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껌딱지
-박원주
한때는 고무나무였는데..
껌이 되어 씹힐 줄은 몰랐다.
씹다 수영장 샤워실 벽에 붙을 줄도 몰랐다.
아무도 날 건들지 않을 줄 몰랐다.
영영 날 까먹을 줄도 몰랐다.
다시 씹지도 만지지도
다시 때지도 버리지도 않는데
세월에 굳어져가는 몸을 보며
“여기 고무나무 있어요!“
SOS 외쳐대던 목소리들
포기해버린 것들이 거름이 되었다.
열심히 사느라 흘린 땀방울을 씻느라 바쁜
사람들이 괜히 싫었지.
그렇게 세월과 함께 벽도 나도 낡아갔다.
어느날 문득 샤워실 문이 부서졌다.
문을 수리하고 라카로 하얗게 벽을 뿌리더라?
날 땔줄 알었는데 그대로 뿌리더라?
나도 같이 하얀 울퉁불퉁한 벽을 만들더라?
이젠 진짜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줄 모른다.
나도 내가 여기 뭍힌 줄 모른다.
영원이란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누구에게 물어봐야할까?
내가 여기 있다고 누가 알아는줄까?
어느 영원의 날에는?...
* 수영장 샤워실에 붙은 껌딱지를 보면서 인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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