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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왕자-2018.07.24.화

잠자는 숲속의 왕자 -신성- 남자로 태어나 남자가 되는 길 어머니의 한가닥 태줄 없이 남자가 남자를 잉태했으나 해산할 힘이 없는 고통의 번뇌기 강하여져라 당당해져라 근육, 키, 자산, 성공.. 교집합에 들어라 갈수록 쌓이는 청구서에 너덜너덜해진 한 남자 인생 모든 것에 대한 비교우위 가장 멋진 남자가 되어야 하는 저주 그 이루지 못한 공간을 가득 채운 끊임없는 허무함+절망감+열등감 나의 공주여 키스를 해 다오 이루지 못할 잠에서 나를 깨워다오 안타깝게 탈피하지 못한 내 등껍질을 가차없이 부수어다오 다소곳이 남자의 손을 모으고 깊고 깊은 잠 자는 깊고 깊은 숲 속의 그 왕자 *성공이든 비전이든 특정 프레임에 나를 가두기 시작하면 나는 그것의 노예가 된다. 그 이루지 못할 저주의 노예가 된다 ​

강자와의 협상 -2018.07.23.월

강자와의 협상 -신성- 강자는 항상 내 곁에 있다 섯불리 건드릴 순 없기에 몇번의 싸움과 육탄전이 오간 후 한달 고참 같은 미약한 서열이 정해진다 잃은 자는 더 잃고 가진 자는 더 가진다 잠시나마 불안한 휴전 시간의 멍이 가라앉길 숨죽여 기다린다 다시 분화해버린 강자의 욕심 이상적인 휴전은 순식간에 깨어져버린다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강자의 뻔뻔스러움 약자는 고민의 수 만큼 더 탈진해 간다 밑으로 기어들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야금야금 먹히자니 인내심이 못버티고 질때 지더라도 물고 뜯자니 용기가 부족하고 그래서 약자는 뽀대나는 협상가 되기로 한다 이때까지 우리가 참은 인고의 댓가를 보시오 우리가 빼앗긴 당신들의 기득권을 보시오 난 이제 더이상 잃을 게 없소 당신들이 한 짓을 까발리기 전에 그만들 하시오 그런데..

알아서 하는 후회 -2018.07.22.일

알아서 하는 후회 -신성- 삶이란 단순한 나열과 단순한 반복의 복잡한 염기성 조합 옛날에 한 일을 또 벌이고 옛날에 저지른 후회는 어느새 희망처럼 다가와 방아쇠를 당겨버린 나를 신기해 한다 과녁을 이제는 맞출수 있을까? 인생이란 태어나는 순간 뭐든 저지르고 후회하도록 짜여진 프로그램 살아서 후회할 줄 알면서도 주인공은 죽지 못하는 엄청난 각본 자 당당히 저지르자 자 당당히 후회하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어짜피 또 후회는 해해해 주어질테니까 *다시는 안해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벌여놓고 총무를 하고 있는 나를 본다 ​

교수형에 처한 머리 -2018.07.21.토

교수형에 처한 머리 -신성- 머리는 자란다 나는 자라지 못했으나 검은 머리는 자란다 잎도 없이 광합성도 없이 덩그러니 나에게 붙어서 무관심의 뒤녁에 끝도없이 자란다 한달에 한번 한시간의 교수형 내 방식 내 심판 대로 수많은 검은 머리를 처단하는 시간 그래도 머리는 자란다 아픔도 슬픔도 딛고 또 자란다 그 작은 두루마리에 나를 깨알같이 새기면서 너무 깨알같아서 검어보일 정도로 자라고 자라 나의 판단을 기다린다 한낮 머리를 잘랐을뿐인데 기분이 시원하고 몸이 가볍다 저멀리 잘려나간 머리가 웃는다 *머리 깍으러 갔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주시고 잘 깍아 주셨다. 오면서는 철판 아이스크림 먹으며 왔다 ​

표현하는 잉간 tmi -2018.07.20.금

표현하는 잉간 tmi -신성- 태어나는 것은 드러나는 것 살아가는 것은 표현하는 것 배가 고프면 밥을 꺼내듯 내 생각과 스치는 감정은 나(내)를 나(외)로 표현하는 맛 전지전능한 신조차 천지를 표현했다 카더라 무엇이 부족하다고 표현했겠냐만은 알리고 싶었던 게지 소통하고 싶었던게지 나도 엄청 좋아한다고 표현하고 싶었던게지 신은 다 알겠지하고 입을 꾹 닫는 건 신이 기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는 불신의 착각 나를 억압하고 짓느르는 건 나의 발현을 기뻐하지 않는 기득 표현들의 요구사항 네 이놈~ 범람하는 빅데이터 속에 너까지 나대야겠냐 사또~ 저 틀에 나를 깍아대느라 허송세월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만 웃자 -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두가 알 정도로 gps가동 화내자 - 내가 얼마나 빡쳤는지 시공간이 꺼..

필름 끊긴 피의자 -2018.07.19.목

필름 끊긴 피의자 -신성- #2 "어제 아침엔 멀쩡했던거 같습니다" 급하게 굴러가는 일상을 쫒느라 바빴으나 출근, 업무, 회의... 분한한 하루를 다 쳐냈으니 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믿고 싶다 #1 "밤마다 기억이 사라집니다" 나는 누워 있는데 누운 기억이 없다는 사실 처음엔 사소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 사소함이 사소함일까 알 수 없는 큰 사고의 공백이 생겼고 곧 나는 차원의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4,#3 "나는 지금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나는 방금 침대에 누웠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이 그 직전의 사실과 연결고리를 상실한다면 나는 무엇을 믿고 무얼 근거로 나라는 현실을 이어 나갈수 있을까? #5 "나는 변함없이 나입니다" 필름이 끊긴 사이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믿음...

공 뇌리 스트라이크-2018.07.18.수

공 뇌리 스트라이크 -신성- 힘을 빼야한다 욕심을 빼야한다 사소한 힘에도 갈 길이 틀어져 버리기에 힘을 빼야한다 욕심을 빼야한다 내 힘으로 버티다간 곧 지쳐 쓰러지기에 내 손을 떠난 공은 흘러가버린 공이다 따라가 잡을 수도 없고 방향을 바꿔 줄수도 없다 그냥 흘려보내야한다 미련없이 그렇게 바라보면서 잠시뒤 장면이 눈앞에 글썽 거리더라도 그냥 바라만 보아야 한다 아무런 액션없이 눈길로만 따라가 동행해야 한다 힘을 빼본다 욕심을 빼본다 내 속에 든 것을 내려놓고 내 속에 든 것을 굴려본다 둥글게 둥굴게 공도 시간도 너도 인생도 굴려 보내며 내게 주어진 유한한 힘을 빼고 버리는 연습을 한다 *볼링을 치면 또 2프레임엔 힘이 들어간다. 욕심을 버려야지 하는데 맘 같이 안된다 ​

모기랑 여름밤이랑-2018.07.17.화

모기랑 여름밤이랑 -신성- "소마구간에 모기불 좀 피워라" 아버지가 볕짚 불을 이리저리 흔들고나면 감나무 장독대까지 흰 연기가 자욱하다 청마루에 빨간 모기향도 피워 놓으면 어머니 정성스레 저녁상을 나르신다 찬장에서 간장, 젖깔, 김치를 꺼내 놓는다 수제비가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 주황색 전구에 나방 날아다니는 소리 모기 잡느라 제 살 따귀를 때리는 소리 빛바랜 가족액자 옆 거미줄 치는 소리 밤이 깊어 갈수록 까만 하늘이 내려오고 까마득한 여름밤은 눈먼만큼 요란스럽다 수돗가 등목 하다 토란잎 장난을 친다 "나중에 추어탕 먹기 싫제?" "가서 모기장이나 펴라" 할머니 핀잔에 시무륵 사랑방으로 간다 장농 귀퉁이 하나 거울 귀퉁이 하나 네 귀퉁이 찾아서 궁전마냥 걸어놓고 혹시 구멍이 있나 바늘로 보수를 한다..

작열하는 옥상 파티 -2018.07.16.월

작열하는 옥상 파티 -신성- 태양에 노출된 옥상을 보라 작열하는 사막에 덩그러니 누워서 초벌 두벌 삼벌 내리쬐는 복사의 열기에도 태연히 썬탠을 즐기는 저 자태를 보라 덥다고 찡얼대지 말아라 열대야 폭염이라 한하지도 말아라 대신 저기 우뚝 솟은 옥상에 올라 네 뜨거운 심장 혈관을 닮은 호스를 들어라 가물어 타버린 옥상에게 세례를 선사하라 우리 모두는 위로가 필요했지 몸을 타고 흐르는 한줄기 굴곡의 위로 그 한방울의 촉촉함이 그리웠었지 땀이 나서 흘리는게 아니야 슬퍼서 흘리는 것도 아니야 가슴과 가슴이 닿아서 터져버린 방울 경계와 경계가 닿아서 허물어진 방울 두 접촉이 만나 이루는 하나의 대양 나에게서 너에게로 흘러 우리를 적시는 거야 이게 왠 물벼락인가 옥상 구석구석을 호스로 뿌려대며 죄악된 인류를 벌하는..

인간적이야 -2018.07.15.일

인간적이야 -신성- 볼링을 치다 스패어를 못하면 내뱉는 말 "인간적이야" 실수가 많고 완벽하지 않아 건네는 덕담 "인간적이야" 우리 완벽할 필요가 없지않니? 실수의 빈틈에 사이로 끼워 맞춰지는 우리의 퍼즐 우리 인간적으로 살자 우린 인간이니까 오늘도 우리도 "인간적이야" *볼링을 치는데 실수를 할때마다 덕담처럼 서로에게 건네는 말 "인간적이야" 왠지 괜찮아보다 더 덕담스라워 웃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