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 인생 -박원주-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한마디로 말하기엔 우리네 인생같이 음미할 게 많구나 한톨 쌀이 소금물에 가라않아 못자리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좁디 좁은 진흙을 뚫고 어느새 싹을 틔운다 그러나 잎을 꺼내기도 잠시 곧 뿌리가 뽑히고 묶이고 내동댕이 쳐진다 널다란 광야 외로운 바닷속에 섬섬이 심기운다. 햇살을 삼키고 바람에 할키워도 벌레에 뜯기고 가뭄을 마시어도 어느새 포도보다 거친 알갱이들을 불쑥 꺼내 뱉는다 그러나 알갱이를 이기도 잠시 곧 밑둥이 잘리고 내동댕이쳐진다 너른 사막에 까발라져 말려지고 인정사정없이 마구 두드려패진다 너덜너덜 해진 쌀은 흰 눈동자만 주워다가 차곡차곡 담긴다 다시 눈동자들은 으깨지고 부서지고 갈려진다 다시 눈동자들은 삶키고 뽑히고 잘려진다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