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소리 흥얼대다 -박원주- 가을밤 모퉁이서 풀벌레소리 들린다. 찌륵찌륵 찌르륵. 위힝힣 위힝힣. 먼 소리일까 궁금해서 귀기울여 들어본다. "즐겁다. 즐겁다. 가을밤이라 즐겁다. 노래해서 즐겁고 시원해서 즐겁다." 찌륵찌륵 찌르륵. 위힝힣 위힝힣. 돌림노래 이 노래만 불러 대샀네. 삶이 지치고 지루하지 않더냐? 뜨거운 내일의 태양이 걱정되지 않더냐? 어제밤 뚜꺼비가 또 온다고 하던데? 이 풀밭도 가뭄에 말라간다 카더라. 다가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꼬? 찌륵찌륵 찌르륵. 위힝힣 위힝힣. 듣는듯 못듣는듯 또 찌르륵 노래하네. "즐겁다. 즐겁다. 가을밤이라 즐겁다. 노래해서 즐겁고 시원해서 즐겁다." 찌륵찌륵 찌르륵. 위힝힣 위힝힣. 도돌이표 이 노래만 불러 대샀네.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 나한테 사랑도 결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