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1201

내사랑아 과거가 되지 말아다오

내사랑아 과거가 되지 말아다오 -박원주- 새소리가 지저긴다. 내사랑아 너 거기있니? 널 찾으려 창공을 누비다 다시 내가 선곳에 다시 이르러 허무하게 네 이름을 외쳐보누나. 내 사랑아 내사랑아 과거가 되지 말아다오. 바닷가 모래사장에 신발을 벗고 서서 저 수평선 너머로 네가 지나간 발자취를 더듬는다. 마음 한뭉큼 모래 한웅금 썩어다가 저 바다속으로 녹여보낸다. "너라도 가서 내님에게 내사랑을 전해 다오!" 하지만 허무하게 가라앉아버리는 모래 알갱이. 널 그리며 바다에 몸을 녹였다 모래를 덮고 눕는다. 아 녹지도 뭍히지도 않는 이 가련한 몸둥이여! 내 입술에 머무는 내 고백만 파도처럼 메아리치누나. 밤하늘 까만 별 하나하나 눈망울로 찍으며 너의 말투 너의 고백 너의 미소를 그려본다. 까맣게 뭍혀버리는 너의 ..

전 섹시한 꽃이예요

전 섹시한 꽃이예요. 사랑하는 당신앞이기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어요. 당신만을 위해 이렇게 애타게 유혹하고 있어요. 저의 숨결, 저의 향기, 저의 마음을 당신만을 위해 다 펼쳤어요. 당신은 왜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거죠? 내 향기가 내 눈빛이 느껴지지 않나요? 전 이렇게 당신을 위해 모든 걸 태우며 피우고 있어요. 다가와 나를 품어주세요. 나의 향기를 맡아주세요. 나의 꽃잎을 한번이라도 스다듬어 주세요. 이것이 당신을 위해 피운 나의 모든 순간이랍니다. 당신을 위해 모든 걸 주고 난 영원히 져버릴 꺼예요. 당신품에 스며들고 당신의 사랑속에 시들어 감이 나의 영원한 행복이요 기쁨이기에. 내 앞에서 이제서야 미소짓는 그대여.

나의 희망이다. 쉿

나의 희망이란 이런 것이다. 곧 올 것. 그러나 쉿. 그건 나만 아는 비밀이여야 한다. 겨울이 확실히 봄의 인기척을 꽁꽁 숨기듯 나비가 찔레꽃의 꿀맛을 뇌리속에 기억하지만 겨울 찔레나무에 번데기처럼 메달려 침만 삼키듯이 작년에 따 먹었던 그 앵두의 새큼함이 무딘 겨울 혓바닥을 꾸짓는 비밀이여야 한다. 얼음이 녹기전에 미리 꿈꾸어여야 한다. 내 피부가 얼음과 별반 다를 바 없어야 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겨울 광야길처럼 숨겨야 한다. 내 옷이 눈보다 따사롭거든 그 힌트도 벗어 던져라. 아무도 나의 희망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누구나가 품는 그런 가능성은 나의 희망이 아니다. 나만의 희망은 반드시 내가 열어젖혀야 할 유일한 것이다. 우주를 돌고 돌아도 세월이 돌고 돌아도 나만이 스치고 베이고 피가 흐..

문득 나를 그리다.

문득 나를 그리다 -박원주- 왜 이 깊어가는 가을밤에 문득 깨어 거울에 비친 내가 그리고 싶은 걸까? 그림도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그려놓고 이상한 자취를 후회할꺼면서.. 왜 난 이 깊어가는 가을밤에 문득 깨어 거울에 비친 나를 하나둘 그리고 있는 걸까? 세기고 있는 걸까? 나도 나를 물끄러미 보고 싶었나 보다. 나도 내가 돌아봐주길 기다렸나보다. 내 눈빛 내 얼굴 내 느낌 그 하나하나가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웠나보다. 잊지않으려 잊지않으려 애타게 나를 찾아서 안도했나보다. 이 깊어가는 가을밤에 문득.

제피나무 한나무

제피나무 한나무 -박원주- 숲속에 핀 제피나무 추억 한나무. 내 어릴적 추억같아 스다듬는다. 손가에 스며드는 진한 제피향. 어디선가 추어탕끓는 냄새가 난다. 주륵주륵 비가 내려 시냇물이 불어나면 동네아이들은 신이나서 족대를 들고 동네어귀 냇가들을 샅샅이 누볐었다. 쪽대질에 냇가풀숲은 흙탕물이 되고 놀란 미꾸라지들은 복조리마냥 쪽대속에 한켠에 담겨 허우적댄다. 미꾸리가 거품을 물고 애원을 하면 할수록 우리배는 더욱 더 허기가 져왔다. 빗방울이 아직 맺힌 토란잎도 따고 마당 한켠 감나무밑 제피도 땄다. 까아만 제피씨를 발라내고 나면 손톱은 쏴한 제피향에 쩔어버린다. 부엌 군불 아궁이엔 추어탕이 끓고 집안엔 오랜만에 구수한 고기향이 가득하다. 밥 한공기 쓱싹 말아서 뚝딱 먹고나면 곤한 몸은 청마루에 어느새 골..

농담(이문재)-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가을의 문턱에 눕다

가을의 문턱에 눕다 -박원주- 가을의 문턱에서 대돗자리를 꺼내 깔았다. 화석마냥 외로운 녀석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달빛이 이내 창가를 넘어와 뉘엿 내 곁에 다정히 눕는다. 눈이 부셔서 아래로 돌아 눕혔다. 까만 풀벌레 소리도 와서 눕고 애타게 우는 아기냥이 소리도 와서 눕는다. 빨리 애미냥이도 와서 누워야 할텐데. 다와서 쉬고 누워 잠들거라. 오늘 하루 수고함을 대나무의 살결은 알아 주겠지. 그내들도 속을 비우고 비우며 저 하늘을 채웠으니까. 이 펼친 돗자리는 여름밤 많이 넓고 저 은하수 많이 포근하단다. 어느덧 풀벌레 소리도 자고 아기냥이도 새록새록 잠들고 어미냥이도 와서 누웠다. 정겹게 모두가 둥근 지면에 누워 잠드는 이밤. 우리는 땅위에서 땅밑으로 가는 연습을 하지. 지평선처럼 평행하게 영혼을 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