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1157

이분법 시소 -24.4.5.(금)

이분법 시소 -박원주- 하루 일기장을 펼치고 왼쪽 오른쪽 잘한 점 못한 점 나누어 적어본다. 잘한 점이 무겁나? 못한 점이 무겁나? 점은 무게가 없다는데? 앞에 잘 못이 붙었다고 기울꺼라 생각했더니 시소가 똑 하고 부러져버린다. 왜 부러지냐 따지니 내가 딱딱 둘로 쪼개기 좋아하는거 같아서 딱 맞게 둘로 쪼갰다고 대답한다. 그래 네가 옳다. 삶이 어찌 명암만 있을까? 노을도 있고 여명도 있고 무지개도 있겠지. 삶이 어찌 선악만 있으랴 위선도 있고 본능도 있고 일상도 있겠지. 남극에 선 펭귄은 동-서가 없는 것처럼 우리도 너-나로 나눌 필요 없겠지. 굳이 이쪽 저쪽 편가를 필요 없겠지. * 행사 리뷰로 잘한점 미흡한점을 적는데 뭐든 양면성이 있으면서 꼭 양면만 있지도 않아서 내 기준을 넓힌다.

같아요?? -24.4.4.(목)

같아요?? -박원주- “해야할 것 같아요”가 “해라“랑 같아요?? ”뭐일 것 같아요“가 ”뭐다“랑 같아요?? 같지 않은 걸 같은 것 같다하면 같아져요?? “진짜 X같다”가 “진짜 X이다”로 들려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여기까지만 해야할 것 같아요. 그댈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그게 깔끔할 거 같아요. 이게 끝인거 같아요. 빠이빠이 같아요. * 말할 때 두리뭉실 같아요라는 말을 계속 쓰는 사람이 나중에 같다고 했지 않냐로 따지는데 그게 어찌 같냐고 하니까 서로 평행선만 달린다.

본전 생각 -24.4.3.(수)

본전 생각 -박원주- 또박 또박 자기말 다하는 애를 보면 옛날 본전 생각이 나서 나도 내 할말 다하고 살 껄 나도 하고 싶은 거 다할 껄 그땐 왜 그리 못했을까 생각에 잠기다가도 괜히 듣고 있음 기분이 언짢아지는 게 또박 또박 할 말 다하면 기분이 언짢구나 그래서 내가 입을 다물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내 삶도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튀지도 말고 너무 나서지도 말고 모르면 적당히 중간만 하자며 둘이 같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 회사에서 일하는 신참들은 자기말이 강하고 서비스 마인드나 공동체성은 부족해서 이애를 어찌 대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닥치는 삶 -24.4.2.(화)

닥치는 삶 -박원주- 삶은 닥치는 대로 살면서 일은 꼼꼼히 모든 상황을 점검한다. 계획하고 보고하고 검토하고 수정하고. 점검하고 리뷰하고 리허설하고 피드백하고. 또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정작 중요한 내 삶은 닥치는 대로 살면서.. 이제 좀 닥쳐. * 회의를 위한 사전 회의를 위한 내부 회의를 하는데만 시간이 몇시간이다. 이렇게 소모전이 심하다.

홧창한 봄날에 콧끼리 아저씨가 -24.4.1.(월)

홧창한 봄날에 콧끼리 아저씨가 -박원주- 홧창한 봄날에 콧끼리 아저씨가 첫눈에 반해 고래 아가씨 결혼한 후에 고래 아가씨 콧끼리 아저씨 보고 신혼여행 어디로? 살짝 물어봤데요. 콧끼린 육지 멋진곳 고래는 바다 이쁜곳 옥신각신 싸움났데요. 어디갈지 결국 못 정해 언제갈지 결국 못 정해 뭐먹을지 뭐할지 아무것도 못 정했데요. 이것이 현실 부부의 삶이였데요. * 외이프랑 간만에 투표하고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데이트를 했다. 저녁을 뭐 먹을지 서로 의견이 달랐는데 그 부분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서로 좋아하는게 다르면 누군가는 희생해야하는 현실이 좀 서글펐다.

계란이 왔어요 -24.3.31.(일)

계란이 왔어요 -박원주- 교회서 부활절날 계란을 준다. 예수님이 다시 살았다고 계란서 병아리가 나온다고 삶은 동정란을 나눠준다. 예수님을 까서 한입 베어 물었더니 예수님이 맛있다. 둘이 먹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맛이지. 예수님은 먹어도 다시 사는 위대한 분이지. 예수님은 먹을수록 익숙한 맛이다. 이게 예수님일까 계란일까 병아릴까 치킨일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하는 내 맛이구나. 아직 죽지도 못해서 다시 살지도 못하는 나. 매일 아침마다 꼬끼오 울어대며 나를 낳고서 깨어나길 기다려도 안 깨어나 내팽겨치고 어느날 난데없이 병아리가 나와 귀여워했더니 맨날 밥달라 재워달라 성가시게 굴어서 언젠가 부활하겠지 강력한 믿음을 갖고 매일 낳은 오늘의 나를 맛있게 삶아 먹었지. * 부활절에 계란을 나눠먹었다. 십시일..

눈치 없는 눈 -24.3.29.(금)

눈치 없는 눈 -박원주- 눈이 눈앞에 음식을 보더니 다리에게 달려가라 달려가라 손에게 먹여달라 먹여달라 입에게 씹어달라 씹어달라 다리가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손이 슬그머니 눈을 가렸다. 입이 혀로 눈을 씻었다. 눈이 꿈인지 생신지 눈동자를 굴리자 다리가 침대에 다소곳이 누웠다. 손이 눈을 비비며 불을 껐다. 입이 조용히 자장가를 불렀다. 눈치없던 눈은 그제서야 눈을 감았다. * 무리하게 일정을 만들고 무리하게 요청하는 사람이 있지만 관계가 있어서 안들어줄 수 없어서 처리해주니 나도 무리하고 있어서 무리한다.

거저받은 기념품 -24.3.28.(목)

거저받은 기념품 -박원주- 기억을 나누려 선물을 집었다. 기억이 짧아서 기념품에 적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좋아할지 어울릴지 수없이 고민하다가 엄청 바빴어 그게 없었어 변명만 주워담다가 결국 손에 기념품 하나가 들려있다. 그에게 건네주자 방긋 웃는다. 그래 사길 잘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선물이 쌓여있다. 매일 누군가가 전해준 선물들. 나그네처럼 살던 내가 거저 받은 선물들. 그래 살길 잘했다. 하나하나 풀어보다 하루가 다간다. 내일 또 받을 기념품 생각에 내일을 기다린다. * 여행을 떠나 돌아올때 어떤 선물을 사갈지 항상 고민이 많아진다.

마음 추상화 -24.3.27.(수)

마음 추상화 -박원주- 붓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무얼 그리는 게 아닌 내 마음을 그린다. 그리고 보니 어렵고 난해한 내 마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어떤 의도인지 물어도 답이 없다. 그냥 내 마음이 그럴 뿐이다. 그냥 내가 그리 놓여있을 뿐이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에 그런지 나도 모른다. 그냥 내 마음이 그럴 뿐이다. 그냥 내가 그리 놓여있을 뿐이다. 언젠가 먼 미래에 누군가 내 마음을 이해했을 때 그때쯤 비싸게 내 마음을 사서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두겠지. 어느 마음에. * 호치민 통일궁을 둘러보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 묻는다. 사실 나도 의미를 모른다. 작가가 사라진 지금 그 모든 의미를 알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