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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험 -24.6.28.(금)

첫 시험 -박원주- 똥만 싸도 칭찬 받던 아이가, 밥만 먹어도 대견스럽던 아이가, 일어서기만 해도 박수받던 아이가, 이젠 영어로 첫 면접을 본단다. 뭐라나 궁금해 귀 대고 듣는데 뭐라고 쫑알쫑알 떠들며 웃는다. 언제 이렇게 자란건지.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흐른건지. 그저 대견하구나. 그저 뿌뜻하구나. 여지껏 산 것처럼 살아내면 되는거지. 한시름 한단계 넘어가면 되는거지. 웃고 즐기며 그렇게 사는거지. 고생했다. 내 새끼. 잘했다. 내 아기. * 영어 유치원을 알아본다고 갔더니 아직 어린 아이에게 테스트를 해보고 반을 넣는단다. 어릴 때부터 시험이라니 아이들이 벌써부터 고생이 많다.

룻기를 읽다가 -24.6.24.(월)

룻기를 읽다가 -박원주- 룻기를 읽다가 기구한 한 여인의 사연을 읽다가 “나를 기쁨이라 하지 말라. 나를 슬픔이라 하라.” 나오미, 나오미, 나어미, 나 어미,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데 문득 어머니가 떠오르네. ”룻기는 4장인데 울 어머닌 4장도 없으시네” 어머니가 더 불쌍해 보여서 내가 그리 만든 거 같아서 어머니 생을 몇자 끄적이는데 아는 것도 없고 시간도 없네. 아이고~ 어머니. 4장도 못 적는 불효자가 여깄네요. 아이고~ 어머니. 못 뵙고 살기만 바쁘네요 아이고~ 어머니. 못 적고 살기만 바쁘네요 어머니께 전화로 “어머니 아들입니다.” 아들에 해맑으신 어머니 목소리에 다시 4장 적어야지. 4장 정도는 적어야지. ”어머니 어머니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4장에 어머니만 적는다. 속으로 끙끙대며 어머..

신선한 간 - 2024.6.23.(일)

신선한 간 -박원주- 날마다 내가 신선한 간을 먹는 건 비밀이야. 어떤 신선함과 어떤 죽음을 같이 맛봐야하거든. 멀쩡한 신선한 간은 잘 없는거 같아. 신선한 몸뚱이라 흥분해서 꺼내보면 간은 이미 상했더라구. 심장소리가 커서 기대해서 꺼내보면 간은 너무 작아 먹을게 없구. 웃음소리가 행복해 보여 꺼내보면 간도 없이 실없이 웃는 거더라구. 오늘밤도 몰래 신선한 간을 찾아나서지. 생과 죽음을 바꿀만큼 신선함이 있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 아이들에게 어떤 충격과 지겨움의 반복 사이에서 어떤 신선한 의미와 행복을 줄지 고민이 되는 하루다.

요령 피우기 -24.6.22.(토)

요령 피우기 -박원주- 힘으로 하다간 쉽게 지친단다. 가늘고 길게 가려면 요령껏 살아야지. 엄마에게 선배에게 전수받은 인생의 비법.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는 지레의 원리. 욕심이 과해 막살다 까먹은 마법의 주문. 사는 것게 힘들지? 그거 알아? 요령을 알면 사는 것도 아주 쉬워! 힘들이지 말고 힘빼고 살자꾸나. 요령 피며 쉽게 쉽게 요령껏 살자꾸나. * 운동도 육아도 일도 힘으로 하면 무리해서 얼마 못한다.

기념품 가게 -24.6.21.(금)

기념품 가게 -박원주- 잠시 들렀다가 가는 야행길인데 미련이 남아 기념품 가게에 갔다. 여긴 뭐가 유명한가요? 쓸만한게 있을까요? 이쁜게 있나요? 어느새 두손 가득 기념품이 들려있다. 기념품아 너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니? 아무말 없는 기념품이 한마디 내뱉는다. 너나 나나 무르익어 골동품이 되면은 그때 서로 지난 추억을 이야기 해보자꾸나. * 손님들이 마지막으로 호안끼엠 야시장을 보고 싶다고 해서 호안끼엠을 둘러보고 떠났다.

마음 스위치 -24.6.20.(목)

마음 스위치 -박원주- 마음은 어떻게 열리는가? 똑똑 두드려 보고 안아도 보아도 먼 바다 수평선처럼 멀기만 하다. 멀찌감치 두면 배꼼이 열리고 들어가려하면 굳게 닫히고 억지로 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열쇠를 가진 것도 아니고 안에서 하는 이야기를 귀를 대고 듣다보면 어느새 스윽 열리다가 들어가려하면 쿵 닫히고 지나가는 바람은 알까? 내가 바람이 되면 들어갈까? 마음이 열리면 좋고 안 열리면 듣다 가고 그런거지 머. * 출장자들과 호안끼엠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록 인간 -24.6.19.(수)

초록 인간 -박원주- 인간이 푸를 수 있다면 배고프지 않을텐데 모든 나무가 가진 그 엽록체 하나 없어 굶어죽은 가엾은 인생아. 해를 봐도 먹지 못해 눈만 가려버린 가엾은 인생아. 다음에 싹이 틔거든 나무가 되거라. 다음에 씨를 맺거든 나무가 되거라. 다음에 꽃이 피거든 나무가 되거라. 다음에 해를 보거든 푸르게 먹거라. 배불리 먹고 죽어서 다시 나무가 되거라. * 교수님들과 시내 투어를 했다.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지만 푸틴도 오고 더워서 결국 간단히 보고 콩카페에서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