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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 -24.7.18.(목)

놀라운 사실 -박원주- 물질은 원자보다 작다는 사실? 생명은 세포보다 작다는 사실? 우주는 무한히 커지고 있다는 사실? 시간은 처음에서 끝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 컴퓨터는 0과 1로만 돌아간다는 사실? 이 모든 걸 몰라도 아는 사실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 무언가를 사실이라 말하고 사실이라 믿는 우리는 믿음이 참 강한 사람들이구나. 어떤 사실을 공유하며 현재를 사는 우리는 중력보다 강한 신뢰의 사이구나. 엄청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눈을 껌뻑인다. * 나는 농담이라고 하는데 상대는 진담으로 받고 나는 진담인데 상대는 농담으로 받아서 웃다 울다 그러는게 대화인가?

작은 고추 1원 -24.7.17.(수)

작은 고추 1원 -박원주- 옛날에 사라졌던 1원이 아직도 살아있다! 죽어라 쪼개고 쪼개도 살아있는 1원. 맞지 않는 1원에 골머리가 아프다. 작다고 무시하다 돈이 이놈으로 이루어졌다기에 놀라 거대한 사실에 무릎을 꿇는다. 1원이란 원자가 돈이 되었구나. 1원이 모여 인생이 되었구나. 1원을 모으는 인생이 되었구나. 1원에 울고 웃는 인생이 되었구나. 1원이란 신을 섬기는 인생이 되었구나. 역시 작은 고추가 맵구나. * 지출결의서를 올리는데 1원 차이 때문에 엑셀과 이전 문서를 검토한다고 시간을 소모했다.

몸보신 -24.7.16.(화)

몸보신 -박원주- 몸에 좋은 것을 잡아 먹읍시다. 천년 묵은 인삼과 지네는 못 넣어도 푹 고은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합시다. 달이고 달인 누군가의 인생이 달이고 고은 누군가의 진액이 다른 생에 양분이 되고 거름이 되고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거지요. 몸에 좋은 것을 잡아 먹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맙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살아있는 것을 잡아먹으니까요. 아참 우리가 엄마 아빠를 잡아먹은 것은 절대 비밀입니다. * 가족들이 어제가 초복이라 오늘은 삼계탕을 먹었다.

뿌리 터 -24.7.15.(월)

뿌리 터 -박원주- 좋은 터에 떨어진 씨앗이 큰 나무가 되고 많은 열매를 맺었데요. 성처 없이 잘 자란 나무를 보며 상처 없이 잘 자란 사람이 떠올랐데요. 인종도 부모도 시대도 나라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터였지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축복의 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픔의 터. 그 옮길 수 없는 터에서 나무들이 자랐지요. 열매의 기쁨이 가득한 나무 옆에서 끼니를 때우는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내가 알 수 없는 나무의 세계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인간들 세계 같지요. 상황을 바꿀 수 없어 어느새 굵어진 뿌리처럼 한번의 꽃을 위해 뜨거운 해를 견디야하지요. 살아있어서 감사한 그 하나의 사실 다시 발견한 그 터위에서 모든 가련함을 견디고 꽃을 피우지요. * 도서관에 행사차 방문했더니 잭프르트 나무에 잭프르..

기적을 기다리며 -24.7.14(일)

기적을 기다리며 -박원주- 기적을 기다리며 서 있습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언제나 올까? 빈 하늘을 올려보며 이제나 올까? 이미 와버렸는데 내가 놓친 건 아닐까? 내 눈에 선명히 맺히길 기도하며 긴 시간을 감으며 서 있습니다. 당신이 날 불러 줄 때 당신이 내 손을 잡아 줄 때 그 하나의 기적을 바라며 내 귀가 소스라지는 그 때 내 손이 바스라지는 그 때 그 하나의 기적을 기다리며 저 끝없는 망망대해를 견딥니다. 저 한없는 천고를 견딥니다. 님이여. 어여 오소서. 가물어 메마른 내 눈가에 어서 오소서. * 룻이 이삭을 그냥 주운줄 알았는데 주인이 허락해주기까지 먼저 계속 서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오늘의 메뉴 -24.7.13.(토)

오늘의 메뉴 -박원주- “뭐 먹지?” 어제와 같은 메뉴는 안됩니다. -> 색다른 메뉴여야 합니다. 맛이 없어도 안됩니다. -> 모두가 맛있다 인정해야합니다. 너무 비싸거나 멀어도 안됩니다. -> 정해진 끼니 때 전에 먹어야합니다. 고민이 너무 길어져도 안됩니다. -> 물어보면 최대한 빨리 답해야합니다. 벌써 배가 고파옵니다. -> 그렇다면 오늘의 메뉴는? “뭐 먹지?” * 집이 제일 좋아 집안에서 놀아도 매 끼니 먹는 건 무얼 먹을지 둘이서 고민이다.

완전히 떠날 때 -24.7.12.(금)

완전히 떠날 때 -박원주- 어제껏 떠날 때는 다시 돌아오는 게 익숙했나봐. 매일 돌고 돌다보니 다시 처음이란 게 익숙했나봐. 미련이 없다 생각했는데 많은 게 익숙해졌나봐. 다 버렸다 생각했는데 아직은 놔두고 온게 많나봐. 이제 진짜 떠난다 생각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네. 진짜 이제 마지막 발걸음을 드니 한발 한발 점점 무거워져 못 움직이겠어. 결국 진짜 떠날 땐 아무것도 못 가지고 가는구나. 진짜 떠날 땐 아무것도 떠나는 게 없어서 떠나는 것도 없이 가야하는구나. 나조차. * 옆 사무소 소장님이 귀임하시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은다고 긴 말을 남기시고 한국으로 가셨다.

영원한 껌딱지 -24.7.11.(목)

영원한 껌딱지 -박원주 한때는 고무나무였는데.. 껌이 되어 씹힐 줄은 몰랐다. 씹다 수영장 샤워실 벽에 붙을 줄도 몰랐다. 아무도 날 건들지 않을 줄 몰랐다. 영영 날 까먹을 줄도 몰랐다. 다시 씹지도 만지지도 다시 때지도 버리지도 않는데 세월에 굳어져가는 몸을 보며 “여기 고무나무 있어요!“ SOS 외쳐대던 목소리들 포기해버린 것들이 거름이 되었다. 열심히 사느라 흘린 땀방울을 씻느라 바쁜 사람들이 괜히 싫었지. 그렇게 세월과 함께 벽도 나도 낡아갔다. 어느날 문득 샤워실 문이 부서졌다. 문을 수리하고 라카로 하얗게 벽을 뿌리더라? 날 땔줄 알었는데 그대로 뿌리더라? 나도 같이 하얀 울퉁불퉁한 벽을 만들더라? 이젠 진짜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줄 모른다. 나도 내가 여기 뭍힌 줄 모른다. 영원이란 긴 ..

이제 와서 -24.7.10.(수)

이제 와서 -박원주- 급할 때 해주지 이제 와서.. 해달랄 때 해주지 이제 와서.. 안아달랄 때 안아주지 이제 와서.. 식어서 가득 차버린 마음이 넘쳐서 이제 더이상 감사를 표하기엔 사치스럽다. 교묘한 타이밍을 가진 시간. 그 타이밍을 맞추어야 우리는 추억이라 불렸다. 기막힌 순간에 부딪혀 서로의 기억에 각인될 환희들을 기다리다 둥둥 울리는 뒷북소리에 허탈하게 장단을 맞추며 아쉬워했다. 이제 와서.. * 누군가에게 해달라고 했을 땐 그렇게 안해주더니 이제사 돈이 남으니 생색을 내는 모습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네.

오해의 바운더리 -24.7.9.(화)

오해의 바운더리 -박원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언제나 도사린 오해의 바운더리. 눈이 두개라서 두개만 본건지? 귀가 두개라서 두개만 들은건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입이 하나라 한번만 말할게. 있어야할 곳에 있어만 다오. 걸어야할 길을 걸어만 다오. 오해로 이해할 일 없도록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나지 말자. * 절차를 안지키는 동료에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도 필요한데 서로 상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