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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나 -21.12.26.(일)

생각이나 -박원주- 잊을만 하면 생각이나. 없어지진 않은 사실과 잊어져야할 기억 사이에서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 요동쳐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 잊을만 하면 생각이나. 번잡한 숲을 만들고 풍랑을 만들고 잠잠하다 싶으면 외론 사막을 만들어 허기진 나를 세워놓는다 내가 어떻게 하나? 바라보는 것처럼 잊을만 하면 생각이나. 사로잡히지 않으려 도망치다 문득 생각의 첫 대가리를 잡아 때리며 내가 왜? 굳이 왜? 생각과 씨름하기도 무의미해져버린 한 시간을 지난다 잊을만 하면 생각이나. 다시 한 생각을 또 만난다 그래 또 잊을만 하면 생각이 나겠지 잊을만 하면 생각이나. 그냥 더 내가 낮아지기로 했다 그냥 더 내가 작아지기로 했다 그냥 더 내가 부서지기로 했다 그냥 더 내가 사라지기로 했다 그냥 더 내가 잊혀지기로 했다 ..

C 바다 -21.12.24.(금)

C 바다 -박원주- 강물이 바다에 다다르자 강물이 바다에게 외쳤다 넌 C 야 순간 바다는 기분이 나빳다 아니 기분을 잡쳤다 근무평가받은 내 기분처럼 드넓던 바다가 C가 되버렸다 바다 발 이해못할 강물의 습격 바다는 격노하고 출렁이고 출렁인다 강물과 만난 그 곳을 때리고 또 때린다 바다는 다시 평온했던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수평선처럼 고요했던 하늘과 닿았던 그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잠잠해져라 내 바다여 #근무평가 #내마음 *근무평가를 받았는데 윗분들의 특정 논리로 내가 불이익응 당하는 관행은 좀 없어졌음 좋겠다

추어긔 오타 -21.12.23.(목)

추어긔 오타 -박원주- 그냥 걷던 길인데도 뭔가 평범하지 않다 내가 걸은 길인데도 다시 보면 보이지 않는다 잘 알꺼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틈틈히 박힌 오타들은 무슨 말이 하고픈걸까? 다시 처음부터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든다 옛 추억의 사진첩 넘기듯이 나를 피식하게 만든다 아~ 이제는 흘러가버린 인생이구나 이제는 늙어가버린 한줄 인생이구나 그려려니 받아들여야하는 인생이구나 보듬어주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내 인생이구나 #지원서 #오타 *지원서를 쓰는데 최우서상 등 오타가 넘 많아서 보내고나니 부끄럽네

움직어야해 -21.12.22.(수)

움직여야해 -박원주- 다리가 달려 있잖아? 어서 걸어야해 밖으로 나가야해 고인 다리는 썩는거야 분주한 거리에서 사람들을 가로질러 누가 가나 무엇을 디디고 있나 왜 속도가 괜찮은가 허벅지에서 발가락까지 힘 주며 다시 걸어야해 호흡 한번에 한걸음 심장소리 한번에 한걸음 오늘을 걸어야해 내일로 흘러야해 그래야 오늘을 보내고 내일이 맞을 수 있어 그래야 나를 기억 속으로 흘려보낼 수 있어 적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일까지는 꼭 걸어가야해 #산책 #걸음 *와이프랑 아기랑 산책을 나왔는데 분주한 홍대에 사람들이 열심히 걷는다

마음 독백 -21.12.21.(화)

마음 독백 -박원주- 말한마디에 마음이 얼었다 말한마디에 마음이 깨졌다 붙이자 붙이자 해도 딱딱한 파편들은 붙지 않았다 그냥 신경쓰지 말자 베이지 않아 괜찮아 마음을 다독인다 시간이 마음에 흐르자 마음이 다시 녹는다 마음이 다시 붙는다 쓸데없는 소음들이 가라앉자 마음이 다시 나를 부른다 신경 쓸 필요없어 신경끄자 곧추섰던 잔털이 눕는다 다시 마음이 잔잔해진다 언제 풍랑이 있었냐는듯 그 이전처럼 #말 #신경 *일로 받은 스트레스가 서로의 말로 증폭된다. 신경끄는 연습을 한다

눈 녹는 길 -21.12.20.(월)

눈 녹는 길 -박원주- 아름답게 내린 눈이 녹는다 투명하게 사람이 흙으로 돌아가듯 사라지는 흰 인생을 밟는다 사각사각 이제 너는 어디로 가느뇨? 이제 나는 어디로 가느뇨? 서로가 서로의 인생을 밟아도 비명소리는 너무 작다 사각사각 내릴땐 소리도 없이 오더니 떠날땐 천지에 피범벅을 뿌리고 여한이 없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아직 할 말이 많은데 들어줄 인생들이 녹는다 사각사각 #눈 #녹음 *주말에 내린 눈들이 다 녹아버렸다

없는 이유 -21.12.19.(일)

없는 이유 -박원주- 죄를 지어서 받는게 아니다 벌을 받아서 꼬인게 아니다 고아도 과부도 무죄이거늘 죄인조차 벌을 받지 않거늘 인생이 무지개라 그렇소 아름드리 빨주노초파남보 너머 보이는 탄생과 죽음 너머 느껴지는 따스함과 차가움 너머 알수없는 확률과 무시무시한 계획이 사는 희노애락의 무지개라 그렇소 누군가 잘못도 아니오 누가 칠한 색깔도 아니오 그냥 그자체로 피어나는 죄들이오 멀리 돌아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그런 죄들이오 #욥기 #죄와벌 *욥기를 읽는데 죄에 대해서 고난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민하게 된다

변온 동물 -21.12.18.(토)

변온 동물 -박원주- 아기 눈이 내린다 언젠가 눈사람이 될 흰 꿈들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리면 우리 다같이 어린아이가 되자꾸나 어린 눈사람의 꿈을 이루어줄 산타 클로스 잠시나마 되어보자 뜨건 손에 흰눈이 녹지 않게 뛰던 심장에 흰눈이 밟히지 않게 거친 열기를 잠시 멈추고 차가운 눈동지가 되자 단 몇초라도.. 죽지않을 변온 동물이 되자 잠시나마 얼어죽은 눈사람이 되자 그토록 사무치게 함께 딩굴었던 그리운 사람이 되자 #눈 #눈사람 *외출했는데 갑자기 폭설이 내린다

명월 교훈 -21.12.17.(금)

명월 교훈 -박원주- 달이 떳네 멀리서 달이 나를 보네 내가 조금 움직여도 쳐다보네 항상 그자리에 머물며 아무일도 없었던듯 나를 보네 미친듯이 달린 내가 머슥할 정도로 뚫어져라 계속 나를 쳐다보네 먼 달에게 나와의 거리는 더이상 분주하지 않네 어쩌면 내가 중요하다 따져댔던 거리보다 날 바라보는 방향이 중요했나봐 서로 얼굴을 마주보듯 서로 시선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나봐 달아 그렇게 나에게 떠오른 달아 #달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