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1157

사랑 콜링 -23.12.27.(수)

사랑 콜링 -박원주- 깜깜한 하나의 밤이 여러 쪽 우주가 되고 하나의 뿌리가 갈라져 우리란 가지가 되었대. 수많은 별과 하늘과 바람과 시 우리 모두는 하나였지. 너와 나, 어디를 떠돌다 하나가 되었듯이 나뉘어진 조각들은 모두 하나가 되려 하지. 널 보며 날 보며 부러워하고 갖고 싶은 것들. 우리 다시 하나가 되고 싶은 탐닉의 열망들. 우리 다시 하나로 되돌아가는 요철의 시간들. 존재와 물질과 생명과 생각을 넘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가는거지. 하나가 되려는 것. 하나가 되는 것. 하나가 된 것. 그걸 우린 사랑이라 부르나봐. * 와이프의 생일을 맞아 맛난 음식도 먹고 케이크도 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항상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넘어 우린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 영화 감독 -23.12.26.(화)

다큐 영화 감독 -박원주- 내가 주인공인줄 알았던 인생이 알고보니 다큐 영화 감독이였네. 모든 걸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서 연출 분량과 카메라 앵글을 고민하기 시작했지. 모든 이를 등장시킬 수 없어서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특이점을 부각시켰지. 줄거리가 없으면 흥행하기 어려워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뼈대도 잡아나갔지. 복선과 클라이막스, 반전!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려고 욕심도 내고 열정도 시간도 쏟아부었지. 아쉬운 건 주인공이 멋지지 않아서 어떤 장르를 연출할지 항상 고민이란 거야. 등장인물을 컨트롤하기도 어려워서 그냥 막 찍고 편집해서 영화를 만들었지. 이제 영화는 거의 반은 찍은거 같아. 매일 매일 촬영하고 편집하려니 힘드네. 그래도 나중에 멋진 영화가 나올테니까 다들 많이 보러와. 너희 다 조금씩은..

그냥그냥 성탄절 -23.12.25.(월)

그냥그냥 성탄절 -박원주- 성탄절. 예수가 태어난 날인건 잘 모른다. 예수가 처녀에게서 태어난 건 더 모른다. 예수가 평범한 목수로 30년을 살다 33세에 인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건 더욱 모른다. 예수가 죽었다가 3일만에 살아나, 40일간 세상에서 지내다가 하늘로 올라간건 더더욱 모른다. 예수가 나중에 다시 온다는 건 더더더욱욱 모른다. 예수가 자신이 하나님이라고 한 건 절대 모른다. 우리는 중요한 걸 모른다. 기억하라 빨간날을 칠해도 보아도 못 보고 들어도 못 듣고 지나친다. 본질을 알면, 이렇게는 살 수 없겠지. 이런 나를 견딜 수가 없겠지. 거기에 인생 모든 걸 걸었겠지. 그땐 이전 나에서 자유롭겠지. 우리는 중요한 걸 모른다. 모르니까 먹고 입고 자고 ㅇㅇ 그냥그냥 영원히 동일한..

딱딱한 인간 -23.12.24.(일)

딱딱한 인간 -박원주- 말랑말랑했던 인간이 금새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투명한 알처럼 딱딱한 피부처럼 세상과 인간 사이 생긴 딱딱한 경계들. 자신을 지키려는 건지 연약함을 숨기기려는 건지 딱딱한 껍질은 그의 일부가 되었다. 내 속의 누추함이 흘러나올까봐 내 속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알처럼 깨뜨릴 수도 없어서 달팽이처럼 껍질을 지고 살아가기로 한다. 조개처럼 커져가는 껍질을 부둥켜안고 가끔 속살을 드러내 세상을 파먹다가 화들짝 물살에 속살을 감춘다. 가끔 베베 꼬인 죽은 껍질을 들고 바다 소리가 난다며 신기한듯 듣는다. 모두가 딱딱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몰캉한 멘틀 위 딱딱한 지각처럼 금 가고 갈아져도 다시금 딱딱해진다. 행성처럼 굳어진 몸뚱이를 버거워하며 동그랗게 깍고 또 깍고, 돌고 또 돌고있다. 수많..

그분이 그립다 -23.12.23.(토)

그분이 그립다 -박원주- “공지사항 전달드립니다. 1. 예수님이 12제자를 키우셨죠? 우리 모두 12명은 꼭 전도하도록 합시다. 2. 신께서는 부족해서 받는 게 아닙니다. 최고의 것, 가장 비싼 것으로 봉헌합시다. 3. 오늘 예배 뒤 특별 경품추천이 있습니다. 순서지 추첨번호 보시고 끝까지 예배드립시다. 4. 기도시간, 성경읽기, 출석률 보고바랍니다. 최다 득점 구역별로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5.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떡집, 출판사 있습니다. 자선단체 후원도 하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6. ‘23년 예결위, ’24년 임원 임직식 있습니다. 개최를 위해 많은 기도와 헌신을 부탁드립니다. 7. 성탄절 예배를 통해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유아부부터 성가대까지 무대 발표준비 바랍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적응 인간 -23.12.22.(금)

적응 인간 -박원주- 죽지 않았기에 살았고 살아남았기에 죽기는 이제 더이상 힘들다. 태어나 삶이란 적응의 연속. 추우면 추운데로 힘들면 힘든데로 죽지않고 견뎠기에 살아온 것이다. ”힘들어 못 살겠어.“ 한숨을 쉬었더니 ’왜 이래? 이제껏 잘도 살아왔잖아.‘ 내 속에 죽기 싫은 관성들이 피식 웃는다. 맞아. 난 계속 살아가겠지. 고통스러워도 살꺼고 죽기까지 유전자를 남길 거고 죽어도 영혼을 남길 거고 어디서나 적응하며 살아가겠지. 암 그렇겠지. 내가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 다른회사 사장님이랑 식사를 했다. 한국 가서 배트남은 따뜻한데 한국이 너무 추워서 이제 한국 못살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더니, 엄마가 베트남사람이냐고? 한국 사람이라고. 이때껏 한국사람으로 잘 살았으면서 무슨 소리냐고 핀잔을 들었단다.

연속 동작 -23.12.21.(목)

연속 동작 -박원주- “부드럽게 올렸다가 그냥 툭 놓으면 됩니다. 채가 지나가다 공이 있으니까 그냥 툭 맞는거예요.” “근데 몸이 움직이면 안되니까 팔은 조이고 굽히지 말고 끝에 손목만 굽히고, 무게중심은 1센티 정도 오른발로 옮기고, 허리가 돌면 가슴이 같이 돌고, 채는 공 앞 땅을 친다는 느낌으로 툭 치고, 시선은 공을 보면서 고개는 살짝 오른쪽으로 두고, 칠 때 무게중심이 옮겨가니까 오른발 살짝 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치면 됩니다.“ ”에이~ 기마자세 아니예요. 다리들면 안되구요. 허리가 같이 돌아야죠. 팔이 꺽였다. 손목은 꺽고! 채 너무 많이 들었다. 시선! 엉덩이 빠지면 안되요. 몸이 또 따라간다. 공 앞 쓸면서 툭! 다리는 왜 계속 들어요? 왼손 굽히지 말고!“ 한 동작 한동작 잘 배워도 ..

술잘알 그 -23.12.20.(수)

술잘알 그 -박원주- 술잘알 그는 와인잔을 5개 준비한 후 화이트-레드, 드라이-스위트, 저-고 알코올, 음식-향-지역별로 나눠 마시고, 집에 방문한 젊은 손님에게 하이볼을 만들어 주고, 와인 매너 교육과 동호회 활동을 하며, 나라별 와인 느낌과 특징을 잘 이야기해 준다. 단,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단다. 술. 내 술은 무엇일까? 내 술을 찾았을까? 내 술을 음미하고 있을까? 그걸 잘 컨트롤하고는 있을까? 벌써 술에 취해버린건 아니겠지? 술 생각에 취한 하루가 헤롱된다. * 술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나에게도 술과 같은 습관이나 취미를 잘 누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 빼는 연습 -23.12.19.(화)

힘 빼는 연습 -박원주- 운동 연습은 힘 빼는 연습. 잘 하고픈 욕심에 힘 들어가면 금방 지치고 자세가 엉망이 되어버리지. 욕심처럼 들어간 힘은 잘 빠지지가 않지. 인생 실전도 힘 빼는 연습. 성공이란 욕심에 힘이 들어가면 금방 관계도 인생도 엉망이 되어버리지. 힘 빼고 비우고 내려놓는 연습. 섭리대로 이치대로 자연스럽게 인생도 힘빼고 다시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거지. * 운동을 배우면 가장 기초가 힘을 빼는 연습이라 비슷함에 놀란다. 이거 인생에도 적용되는 이치 아닐까

생각 감별사 -23.12.18.(월)

생각 감별사 -박원주- 운동을 하는 멋진 몸과 야한 짓 하는 멋진 몸은 다르지. 벗고 운동하는 멋진 몸과 다 벗고 있는 멋진 몸은 다르지. 운동으로 보기 좋은 멋진 몸과 잘 생기고 패션감각있는 멋진 몸은 다르지. 운동으로 보기 좋은 멋진 몸과 운동으로 보기 좋은 멋진 몸은 비슷하지. 다르다면, 운동으로 보기 좋은 본질이 아니지. 눈은 속을 수 있지. 비슷한 그림이라 햇깔릴 수 있지. 욕망과 열등감의 소리에 따라갈 수 있지. 그래서 생각을 잘 구분해야 하지. 생각의 문을 잘 지켜야하지. 내 생각과 소중한 시간은 내꺼니까. * 인스타그램 운동사진을 보며 운동 동기부여를 하려하면 이상한 사진들도 중간중간 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