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교수형에 처한 머리 -2018.07.21.토

별신성 2018. 7. 22. 10:15

교수형에 처한 머리
-신성-

머리는 자란다
나는 자라지 못했으나
검은 머리는 자란다

잎도 없이 광합성도 없이
덩그러니 나에게 붙어서
무관심의 뒤녁에 끝도없이 자란다

한달에 한번
한시간의 교수형
내 방식 내 심판 대로
수많은 검은 머리를 처단하는 시간

그래도 머리는 자란다
아픔도 슬픔도 딛고 또 자란다
그 작은 두루마리에 나를 깨알같이 새기면서
너무 깨알같아서 검어보일 정도로
자라고 자라 나의 판단을 기다린다

한낮 머리를 잘랐을뿐인데
기분이 시원하고 몸이 가볍다
저멀리 잘려나간 머리가 웃는다

*머리 깍으러 갔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주시고 잘 깍아 주셨다. 오면서는 철판 아이스크림 먹으며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