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벗기
-박원주-
태어나 그리 크게 운게
가진게 하나 없어서였을까?
열심히도 날 위해 살았구나.
무얼 위해 살까?
어디서 어디로 갈까?
찾을수록 알수록 그만큼 나를 벗었다.
채운 의미만큼 나를 비웠다.
부모란 사랑만큼 나를 벗고
배우자란 사랑만큼 나를 비우고
자녀란 사랑만큼 나를 벗고
신이란 사랑만큼 나를 비운다.
나를 모두다 벗어야 마치는 인생.
모든 걸 비워야 가벼운 인생.
무(에서) 왔으니 무(로) 가는게 인생.
내 중심에서 놓지 못한 것들.
붙들고 있기엔 언젠간 버거운 것들.
과거는 미련했고 현재는 우둔하며
미래는 어리석을 나의 것.
불순물처럼 이는 바람에 요동칠
내 번뇌들.
가치를 위해 나를 버린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자비, 선, 충성, 온유, 절제.
언젠가 나를 다 비우면 무엇이 남게 될까?
언제 다 비울진 몰라도
의미의 돌맹이 하나 마음에 던지고
그 파문에 넘친 사랑 한줄기에
미소를 짓는다.
* 아이랑 놀면서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것이 인생이구나 깨달아간다.
'비타민 시++ > 옴니버스연습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줬다 뺏기 -23.12.11.(월) (0) | 2023.12.12 |
---|---|
형상기억 인간 -23.12.10.(일) (0) | 2023.12.11 |
내가 졌다 -23.12.8.(금) (0) | 2023.12.09 |
망각의 즐거움 -23.12.7.(목) (0) | 2023.12.08 |
회식 별자리 -23.12.6.(수) (1) | 2023.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