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1157

기적을 기다리며 -24.7.14(일)

기적을 기다리며 -박원주- 기적을 기다리며 서 있습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언제나 올까? 빈 하늘을 올려보며 이제나 올까? 이미 와버렸는데 내가 놓친 건 아닐까? 내 눈에 선명히 맺히길 기도하며 긴 시간을 감으며 서 있습니다. 당신이 날 불러 줄 때 당신이 내 손을 잡아 줄 때 그 하나의 기적을 바라며 내 귀가 소스라지는 그 때 내 손이 바스라지는 그 때 그 하나의 기적을 기다리며 저 끝없는 망망대해를 견딥니다. 저 한없는 천고를 견딥니다. 님이여. 어여 오소서. 가물어 메마른 내 눈가에 어서 오소서. * 룻이 이삭을 그냥 주운줄 알았는데 주인이 허락해주기까지 먼저 계속 서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오늘의 메뉴 -24.7.13.(토)

오늘의 메뉴 -박원주- “뭐 먹지?” 어제와 같은 메뉴는 안됩니다. -> 색다른 메뉴여야 합니다. 맛이 없어도 안됩니다. -> 모두가 맛있다 인정해야합니다. 너무 비싸거나 멀어도 안됩니다. -> 정해진 끼니 때 전에 먹어야합니다. 고민이 너무 길어져도 안됩니다. -> 물어보면 최대한 빨리 답해야합니다. 벌써 배가 고파옵니다. -> 그렇다면 오늘의 메뉴는? “뭐 먹지?” * 집이 제일 좋아 집안에서 놀아도 매 끼니 먹는 건 무얼 먹을지 둘이서 고민이다.

완전히 떠날 때 -24.7.12.(금)

완전히 떠날 때 -박원주- 어제껏 떠날 때는 다시 돌아오는 게 익숙했나봐. 매일 돌고 돌다보니 다시 처음이란 게 익숙했나봐. 미련이 없다 생각했는데 많은 게 익숙해졌나봐. 다 버렸다 생각했는데 아직은 놔두고 온게 많나봐. 이제 진짜 떠난다 생각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네. 진짜 이제 마지막 발걸음을 드니 한발 한발 점점 무거워져 못 움직이겠어. 결국 진짜 떠날 땐 아무것도 못 가지고 가는구나. 진짜 떠날 땐 아무것도 떠나는 게 없어서 떠나는 것도 없이 가야하는구나. 나조차. * 옆 사무소 소장님이 귀임하시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은다고 긴 말을 남기시고 한국으로 가셨다.

영원한 껌딱지 -24.7.11.(목)

영원한 껌딱지 -박원주 한때는 고무나무였는데.. 껌이 되어 씹힐 줄은 몰랐다. 씹다 수영장 샤워실 벽에 붙을 줄도 몰랐다. 아무도 날 건들지 않을 줄 몰랐다. 영영 날 까먹을 줄도 몰랐다. 다시 씹지도 만지지도 다시 때지도 버리지도 않는데 세월에 굳어져가는 몸을 보며 “여기 고무나무 있어요!“ SOS 외쳐대던 목소리들 포기해버린 것들이 거름이 되었다. 열심히 사느라 흘린 땀방울을 씻느라 바쁜 사람들이 괜히 싫었지. 그렇게 세월과 함께 벽도 나도 낡아갔다. 어느날 문득 샤워실 문이 부서졌다. 문을 수리하고 라카로 하얗게 벽을 뿌리더라? 날 땔줄 알었는데 그대로 뿌리더라? 나도 같이 하얀 울퉁불퉁한 벽을 만들더라? 이젠 진짜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줄 모른다. 나도 내가 여기 뭍힌 줄 모른다. 영원이란 긴 ..

이제 와서 -24.7.10.(수)

이제 와서 -박원주- 급할 때 해주지 이제 와서.. 해달랄 때 해주지 이제 와서.. 안아달랄 때 안아주지 이제 와서.. 식어서 가득 차버린 마음이 넘쳐서 이제 더이상 감사를 표하기엔 사치스럽다. 교묘한 타이밍을 가진 시간. 그 타이밍을 맞추어야 우리는 추억이라 불렸다. 기막힌 순간에 부딪혀 서로의 기억에 각인될 환희들을 기다리다 둥둥 울리는 뒷북소리에 허탈하게 장단을 맞추며 아쉬워했다. 이제 와서.. * 누군가에게 해달라고 했을 땐 그렇게 안해주더니 이제사 돈이 남으니 생색을 내는 모습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네.

오해의 바운더리 -24.7.9.(화)

오해의 바운더리 -박원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언제나 도사린 오해의 바운더리. 눈이 두개라서 두개만 본건지? 귀가 두개라서 두개만 들은건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입이 하나라 한번만 말할게. 있어야할 곳에 있어만 다오. 걸어야할 길을 걸어만 다오. 오해로 이해할 일 없도록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나지 말자. * 절차를 안지키는 동료에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도 필요한데 서로 상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거북목 -24.7.8.(월)

거북목 -박원주-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모두가 멈춰선다. 우리는 속도에 익숙해져 살았구나. 모두가 자전하다 멈추고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다 시커먼 하늘을 올려다본다. 평소에 이쁜 하늘이나 올려다보지. 이제사 모두 삐그덕대는 목을 꺽으며 무심히 본 하늘을 원망을 한다. 다들 하늘에게 불평하며 비를 멈추라 쏘아붙인다. 그래도 비는 멈출 기미없이 계속 내린다. 모두가 속도를 까먹을 때쯤 목적지를 잊었을 때쯤 약속이 취소된 때쯤 “이제 됐다.” 툭! 푸러렀던 하늘이 다시 열린다. *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세상이 멈춰서서 하늘을 본다

졸음이 오다 -24.7.7.(일)

졸음이 오다 -박원주-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게 눈꺼풀이구나. 졸려도 눈은 눈꺼풀을 놓아주려 않는다. 열렸다 닫혔다 열렸다 닫혔다 껌벅대는 눈을 따라 껌벅대는 세상. 모든 문을 열어둔 채 눈만 덜컹 닫는다. 알던 세상이 닫히자 모르는 세상에 누워서 잔다. 알던 세상이 지겨워 감은 눈은 떠지지가 않는다. 미련없이 떠난 세상이 죽음처럼 쓰잘데기 없다. 언제 잠이 끝나야할지 언제 눈을 떠야할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나도 모른 채 그토록 아까워하던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갈 뿐이다. * 예배 시간이 졸리는 건 몸이 피곤해서 이겠지만 영혼까지 자지 않도록 집중하려 노력했다.

환골탈퇴 -24.7.5.(금)

횐골탈퇴 -박원주- 무림의 고수는 거저되는 게 아니지. 연습으로 기본기를 늘리다보면 아프고 힘든 시기를 지나야하지. 몸이 부서져서 조립되는 환골탈퇴. 새로운 변태없이는 큰 성장은 없데. 아파도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고통이 지나고 나면 더 단단한 내가 서 있을거야. * 골프 연습을 하면 골린이가 격는 가슴 통증이 오는데 이 시기를 잘 버티고 나면 힘이 좀 빠질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