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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독후감 -23.9.9.(토)

박물관 독후감 -박원주- 찬란했던 영광이 가고 흔적만이 남아 누군가의 눈요기가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는데 요즈음은 비행기로 가고 굳이 안가고 화상으로 만난다 역사도 문명도 위인도 성인도 이젠 두꺼운 책으로 커다란 동상으로 남아 그 흔적을 곧추세운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구나 헌 것들에게서 새 것들의 운명을 본다 난 누군가의 눈요기라도 될까? 한 낮 희망이라도 토닥이며 나의 구석구석을 훑어다본다 서시까진 아니여도 쪽 팔리진 않아야할텐데 “다 지나가리라” 그래서 다 지나면, 나도 지나가버리면 이 세상은 무슨 재미로 살아야할까? 또하나의 의미나 또하나의 목적이나 또 하나의 가치나 또 하나의 고상함이 도사리고 있을까? 아는 사람 손? *호아안 밤 구경을 했다. 한때는 찬란했던 무역의 중심지라는데 이제는 다낭..

눈 잃기 -23.9.8.(목)

눈 잃기 -박원주- 가끔은 눈을 감아야지 눈에 보이는 게 다 인 것같을 때 잡음에 흔들린 초점을 정박시켜야지 보이지 않는 것들아 어디쯤에 있니? 더듬더듬 소리를 들어야지 난 정말 쓸데없이 보이려고 참 구물거렸구나 그래서 내일 갈 길이 멀구나 눈을 떴을 때 나는 눈을 감았을 때 나와 같거라 * 행사 차 다낭 출장을 왔다. 흘러가는 비행기 구름처럼 살아야지 했는데 막상 행사장에서는 눈에 보여지는 모습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

턱 턱 -23.9.6.(수)

턱 턱 -박원주 턱. 턱. 턱과 턱 사이 뭐든 넣으면 다 씹을 줄 알았다 맘같이 씹히지 않는 순간 난 턱이 어디쯤인가? 더듬거렸다 매일 얼굴을 보아도 보이지 않던 그 먹고 사느라 바빠 너만 이용한 내가 미안하구나 어디서부터인가 틀어져버린 우리 아구를 딱딱딱 거리며 맞춰보았다 * 갑자기 턱이 아파 베트남 현지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도 받고 초음파 치료도 받고 약처방도 받았다

일상 비보 -23.9.5.(화)

일상 비보 -박원주- 가끔 가다 훅 일상이 멈추면 충격에 넘어져 주변을 두리번 댄다 무엇이 나의 일상이 있었을까? 물을 떠난 고기처럼 뻐끔 거치는 것은 지금 숨을 잘 쉬는게 쉬는게 아니야 어느날 죽어버린 어느 이름처럼 이제 생소한 죽음도 일상이 되는 때가 왔다 같이 옆에 둥둥 흘러가는 부유물들에게 묻는다. 일상이란게 있을까? 이제는 가라앉아 잠잠한 모든 침전물들처럼 우리는 죽고 끊어져 잊혀진 죽어야하는 일상의 침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같이 일하는 직원이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해서 좀 정신이 없었다. 베트남에서 일하는 것, 살아가는 것, 그 일상을 돌아다본다

전지적 카페 시점 -23.9.4.(월)

전지적 카페 시점 -박원주- 카페를 찾아 떠난다 조건은 분위기인즉슨 내 맘이다 들어갔다 나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그래도 내 맘대로 정하는게 하나 있어 참 좋네 잠시 카페를 호령하곤 문을 나선다 다시 다음 카페를 찾아 나선다 *호안끼엠 둘레를 살짝만 벗어나면 까페거리가 많다. 이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내 삶을 내가 주관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까 더 카페에서의 시간이 소중하다.

면빨 복불복 -23.9.3.(일)

면빨 복불복 -박원주 먹기 전엔 알 수가 없네 먹어보고, 미소짓거나 후회하거나 이런게 미친 현실감인가? 먹고 싶기도 하다가 덜컥 먹기에 겁나는 가다가닥 면빨이 도사린 복불복 끼니살이 * 푸지 마사지 옆 일본 편의점에서 냉동 우동면만 샀는데 데워먹으니 쫄깃하다. 역시 일본 편의점 짱. 외국생활에서는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 편의점만 잘 이용해도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된다.

가지 가지 치기 -23.9.2.(토)

가지 가지 치기 -박원주- 가지를 쳤다 넘 쳤구나 아프다 *투레공원은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가까운 공원이다. 동물원도 잘 되어 있어 3만동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코끼리, 기린, 악어, 원숭이, 사슴 등을 볼 수 있다. 6시 이후 저녁에 가면 무료로 산책이 가능해서 좋다. 섬을 낀 호수를 따라 산책하면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그런데 공원에 울창한 나무들을 가지치기를 했는데 생각보단 너무 쳐서 나무 줄기만 남아 있다.

대충 작품 -23.9.1.(금)

대충 작품 -박원주- 무슨 의미일까? 난해한데? 대충 그렸겠지 뭐 내 인생이?? 대충이란게 있을까? 대충 대충 살자 작품이면 됐지 뭐 *베트남 파인 아트 박물관에 가면 다양한 시대별 그림과 문화재, 조소들을 감상할 수 있다. 더운 하노이에서 실내에서 예술을 시원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아내와 한 여인이 그려진 작품을 보다가 뒷 배경이 궁금했다. 소파? 가구? 옆의 꽃병과는 사뭇다른 배경에 의아함이 겹칠 때 아내가 ‘대충 그렸겠지’ 농담삼아 말했다. 전쟁을 치르며 일상을 살던 그들에게 저 그림에서 대충이란게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우리네 삶들도 대충이란게 있을까? 싶었다. 물론 대충 살고 있지만...

아빠, 왜 세상 사람들은 힘들게 살아요?

'당연하다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은 애를 키우면 깨닫게 된다. "아빠 이건 뭐예요?"로 시작하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 그 질문에 나는 '내가 모든 존재를 다 알 수는 없구나'하는 인식에 이른다. "아빠 도로에 날아다니는 저건 뭐예요?" 보니 무심히 보던 베트남 가로수가 어느새 꽃이 지고 씨앗이 민들레씨처럼 날아다닌다. 사실 나는 저 가로수의 이름도 모르기에 가로수의 씨앗 이름도 당연히 알 턱이 없다. "아 저거는 가로수의 씨앗이 날아다니는거야." 그냥 그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해주고 넘어가기 바쁘다. 더 질문이 이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날아다니는 눈같은 씨앗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날아오면 어떨까? "아빠 죽음이 뭐예요?" "생명이 뭐예요?" 이런 질문.. 뭔가 당연하게 ..

수(필수)필 202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