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터
-박원주-
좋은 터에 떨어진 씨앗이
큰 나무가 되고 많은 열매를 맺었데요.
성처 없이 잘 자란 나무를 보며
상처 없이 잘 자란 사람이 떠올랐데요.
인종도 부모도 시대도 나라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터였지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축복의 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픔의 터.
그 옮길 수 없는 터에서 나무들이 자랐지요.
열매의 기쁨이 가득한 나무 옆에서
끼니를 때우는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내가 알 수 없는 나무의 세계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인간들 세계 같지요.
상황을 바꿀 수 없어 어느새 굵어진 뿌리처럼
한번의 꽃을 위해 뜨거운 해를 견디야하지요.
살아있어서 감사한 그 하나의 사실
다시 발견한 그 터위에서
모든 가련함을 견디고 꽃을 피우지요.
* 도서관에 행사차 방문했더니 잭프르트 나무에 잭프르트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터가 좋은 나무를 보며 축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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