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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시간에 -15.05.15.금

오해의 시간에 -박원주- 역사가 시작되고 만남이 시작되고 우리의 접점이 생겼다 유한한 시간에 유한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라 무한히 알수없고 무한히 사랑할 수 없단 핑계로 첫번째 오해가 생겼다 사소한 거니까 나중에 풀면 되니 그냥 넘겼다 두번째 오해가 생겼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걸까? 화가 났다 세번째 오해가 생겼다 내가 알던 그 사람 맞나? 사람이 다르게 보였다 네번째 오해가 생겼다 원래 그런 사람이였나보다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멀어질수록 심해지는 오해의 빈도와 강도. 우리는 오해의 시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다시 그 사람의 마음을 만날 수 있을까? 미련이 생기더라도 지금 다시 만나는 건 내 욕심이겠지 훗날 우리의 역사가 멈춘 그 시점에 다시 만나 오해의 시..

누가 누가 잘하나 -15.05.14.목

누가 누가 잘하나 -박원주- 긍정주의자가 다 잘될꺼야라고 말했다 현실주의자가 열심히 살아라라고 말했다 실속주의자가 실리를 따르라고 말했다 공리주의자가 다수의 선을 추구하라 했다 공자, 맹자, 장자, 소크라테스도 말했다 기억은 안나지만 좋은 말을 했을 것이다 나도 중얼거렸다 누가 누가 잘하나? ​​

구멍난 바느질 -15.05.11.월

구멍난 바느질 -박원주- 어릴땐 영말이 구멍나면 꼬메 신었는데 어느순간 구멍난 양말은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작은 구멍과 사소한 흠집에도 귀찮은 바느질과 남들의 시선에 무수히 운명을 달리했던 구멍들 오늘도 무심코 구멍난 양말을 버리려다 정든 양말과 눈길이 마주쳤다 나는 누군가의 상처를 대하는 순간 구멍난 양말처럼 버린건 아닌지? 시간과 함께 기워보는 참회의 바느질. 바늘아 너 비록 구멍났지만 내 너를 버리지 않으마 속삭이며 구멍난 내 마음을 조심스레 기워 나갔다 ​​​​

어머니 일기 -15.05.08.금(어버이날)

어머니 일기 -박원주- 시골서 농사짓는 사람은 진실하겠지 십팔세에 시골로 시집을 와서 열여덟 누나 낳고 스물에 날 낳아 애가 애를 키우다 젊음을 다 보내버린 그래서 누나같이 옆에 있는 분 "엄마 팔 아플까봐 팔베개 안 할래" "엄마 다리 아플까봐 어부바 안 할래" 내살배기 한 말이 너무나 기특해서 기억도 없는 내 어릴적 얘기를 가장 생생히 들려 주시는 분 날 항상 엎고 키우셨던 할아버지. 애들과 박치기를 시키다 애들이 울면은 내 귀를 죽 잡아 당기며 해주셨던 말 "이녀석 나중에 잘 될꺼니 두고봐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전해주시는 분 동네 할머니들께 냄비를 그냥 주셨던 정도 많고 여리셔서 술도 좋아하셨던 아버지. "내 아니면 누가 너희 아빠 데리고 살겠니" 자식들 어긋날까봐 항상 보듬고 주무셨던 인내심도 ..

문득 -15.05.07.목

문득 -박원주- 문득 더운 여름날 차가운 수박을 숟가락으로 퍽퍽 퍼먹다 돗자리위 대자로 뻣어 잤던 때가 그리워 빨리 여름이 왔으면 했다 문득 장마비 내리면 무작정 들녘을 걷다가 빗방울 소리에 맞춰 춤추던 개구리밥을 귀여워해줄 때가 그리워 빨리 장마비가 왔으면 했다 문득 창가에 앉아 소쩍새 소리 들으며 책을 읽다가 소쩍새도 잠이들면 고요했던 적막감이 그리워 빨리 여름밤이 왔으면 했다 문득 그랬다 왠지 다시 여름이 오면 그 옛날 그 여름이 다시 올 것 같았다 실은 무진장 덥기만 할 여름이면서 문득 그랬다 그냥 그랬다 스쳐갔던 내 사랑들처럼 문득 ​ ​

IDC 꽃센터 -15.05.06.수

IDC 꽃센터 -박원주-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자 꽃이 피었다 우리가 사는 일기, 추억, 생각, 비밀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데이터들이 자라는 곳 꽃들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피워내느라 분주하다 인간이 만들어준 초라한 상자속에서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이 세상의 모든 가치들을 속에 담느라 분주한 보이지 않는 꽃들의 향연 가끔 보이는 걸 치중하는 사람이 들어왔다가 잠시를 못견디고 금방 뛰쳐나가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