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단골 손님 박원주 이 고요한 시골 밤중 말없는 오솔길은 거니는 내가 단골인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어릴 적 산딸기 따먹던 가벼운 발걸음과 세월 속 풍파에 지친 발걸음의 무게를 다르게 느끼면서 다독거리고 있을까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제 빛깔이 다르듯 이 작은 시리우스 내가 남긴 흰 발자취를 다녀간 수많은 걸음 속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앞서 걸어간 훤칠한 공룡의 큰 발자국. 말없이 다가서서 손끝으로 쓰다듬어 본다. 나비날고 들꽃잎 떠돌던 길에 지친 발을 띄우고 눈물로 발을 씻기던 마리아의 머릿결 따라 이 밤중 외딴 오솔길을 반딧불과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