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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가자 -24.7.24.(수)

3차 가자 -박원주- 1차 먹고 2차 마시고 3차 즐기고 더 먹고 마시고 즐기고픈 마음이 계속해서 달린다. 차지 않는 즐거움을 계속 채우겠단 욕심에 1차 2차 3차.. 숫자 세듯 차수를 더하고 버티지 못한 작은 전쟁터가 토를 뱉는다. 적당히 하자. 4차 이상은 수학문제만 보도록 하자구. * 남자들끼리 모이면 2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듣고 정보를 쌓아두는게 좋은 건지 원..

상 당 한 소리-24.7.23.(화)

상 당 한 소리 -박원주- 분명히 심장은 왼쪽만 때렸을텐데 오른쪽 가슴이 갑자기 아프다. 내 속사정에 전혀 무관심하다 관심 없던 속사정을 기웃거린다. 박린에 출퇴근하던 애아빠가 죽고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서기장도 죽고 아는 형님 어머니도 돌아가셨단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상 당한 소리가 자주 들린다. 자주 들리는 소리가 “여보게~ 이제 자네 차례일세” 문득 그러겠지 벌써 하루가 지나고 급 서글퍼지는 게 인생도 이렇게 후딱 지나갈 거 같아 서글퍼진다. 정신없이 보낸 하루가 아쉬웠는지 몽유병 환자처럼 밤새 일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다시 잠이 든다. 하루종일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아무일도 없었던듯 내 발자국을 지운다. 상당한 건 멀찌감치 그대들인데 내 삶에도 곡소리가 메아리친다. * 정신없이 하루를 보..

검은머리 사람 -24.7.22.(월)

검은머리 사람 -박원주- 검은 머리 사람. 잘해주면 기어올라 당연하게 여기고 나무라면 삐져서 마음을 닫아버리고 중간만 할 순 없어 왔다갔다 티격태격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네 인생이 다 갔네. 너도 나도 어느새 정들어 버렸네. 검은 머리 하옇게 파뿌리가 되었네. * 가끔 잘 해주는 것과 혼내는 것을 번갈아가며 하다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 본성이 참 간사하단 생각이 든다.

시간 속도계 -24.7.21.(일)

시간 속도계 -박원주- 시간이 참 안간다 안간다 해도 벌써 다 갔네. 시간이 참 잘간다 잘간다 해도 속도는 똑같네. 빨리 시간이 흐르면 스릴이 있고 늦게 시간이 흐르면 평온이 있고 강폭이 좁았다 넓었다 강물이 빨랐다 느렸다 강이 굽이치다 곧바르다 바다에 다다라 영원한 추억에 멈춘다. 가끔은 시간의 속도를 재어본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내가 무얼 즐기는지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감이 안올때 대충은 알려주니까. * 누군가에게 참 잘가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참 안가는 시간이지.

부부 진행형 -24.7.20.(토)

부부 진행형 -박원주- 닮은 듯 색다른 두 삶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열달 품다 낳아 탯줄을 자르고 힘드네 고생했네 토닥이며 아이를 기르고 아이가 자라 다시 짝을 찾으면 어느새 저문 두 인생만 한 부부로 남아있겠지. 어느단계를 지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야. 내 옆에 그대를 바라보는게 중요한거지. 사랑한다 말해야지. 대뇌이던 말들이 사라지기 전에 귓가에 가서 어서 속삭여줘야지. 우리에게 첫 사랑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야. 자기야 사랑해! * 베트남에서 제일 멋진 두 가정이 부부 모임이란 걸 해보았다. 애도 있는데 시간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소중한 시간이였다.

결정 셔터 - 24.7.19.(금)

결정 셔터 -박원주- 우리는 신도 아닌데 어떤 근거로 결정을 내리고는 그 부족한 결정대로 살아가고 그 엄청난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많은 시간 속을 살아간다. 잠시나마 신처럼 살았으니 대단한거지. 결정장애가 있는데도 말이지. 모든 결정이 녹는 마지막 결정의 순간 삶이란 결정마저 녹아버리겠지. 스쳐가는 결정의 필름들을 보며 한컷 한컷 눌렸던 추억의 순간들을 흘려보내주겠지. * 아내가 아이교육을 위해 유치원을 옮긴다고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고 결재를 해도, 또 취소를 해야하나 다른데 가야하나 고민을 한다.

놀라운 사실 -24.7.18.(목)

놀라운 사실 -박원주- 물질은 원자보다 작다는 사실? 생명은 세포보다 작다는 사실? 우주는 무한히 커지고 있다는 사실? 시간은 처음에서 끝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 컴퓨터는 0과 1로만 돌아간다는 사실? 이 모든 걸 몰라도 아는 사실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 무언가를 사실이라 말하고 사실이라 믿는 우리는 믿음이 참 강한 사람들이구나. 어떤 사실을 공유하며 현재를 사는 우리는 중력보다 강한 신뢰의 사이구나. 엄청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눈을 껌뻑인다. * 나는 농담이라고 하는데 상대는 진담으로 받고 나는 진담인데 상대는 농담으로 받아서 웃다 울다 그러는게 대화인가?

작은 고추 1원 -24.7.17.(수)

작은 고추 1원 -박원주- 옛날에 사라졌던 1원이 아직도 살아있다! 죽어라 쪼개고 쪼개도 살아있는 1원. 맞지 않는 1원에 골머리가 아프다. 작다고 무시하다 돈이 이놈으로 이루어졌다기에 놀라 거대한 사실에 무릎을 꿇는다. 1원이란 원자가 돈이 되었구나. 1원이 모여 인생이 되었구나. 1원을 모으는 인생이 되었구나. 1원에 울고 웃는 인생이 되었구나. 1원이란 신을 섬기는 인생이 되었구나. 역시 작은 고추가 맵구나. * 지출결의서를 올리는데 1원 차이 때문에 엑셀과 이전 문서를 검토한다고 시간을 소모했다.

몸보신 -24.7.16.(화)

몸보신 -박원주- 몸에 좋은 것을 잡아 먹읍시다. 천년 묵은 인삼과 지네는 못 넣어도 푹 고은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합시다. 달이고 달인 누군가의 인생이 달이고 고은 누군가의 진액이 다른 생에 양분이 되고 거름이 되고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거지요. 몸에 좋은 것을 잡아 먹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맙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살아있는 것을 잡아먹으니까요. 아참 우리가 엄마 아빠를 잡아먹은 것은 절대 비밀입니다. * 가족들이 어제가 초복이라 오늘은 삼계탕을 먹었다.

뿌리 터 -24.7.15.(월)

뿌리 터 -박원주- 좋은 터에 떨어진 씨앗이 큰 나무가 되고 많은 열매를 맺었데요. 성처 없이 잘 자란 나무를 보며 상처 없이 잘 자란 사람이 떠올랐데요. 인종도 부모도 시대도 나라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터였지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축복의 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픔의 터. 그 옮길 수 없는 터에서 나무들이 자랐지요. 열매의 기쁨이 가득한 나무 옆에서 끼니를 때우는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내가 알 수 없는 나무의 세계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인간들 세계 같지요. 상황을 바꿀 수 없어 어느새 굵어진 뿌리처럼 한번의 꽃을 위해 뜨거운 해를 견디야하지요. 살아있어서 감사한 그 하나의 사실 다시 발견한 그 터위에서 모든 가련함을 견디고 꽃을 피우지요. * 도서관에 행사차 방문했더니 잭프르트 나무에 잭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