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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인생 -21.12.10.(금)

가래떡 인생 -박원주-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한마디로 말하기엔 우리네 인생같이 음미할 게 많구나 한톨 쌀이 소금물에 가라않아 못자리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좁디 좁은 진흙을 뚫고 어느새 싹을 틔운다 그러나 잎을 꺼내기도 잠시 곧 뿌리가 뽑히고 묶이고 내동댕이 쳐진다 널다란 광야 외로운 바닷속에 섬섬이 심기운다. 햇살을 삼키고 바람에 할키워도 벌레에 뜯기고 가뭄을 마시어도 어느새 포도보다 거친 알갱이들을 불쑥 꺼내 뱉는다 그러나 알갱이를 이기도 잠시 곧 밑둥이 잘리고 내동댕이쳐진다 너른 사막에 까발라져 말려지고 인정사정없이 마구 두드려패진다 너덜너덜 해진 쌀은 흰 눈동자만 주워다가 차곡차곡 담긴다 다시 눈동자들은 으깨지고 부서지고 갈려진다 다시 눈동자들은 삶키고 뽑히고 잘려진다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

한강으로 간 걸음 -21.12.8.(수)

한강으로 간 걸음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물가서 쉬는 오리 햇살아래 세상을 보는 나무 바다처럼 잠깐 보이는 수평선 거울처럼 맑은 하늘 하늘 잠시 잊은 건망증처럼 무얼 잊었는지 곰곰히 생각하다 한강에서 잠시 잊었던 걸 떠올리며 우리는 피식 웃는다 그런 얼굴들이 웃는 서로를 보며 또 웃는다 누군가의 아들이구나 누군가의 아빠구나 손주랑 왔네 혼자 산책오셨구나 나랑 같으네 옛날 나 같으네 같으네 우리 인생이 같으네 우리 걸음이 같으네 우리 웃음이 돌아가는 길도 같겠지 다시 사는 길도 같겠지 다시 만날 길도 같겠지 무언가 꺼내 주고 싶은데 모두가 빈손으로 왔구나 꺼내줄 꺼라곤 옛 추억의 미소뿐 행복하거라 건강하세요 잘 살아라 맘껏 사랑하세요 맘껏 즐기세요 과거와 미래의 나를 향해 못했던 덕담들..

무서운 생일날 -21.12.7.(화)

무서운 생일날 -박원주- 화려했던 소풍전 기대가 일상아래 지하로 꺼져버린 무서운 생일날이 들이닥쳤다 범죄의 현장마냥 범인도 이유도 없이 살해당해버린 내 생일 "나는 한번만 태어났고 다신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매년 똑같은 생일이란 반복을 이제 여기서 끝내노라 선언을 한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암흑같이, 축복도 희락도 사라져버린 저주같이, 얽키고 설킨 난장판같은 무지한 날이여 홀로 하얀 생일 케익을 도륙하며 삭히던 무서운 생일날이 저물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생일 #코로나 *와이프도 없는 생일날 겸 결혼기념일인데, 코로나 상황까지 생겨 약속도 깨고 혼자서 보내야하는 암담한 현실이 슬프다

햇살이 따가운데 -21.12.6.(월)

햇살이 따가운데 -박원주- 햇살이 따가운데 얼음이 얼어있네 얼음이 얼었는데 햇살이 따가우네 햇살 가운데 세상이 있을까? 세상 가운데 햇살이 있을까? 햇살 가운데 내맘이 있을까? 내맘 가운데 햇살이 있늘까? 얼음 모서리 세상이 있을까? 세상 모서리 얼음이 있을까? 얼음 모서리 내맘이 있을까? 내맘 모서리 얼음이 있을까? #얼음 #자외선 *자외선 지수가 높은지 햇살은 따가운데 날씨는 추워서 얼음이 얼어있다

호빵 반쪽 -21.12.5.(일)

호빵 반쪽 -박원주- 호빵을 쪄먹었더니 호빵안에 돌아가신 아버님두 계시고 아직 식지않은 동생들 웃음소리도 있고 어릴적 부시시한 나도 있다 세월이 그렇게나 흘러도 까만 단팥 밤하늘엔 내 별똥별이 있고 내 은하수도 있고 그토록 그리운 무언가.. 희망이란 단맛이 있다 그래서 호빵을 반으로 항상 쪼개 먹는다 잘 지내고 있나? 식지는 않았나? 까만 내마음 속 보듯이 후~후~ 불면서 #호빵 #단팥 *올 겨울 처음으로 호빵을 사서 쪄 먹었다. 옛날 생각이 뭉클난다

배려의 결정 -21.12.3(금)

배려의 결정 -박원주- 당신이 편한데로 하세요 아니야 당신이 편한대로 해요 아니야 당신이 편한대로 해요 내가 편한 일은 어쩌면 상대가 불편한 일 유한한 세상에 유한한 존재들이 유한한 만족을 두고 유한한 결정을 나누는 일 약육강식 vs 이해득실 배려와 결정을 오가는 눈치 게임은 결국 한 희생양을 죽이고서야 끝이 났다 배려하는 이는 있어도 배려 당하는 이는 없는 결정 편안함과 불편함, 그 중간이 없는 너와 나의 거리 #배려 #결정 *어떤 상황에 타인의 문제가 얽힌 일에 결정을 내리는 일은 배려와 득실의 다양한 상황극을 초래한다

점의 고찰 -21.12.2.(목)

점의 고찰 -박원주- 점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 .원자보다 작지만 볼 수는 있는 존재. .빅뱅이란 점에서 태어난 아기 우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공간이 되는 마법. .얼굴에 있으면은 빼어버리는 애물단지. .하나에 마치고. 둘에 쉬고.. 셋에 침묵하는 기호... .점을 보거나 치거나 믿으면 신이 되는 점술사. .점 점점 점점점 커지는 너란 존재에 대한 의문. .어제와 오늘의 점을 간신히 이은 나란 우주의 점. #점 #점빼기 *이만원에 얼굴에 난 점을 레이저 시술로 하나 빼냈다.

낙엽이 가라앉다 -21.12.1.(수)

낙엽이 가라앉다 -박원주- 무지막지하게 자라던 초록이 잠잠하더니 거칠게 휘몰아치던 무지개가 멈짓하더니 하늘에 달려있던 무게들이 가라앉는다 徐徐히 오래도 달려 있었구나 구름도 아닌 것들이 조금의 태양도 더 먹어보겠다고 뻐금거리다 이제사 땅! 지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죽어라 죽어야지 갈 시간이 되었다 가라앉은 무게들이 고요히 묻는다 삶이 끝난 무게들을 고요히 묻는다 잘 가거라 한 시절 참 아름다웠다 수많은 잎들을 부둥켜안고 엉엉~ 힘들었던 기억들 해맑았던 추억들 뿌리 뿌리 흩어졌던 파편을 안고 엉엉~ 마지막 남은 눈물까지 짜내고 말라버린 낙엽을 불살라버린다 이제 가라앉은 무게들을 가지런히 눕혀 재운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이제 다 이루었다 마른 잎이 다시 싹 틀때까지 비움으로 가득찬 지면 위에 누워 수면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