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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금지 -24.8.13.(화)

비교 금지-박원주-“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렇게 물으면 안돼!”“그럼 아빠가 좋아? 아이스크림이 좋아?” “아이스크림!” “ㅠㅠ”비교하면 안되는 걸 어른이 되어서 다시 배우는 어른이. 상처에서 나를 지키는 말비교하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내주며비교하지 말자비교 당하지도 말자일곱색깔로 나눈 무지개 말고있는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며 살거라. * 아이스크림이 아빠보다 좋다는 아이 말에 급 서운..

간만에 하루 -24.8.12.(월)

간만에 하루-박원주-간만에 들르니 하루가 낮설다. 인간은 늘 새로운 데 설레이는구나. 이젠 뭐든 간만에 봐야겠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세상이 좁지 않은 이유. 간만만큼 시간을 잘라 돌돌 말아 붙임 되겠다. 모든 게 신선할 때까지 기억을 방생하면 되겠다. 간만에 들른 오늘이 낮설게간만에 행복도 들르게하면 되겠다. * 간만에 회사 나가서 적응이 안되서 어리둥절.

도미노 끝에서 -24.8.11.(일)

도미노 끝에서-박원주-우리 모두는 쓰러졌다. 내가 쓰러진 자리에 네가 포개지고네가 쓰러진 자리에 내가 포개지고돌아가는 중력 속 서로에게 기대던 우리는쓰러지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넘어져 포개지는 시간처럼쓰러져 포개지는 기억처럼넘어져 쓰러져 하나가 되었다. 다시 일어나지 못해서야 하나가 되었다.온전히 영원한 하나가 되었다. * 와이프가 여행 다녀와서 컨디션이 안 좋다.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로 쓰러지는 느낌ㅜ

비행 풍경 -24.8.10.(토)

비행 풍경-박원주-이륙한다. 더 높이 더 빨리 날아가는 것들 위로착륙할 지점도 없이언젠가 떨어져 죽을 시간과 싸울 필요 없이모든 걸 떨치고 박차고 날아오른다.하늘 나는 새가 되어 아래를 바라본다. 저 광할한 땅이 이리도 작았구나. 아둥바둥 살던 세상이 참으로 부질 없구나. 날아가며 날아가는 땅의 미련들.이젠 뒤돌아보지 않으리. 떨어질 순간에도 황홀하면 된 것이다. 모든 걸 담았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미련없이 날았으니 미련없이 떨어질 것이다. “다 이루었다.”말한마디면 다 이룬 것이다. * 하늘을 날며 밑을 보니 참 아웅다웅 사는거 같다.

민물고기가 되다 -24.8.9.(금)

민물고기가 되다-박원주-가끔은 모르는 게 약인데 알아버린 게 독이 된다. 그 큰 바다그 큰 물덩이는 오물의 침범에도 썩질 않았다. 어느날 짠 맛을 맛본 나는 깜짝 놀랐다. ‘소금이 있어서 이 바다가 썩지 않았구나.’‘이 더러운 오물에도 냄새가 나질 않았구나.’나는 이 짠 더러운 바다를 버리고깨끗한 강으로 가 민물고기로 살기로 했다. 믿음처럼 살아온 기반을 버리고강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서야내가 민물고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인데 알아버린 게 독이 된다. * 수영장 풀이 보기는 좋긴 한데 약 풀고 관리를 하는거를 보니 좀 그렇네.

양념 패션 -24.8.8.(목)

양념 패션-박원주-같은 시간, 같은 인간들은 다르게 살고 싶다. 같은 양식,똑같은 걸 먹어도 서로 다른 걸 먹고 싶다. 맛있고 분위기 있고 가격 좋은 이전과 다른 맛을 찾는 인생의 여정. 오늘 만나면,내일은 또 헤어져야 하고오늘 못 만나면, 내일은 또 찾아나서야 하는.너무 비슷해서 다르고픈 인간들이 눈이 세개인 인간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나자빠진다. *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가족들 다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진상 짓 -24.8.7.(수)

진상 짓-박원주나그네가 무리한 걸 요구한다. 그대들에게 허락된 진상은 어디까지일까?애매히 선을 넘는 진상 짓에 박힌 돌이 굴러다닌다. 진상은 진상을 모르지. 요청하는 자체가 진상인지?숨을 쉬는 자체가 진상인지?존재하는 자체가 진상인지?엄마의 양분에 먹고 태어나 누군가 자리를 빼앗아 눌러앉고는먹고 자고 싸고 진상 짓만 해대다가는썩어 냄새나는 몸뚱이와썩지도 않는 허연 뼈다귀만 남긴 채 가버린진상들의 삶이여. * 와이프에게 진상이다라는 말을 했다가 화가 난 와이프 달래느라 힘들었네.

무서운 상상 -24.8.6.(화)

무서운 상상-박원주-내안의 두려움에 형체를 입혔다. 자고로 무서움이란,거대하고 괴상하고 잔인하고 징그럽고 끔찍해야지. 세상에 그런 게 있을만도 한데, 없네?내 속이 제일 무서운 건지?내 상상력이 제일 무서운 건지?무서운 게 없으니 세상이 살만한 건지?모르겠군. 무서움이 없기에 만들어살만한 세상에 겁을 줘봤는데 다 시시한 무서움들뿐..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내 속이 다시 고요해졌다. * 사카 박물관에 전시된 발리 오고오고 악령 인형들을 보면서 사람의 무의식 속에 사는 악령의 거대함을 느꼈다.

바다가 그리웠던 이유 -24.8.5(월)

바다가 그리웠던 이유-박원주-바다가 그리웠다. 왜 그리 사무치게 바다가 그리웠을까?짠 소금물에 몸을 담그고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씻으며왜 그럴까 생각하고 생각해도 둥둥 떠다니는 생각은 잡히질 않는다. 내 몸이 물이여서 그리도 갈증이 난 걸까?저 망망대해 무얼 마시고파 몸을 담근걸까?해가 물에 빠져 하우적대다꺼져가는 세상은 마지막으로 불타고반짝이는 밤하늘은 다시 바다로 나를 담근다. 왜 그리 사무치게 바다가 그리웠을까?부서져버린 해변의 모래알갱이처럼 알 수 없는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그냥 누워버린 그곳에 뭍혀 모래가 된한 알갱이생각나* 일년만에 쿠부비치를 오니 너무 이쁘고 석양도 아름답다.

방생 -24.8.4.(일)

방생 -박원주- 생명은 어찌 떨어져 싹이 나는가? 죽지 않은 모든 것은 살아야한다. 애처로워도 살고 흐느껴도 살고 땅으로 떠난 생명이 하늘로 떠나기까지 방생된 생명이 아둥바둥 살아간다. 부화한 게 힘들었다 투덜대기도 전에 사는게 힘들었다 위로받기도 전에 진리에 침묵하며 바쁜 척 하다 어찌 사는건지 깨달으면 죽고 진짜 끝나버린 인생은 아무말도 없이 떠나가버렸다. * 아기 거북이 방생 프로그램을 참여했는데 바다로 가는 거북이가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