우자란 사랑만큼 나를 비우고 자녀란 사랑만큼 나를 벗고 신이란 사랑만큼 나를 비운다. 나를 모두다 벗어야 마치는 인생. 모든 걸 비워야 가벼운 인생. 무(에서) 왔으니 무(로) 가는게 인생. 내 중심에서 놓지 못한 것들. 붙들고 있기엔 언젠간 버거운 것들. 과거는 미련했고 현재는 우둔하며 미래는 어리석을 나의 것. 불순물처럼 이는 바람에 요동칠 내 번뇌들. 가치를 위해 나를 버린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자비, 선, 충성, 온유, 절제. 언젠가 나를 다 비우면 무엇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