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한강으로 간 걸음 -21.12.8.(수)

별신성 2021. 12. 8. 23:37

한강으로 간 걸음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물가서 쉬는 오리
햇살아래 세상을 보는 나무
바다처럼 잠깐 보이는 수평선
거울처럼 맑은 하늘 하늘

잠시 잊은 건망증처럼
무얼 잊었는지 곰곰히 생각하다
한강에서 잠시 잊었던 걸 떠올리며
우리는 피식 웃는다
그런 얼굴들이
웃는 서로를 보며 또 웃는다

누군가의 아들이구나
누군가의 아빠구나
손주랑 왔네
혼자 산책오셨구나
나랑 같으네
옛날 나 같으네
같으네 우리 인생이
같으네 우리 걸음이
같으네 우리 웃음이
돌아가는 길도 같겠지
다시 사는 길도 같겠지
다시 만날 길도 같겠지

무언가 꺼내 주고 싶은데
모두가 빈손으로 왔구나
꺼내줄 꺼라곤 옛 추억의 미소뿐

행복하거라
건강하세요
잘 살아라
맘껏 사랑하세요
맘껏 즐기세요

과거와 미래의 나를 향해
못했던 덕담들을 미소로 화답한다
원두막에 모여
한바탕 수박을 베어물듯이
인생들이 갈대처럼 부대끼다
곧 흘러간다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흘렀을까
아름드리 나이테처럼
수많은 발자국들이 찍혔어도
인생의 자취는 하나도 흔적이 없구나

어쩌면 흘러가는게 인생이겠지
한강이 흐르듯이
고인 물이 아니듯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인생이 흐르고 나면
언젠가 저 바다끝에서 모여
조잘조잘 속닥일지
못다한 사랑을 나눌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끝을
기대해본다

#한강 #산책
*어제 한강을 거닌 사진을 정리하는데 발걸음이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