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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트리's마스 -21.12.16.(목)

메리 트리's마스 -박원주- 사소한 나무가 갑자기 뻔쩍이며 인사한다 죽은 듯 떨군 잎파리를 악 물고서 난 죽지 않았어 외쳐댄다 간만에 열린 번쩍이는 열매들이 즐거운 나날들이여 곧 오실 산타여 축제를 벌이고 있다 갑자기 같이 죽어가던 사람들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살아내자 함께 즐기자 외쳐댄다 그래 나도 메리 트리's마스다! 모두가 가슴속 응어리들을 태우며 번쩍번쩍 즐거운 축제날이다! #트리 #성탄절 *거리마다 반쩍이는 트리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생각 방화벽 -21.12.15.(수)

생각 방화벽 -박원주- 누군가 날 흔들 순 없지 난 내가 지켜야지 생각의 문앞에 나란 초병을 세운다 사랑하는 생각아, 넌 날 사랑하느냐? 간단한 질문으로 생각을 여닫는다. 출처 모를 생각이 날 흔들지 못하게 끝도 없는 생각이 날 휘젖지 못하게 오늘도 떠오른 생각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생각아, 넌 날 사랑하느냐? 내 뇌리를 치라 #방화벽 #생각 *컴퓨터 네트워크 방화벽 정책을 손보는데 사람의 생각이랑 시스템이 비슷하다

비가 추적추적 -21.12.14.(화)

비가 추적추적 무슨 할말이 내리는지 추적추적 간보는거야? 추적추적 내게 오지마 추적추적 제주돈 지진이 났다는데 이깟 비쯤이야 추적추적 그럴 기분 아니야 추적추적 어제와 다른 풍경이라 낫다구? 추적추적 눈물도 핏물도 국물도 아니여서 괜찮아? 추적추적 혹시 알어? 추적추적 내맘인지? #겨울비 #추적추적

일용할 양식 -21.11.12.(일)

일용할 양식 -박원주- 젖 먹이시던 엄마의 가슴은 다시 젖을 빨지않아 기억이 나지않아도 칼국수, 수제비, 명태전... 음식을 먹을 때마다 다시 엄마의 내음이 난다 마음에 배어버린 내음 같이 먹던 웃음 소리, 풍경 하나 그 기억의 메타버스에서 내릴 수가 없다 꼬막 한 소쿠리에 외할머니 낚지 한마리에 아버지 수구레 국밥 한그릇에 할머니 감주 한병에 마산 숙모 위스키 한병에 외삼촌 가래떡 한줄의 방앗간 아주머니 기억은 사라진듯 가마득한데 그 때의 맛은 어딘가 살이 되어 그 맛 그 내음에 문득 그 분이 되살아난다 매일 일용할 음식을 먹으며 떠올리는 그 누군가.. 그 분께 못했던 말한마디 꿀꺽 국물과 삼킨다 짤다면 짧은 인생 사람은 죽어서 맛을 남긴다 나는 누군가에게 무슨 맛일까? 맛난 인생이 되어라 든든한 살이..

축구들아 -21.12.11.(토)

축구들아 -박원주- 어릴 때 그토록 넓던 축구장 그토록 잘차던 선배들 헛발질만 해대던 나 다치고 주눅 들던 내가 이제 축구란 걸 알아가는 듯하다 처음엔 다 그래 모르니깐 어색하고 실수가 많고 익숙하지 않으니깐 다치고 재미없고 힘들고 그러다 내가 주인공인 걸 알게되면 골대에 공 들어가는 재미가 솔솔하지 훨씬 덜 힘들고 신나고 축구장도 사람도 관객도 보이지 그게 꼭 인생같지 않아? 축구들아 #축구 #조카랑 *어린 조카랑 축구를 차면서 나를 이기려는 조카를 보니 내가 참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가래떡 인생 -21.12.10.(금)

가래떡 인생 -박원주-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한마디로 말하기엔 우리네 인생같이 음미할 게 많구나 한톨 쌀이 소금물에 가라않아 못자리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좁디 좁은 진흙을 뚫고 어느새 싹을 틔운다 그러나 잎을 꺼내기도 잠시 곧 뿌리가 뽑히고 묶이고 내동댕이 쳐진다 널다란 광야 외로운 바닷속에 섬섬이 심기운다. 햇살을 삼키고 바람에 할키워도 벌레에 뜯기고 가뭄을 마시어도 어느새 포도보다 거친 알갱이들을 불쑥 꺼내 뱉는다 그러나 알갱이를 이기도 잠시 곧 밑둥이 잘리고 내동댕이쳐진다 너른 사막에 까발라져 말려지고 인정사정없이 마구 두드려패진다 너덜너덜 해진 쌀은 흰 눈동자만 주워다가 차곡차곡 담긴다 다시 눈동자들은 으깨지고 부서지고 갈려진다 다시 눈동자들은 삶키고 뽑히고 잘려진다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

한강으로 간 걸음 -21.12.8.(수)

한강으로 간 걸음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물가서 쉬는 오리 햇살아래 세상을 보는 나무 바다처럼 잠깐 보이는 수평선 거울처럼 맑은 하늘 하늘 잠시 잊은 건망증처럼 무얼 잊었는지 곰곰히 생각하다 한강에서 잠시 잊었던 걸 떠올리며 우리는 피식 웃는다 그런 얼굴들이 웃는 서로를 보며 또 웃는다 누군가의 아들이구나 누군가의 아빠구나 손주랑 왔네 혼자 산책오셨구나 나랑 같으네 옛날 나 같으네 같으네 우리 인생이 같으네 우리 걸음이 같으네 우리 웃음이 돌아가는 길도 같겠지 다시 사는 길도 같겠지 다시 만날 길도 같겠지 무언가 꺼내 주고 싶은데 모두가 빈손으로 왔구나 꺼내줄 꺼라곤 옛 추억의 미소뿐 행복하거라 건강하세요 잘 살아라 맘껏 사랑하세요 맘껏 즐기세요 과거와 미래의 나를 향해 못했던 덕담들..

무서운 생일날 -21.12.7.(화)

무서운 생일날 -박원주- 화려했던 소풍전 기대가 일상아래 지하로 꺼져버린 무서운 생일날이 들이닥쳤다 범죄의 현장마냥 범인도 이유도 없이 살해당해버린 내 생일 "나는 한번만 태어났고 다신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매년 똑같은 생일이란 반복을 이제 여기서 끝내노라 선언을 한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암흑같이, 축복도 희락도 사라져버린 저주같이, 얽키고 설킨 난장판같은 무지한 날이여 홀로 하얀 생일 케익을 도륙하며 삭히던 무서운 생일날이 저물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생일 #코로나 *와이프도 없는 생일날 겸 결혼기념일인데, 코로나 상황까지 생겨 약속도 깨고 혼자서 보내야하는 암담한 현실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