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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진 부담 -23.10.29.(일)

비어진 부담 -박원주- 순망치한. 누군가의 빈자리는 누군가가 채워야한다 바람이 지나가면 지나는대로 비가 내리면 내리는대로 그대로 두었다간 따뜻했던 우리 온기는 이내 사라지고 없겠지 다시 네가 오길 기다리며 네 빈자리를 내 온기로 채운다 서로 맞추었던 조각은 흐트러트리지 말자꾸나 서로 부르면 달려갈 정도 거리에서 허전하게 않게 머무르자꾸나 * 아내가 아파서 아이를 보느라 내 체력이 소진되고 있다. 힘내자

에너지 멸종 -23.10.28.(토)

에너지 멸종 -박원주- 줬다 뺃기는 어느 황망함처럼 젊은 시절을 꽃피우고 지는 한 청춘은 억울하고 분하다 세상은 내게 더 많은 걸 바라지만 내 한정된 자원을 대표하여 체력은 갈수록 뚝뚝 떨어진다 점점 닳아 마침내 꺼지는 배터리처럼 없으면 그저 억울할 뿐이다. 말 못하고 밤새 끙끙 앓던 식은땀처럼 아프면 그저 억울할 뿐이다 그렇게 내 젊음이 멸종되고 있다 그렇게 내 인생이 멸종되고 있다 그렇게 한 인간이 멸종되고 있다 * 육아를 하는데 점점 체력은 떨어지고 혈기가 왕성해지는 아이랑 같이 놀아주고 함께 이야기해주기가 어려워진다. 쉬지도 못하는 주말이다

제철 인생 -23.10.27.(금)

제철 인생 -박원주- 과일이 맛날 때는 제철일 때지. 싸고 신선하게 마음껏 먹을 수 있지. 음식이 맛날 때는 금방 했을 때지. 금방 뽑은 가래떡처럼 맛난 순간은 없지. 내가 맛날 때는 너와 함께 있을 때지. 날 안아주고 음미해 줄 때 내 맛을 알고 느끼게 되지. 인생이 맛날 때는 지금 이순간이지. 옛 맛은 흘러간 추억일 뿐 쓴맛 단맛 다 나는 지금이 인생 제일 맛날 때지. 언더스탠(understand)? 이해가 되면 좋고 안되면 짧은 인생 혓바닥이 제일 고생이지. * 길거리 음식으로 분또맘똠을 먹는데 바로 튀겨서 먹는 음식이 제일 맛나다

우뚝 선 꽃하나 -23.10.26.(목)

우뚝 선 꽃하나 -박원주-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모르듯 사람은 과거를 쉽게 잊었다 잊어서인지 버려서인지 가벼운 머리는 숙여지지 않았다 가진 자의 모순. 가질수록 움켜지는 아귀힘은 커졌다 화려하게 핀 꽃하나는 위로만 자라다 어느순간 뚝 부러져 버렸다 “겸손히 섬기겠습니다.” 새빨간 말로 자신을 발가벗기고 마지막 거울조차 깨뜨려 버린 사람아 앞서가는 결말에 걱정이 앞선다 아서라 누가 누굴 걱정하는가? 헐벗고 배고픈 이도 많은데.. 외롭고 아픈 이도 많은데.. 배부르고 등 따신 자를 걱정하는 건 지나친 오지랖이자 자비이겠지 그냥 두자 * 모임에서 상을 받은 분이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데 그렇게 거만하고 교만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낀 사람 -23.10.26.(수)

낀 사람 -박원주- 이거 비밀로 해줘 알려주면 절대 안돼 같이 안먹었다고 말해줘 나보고 어쩌라고 무리한 요청장을 들이미는가? 진실을 말해서는 안된다 거짓을 말해서도 안된다 중간에 낀 나는 난감함에 입을 닫고 그렇게 어떤 관계는 깨져 버렸다 함께 이기적이 되자 함께 의심해보자 함께 잘못을 찾아보자 함께 시비를 가려보자 의도없는 사람들에게 의도를 주지 말자 조금만 배려하며 살자 조금만 믿으며 살자 조금만 이해하며 살자 조금만 착하게 살자 순수했던 아이들처럼 의도를 내려놓고 살자 인생이 참 짧단다 좋은 의도겠지~ 좋은 사람이겠지~ 좋게 좋게 사이좋게 지내보자 *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 반대되는 요청을 하면 거짓밀을 할수도 진실을 말할수도 없는 나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날것 데이터 -23.10.24.(화)

날것 데이터 -박원주- 거대한 기억이 돌아간다. 나는 간단한 글자로, 높낮이 소리로, 무의미한 영상으로, 쪼개져 담긴다.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로우 데이터. 나는 기억을 잊어도 기억은 나를 잊지 않는다. 과거에서 날아간 날 다시 가둔 기억의 로우 데이터. 놓아달라 애원해도 끊고 또 끊어도 과거의 낙시줄은 한두줄이 아니다. 실수해버렸던 잘못의 추궁에 인생들은 숨조리며 살아가고 있다. 멈추지 않는 CCTV처럼 인생은 끊임없이 기록되고 내가 세상을 떠나도 로우 데이터는 끊임없이 쌓여만 간다 누가 저 CCTV를 끌 수 있을까? 누가 저 기록을 다 지울 수 있을까? 쌓여가는 기록의 무게가 중생들을 짓누른다 * 점검 팀이 출퇴근 로우 데이터를 보는데 생각보다는 오류가 많아서 당황스럽다

일상 점검 -23.10.23.(월)

일상 점검 -박원주- 매일 비슷하게 살았다 매일 반복하며 살았다 매일 무탈하게 살았다 그러다 일기장을 꺼내 보면 왜 그리 부끄러운 일들이 많으냐 왜 그리 오타가, 실수가 많으냐 다시 쓸 수는 없지만 내일은 잘 살아보자 다시 고칠 수는 없지만 내일은 두드리며 건너자 꼽씹는다 매일이 그렇게 다시 반복된다 내가 늙어가는 건 생각도 않고 오타로 가득찬 일기장, 실수가 일상이 된 나날, 변명이 내가 되어버린 일, 놀랄 일들만 남겨두고서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반복된다 * 본사에서 점검 팀이 왔다. 이것 저것 보는데 오류가 많다

비에 서다 -23.10.22.(일)

비에 서다 -박원주- 해 아래 여러 생각 분주히 뛰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멈춰섭니다. 일정에도 없던 비에 부리나케 근처 처마 밑으로 달려갑니다.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며 뛰는 생각들을 잠시 식힙니다. 언제 그칠까? 언제 그칠까?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방울에 하늘을 올려 보다가 땅을 내려 보다가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 시선이 왔다 갔다 합니다.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립니다.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거닐다 갑자기 울리는 천둥소리에 다시 처마 밑으로 숨습니다. 언제 그칠까? 언제 그칠까?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쏟아져 내립니다. 어느덧 땅은 바다가 되어 출렁 거립니다. 사람들은 날아가는 우산을 붙들다 번쩍 하늘을 가르는 번개불에 다시 처마 밑으로 숨습니다. 비는 쏟아지고 쏟아지고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

도리도리 유도리 -23.10.21.(토)

도리도리 유도리 -박원주- 어디까지 가능할까? 규칙과 자유 사이 유도리는? 원칙주의자는 재미가 없고 자유주의자는 난장판을 만들고 일중독자는 사람을 망치고 인애주의자는 일을 망친다 어디까지 가능할까? 안돼! 선듯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어느 마음에 꽂혔다 되지! 선듯 내뱉은 말은 수습하기가 버겁다 어디까지 가능할까? 조직도 원칙도 무너뜨리지 않고 마음도 다치지 않는 유도리는? 내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시간이 저멀리 날아가 버렸다. 어떤 설득도 오해도 욕도 미리 각오를 해야했구나.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느라 힘든 어른들이 각자의 상황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 어떤 유도리의 주문을 외울지 아직도 고민하며 서있다. * 저녁 만찬장을 고르는데 늦은 시간 많은 인원이 들어갈 마땅한 장소가 없다. 제한된 음식점에서 하..

숨겨진 의도 -23.10.20.(금)

숨겨진 의도 -박원주- 나쁜 감정이 있었다고 미리 이야기하지 그랬어? 그럼 미리 사과했을텐데.. 그럼 서로 시간낭비 없었을텐데.. 우리 서로 피곤하게 산다 그치? 그게 의도된 거면 너의 성공. 의도가 없는 거면 나의 불찰. 의도된 게 의도된 거라 알게돼 다행이야 모르고 지나간 의도들이 얼마나 많을까? 서로 예민하거나 이상한게 아니야 서로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야 마음을 숨기느라 고생 많았어 마음을 꺼내느라 수고 많았어 짧은 시간 우리 서로 좋았다 추억하며 살자 짧은 기억 우리 서로 괜찮았다 뭍어두고 살자 우리 모든 상황을 알 수 없잖아 우리 모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잖아 우리 서로 조금만 더 이해하고 살자 우리 서로 그려려니 다독이며 살자 * 업체 미팅을 하는데 계속 딴지를 걸어서 이게 무슨 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