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서다
-박원주-
해 아래 여러 생각 분주히 뛰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멈춰섭니다.
일정에도 없던 비에 부리나케
근처 처마 밑으로 달려갑니다.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며
뛰는 생각들을 잠시 식힙니다.
언제 그칠까?
언제 그칠까?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방울에
하늘을 올려 보다가
땅을 내려 보다가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
시선이 왔다 갔다 합니다.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립니다.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거닐다
갑자기 울리는 천둥소리에
다시 처마 밑으로 숨습니다.
언제 그칠까?
언제 그칠까?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쏟아져 내립니다.
어느덧 땅은 바다가 되어 출렁 거립니다.
사람들은 날아가는 우산을 붙들다
번쩍 하늘을 가르는 번개불에
다시 처마 밑으로 숨습니다.
비는 쏟아지고 쏟아지고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땅위에 바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처마 밑에 모인 사람들이 잠시 수다를 떨다
이내 모두가 조용히
시끄러운 빗소리만 듣습니다.
이제는 빗소리만 세상에 가득 합니다.
빗소리에 다른 소리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빗소리는 계속 세상을 채워갑니다
하늘은 더 까맣고 비는 계속 쏟아집니다.
갑자기 부는 바람에 비가 리듬을 탑니다.
새들도 익숙한 듯 오르락 내리락 춤을 춥니다.
비에 젖은 사람도 갑자기 미친듯이 춤을 춥니다.
사람들이 춤을 추며 웃다가 박수를 치며 구릅니다.
옷이 비에 젖고 입가가 젖고 마음이 젖어 흐릅니다.
미친듯이 같이 춤을 추는 세상에도
비는 계속 내립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뚝 그쳤습니다.
아무일도 없었던 듯 구름사이 하늘이 열립니다.
다들 처마 밑으로 손을 내밀더니
조심스레 하나둘 땅위로 걸어 나옵니다.
모두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더니
이내 젖은 옷을 가다듬고 길을 걷습니다.
비에 멈췄던 세상이
다시 비처럼 흘러 갑니다.
* 행사장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사람들이 대피를 했다. 호치민의 소나기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내는듯이 뚝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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