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를 보았네
-박원주-
가던길을 가다가 문득 낮익은 곳에서
허공에 새겨진 아름다운 시를 보았네.
매일 태양녁이 들고 새소리가 울리던 그곳
내시선이 멈춰진 그곳에서 어느덧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
응애응애
추운 겨울 동지날 유난히도 추웠드랬지.
따뜻한 온돌 아랫목이 아직도 날 데우니 말일세.
"이눔 귀 큰거봐라. 나중에 커서 큰 인물이 되거든 내말하거라"
햇살 가득한 동네 구판장에서 할아버지는 그렇게 손주자랑에 여념이 없으셨지.
어린녀석은 기특하게 어머님 무거우실까봐 업히지도 않네그려.
어머니를 따라 동네 숲밑 집까지 아장아장 잘도 걷네.
왜 그때 아버지는 그리 술을 좋아하셨는지 몰라.
자식놈이 모는 좋은 차로 여행한번 못가보시고 말이지.
비가오면 처마밑 장독대에 고인 물을 가지고 토란잎과 놀고
비그치면 도랑에서 조개잡고 자치기하고 땡깔을 따먹다보니
어느덧 젊음이 서린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히더군.
그렇게 나는 꿈을 꾸고 나는 꿈을 이루었지.
그런 나를 닮은 그녀를 만나서 사랑도 하고말이야.
결혼도 하고 나같은 자식도 키워보고 내 꿈을 들려줬지.
아이도 어찌 그리 영락없이 나를 닮았는지.
그 아이도 꿈도 많고 음악과 시를 즐겼지.
그나마 다행인건 마누라보다 더 참한 며느리를 데려오더군. 기특하게.
손주 재롱에 자식들 크는 걸보니 내 꿈과 힘은 작아졌지.
나는 어느덧 하이얀 백발을 하고 있지만
아침태양에 울려퍼지는 새소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커피향이 울려퍼지는 저 고요한 호숫가를 감상하는게 감사할 뿐이네.
그리고 항상 가던길을 가다가 문득 낮익은 곳에서
사연사연 구구절절 나와 닮은 아름다운 시한편을 보고 있다네.
매일 태양녁이 들고 새소리가 울리던 그곳.
내시선이 멈춰진 그곳에서 어느덧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
그 즐거움에 또 한편의 시가 다지어져 가니
서운하지만 이제는 흐뭇하게 커다란
-사실은 빈 크기도 보이지도 않는- 마침표를 찍어야 겠네.
다시 저 빈 익숙한 곳에 누군가의 미소가 가득 퍼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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