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딱딱한 인간 -23.12.24.(일)

별신성 2023. 12. 26. 00:33

딱딱한 인간
-박원주-

말랑말랑했던 인간이
금새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투명한 알처럼
딱딱한 피부처럼
세상과 인간 사이 생긴 딱딱한 경계들.

자신을 지키려는 건지
연약함을 숨기기려는 건지
딱딱한 껍질은 그의 일부가 되었다.

내 속의 누추함이 흘러나올까봐
내 속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알처럼 깨뜨릴 수도 없어서
달팽이처럼 껍질을 지고 살아가기로 한다.
조개처럼 커져가는 껍질을 부둥켜안고
가끔 속살을 드러내 세상을 파먹다가
화들짝 물살에 속살을 감춘다.
가끔 베베 꼬인 죽은 껍질을 들고
바다 소리가 난다며 신기한듯 듣는다.

모두가 딱딱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몰캉한 멘틀 위 딱딱한 지각처럼
금 가고 갈아져도 다시금 딱딱해진다.
행성처럼 굳어진 몸뚱이를 버거워하며
동그랗게 깍고 또 깍고, 돌고 또 돌고있다.
수많은 별들처럼 빛나 보이고자
아득한 인생들이 궤도를 떠다닌다.

* 어른들을 만나면 가끔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가식이고 어디까지가 본모습이고 어디까지가 연극인지 알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