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

[베트남] 코로나18 확진, 생을 살펴보다

별신성 2022. 8. 6. 21:52

베트남에 온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적응하랴, 이사하랴, 만나랴, 사업하랴, 놀러다니랴, 애 키우랴 분주히 보냈다.

무엇보다 코로나에 걸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이 결국 펜을 들게 만든다.

코로나가 어떻게 걸렸고, 증상이 어떻고, 격리는 어떻게 하고, 아이들은 어떻고 등등

이런 말을 쓰려고 펜을 든건 아니다.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기 때문에 나까지 열심이 살 필요는 없을거다.

난 나를, 오로지 내 마음을, 살펴보고 싶다.

"난 잘 살고 있는걸까?" 

며칠전 한국-베트남 30년사 발간을 위해 글을 적어달라는 말에 펜을 든 것이

다시 나를 글의 바다로, 글의 해변으로 불러들여 결국 글을 적게, 아니 글에 젖게, 만들었다.

나는 펜을 들지 않으면 안되는 인생이구나. 무언가 부족했던 것이 글이였구나. 

태초에 말로 계시던, 그 언어의 신이 아직도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구나.

이런 계시와 같은 암시와 이끌림에 다시 나는 펜을 들어 나의 영혼의 오장육부를 쿡쿡 찔러본다.

"나는 잘 살고 있는거 맞지?"

어린 나이도 아니고 늙은 나이도 아니고 생을 논할 성인도 선각자도 아닌, 나라는 미천한 자아가

누구에게 묻는건지도 모르는 독백을, 중얼거리고 있다.

인생에서 잘 사는 것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누구에게 묻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먼 허공에다가 묻는건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죽을 병도 아닌데 엄살같이 느껴지는데도 

나에게 이말을 다시금 물어보게 되는구나.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져, 꼬일데로 꼬여서 풀 수조차 없을 때, 잘라버리고 싶어도 내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오기전

이말을 하게 되어서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그 19라는 말이 먼 옛날같은 년도인데도 아직도 그 바이러스의 궁창에 갖힌 나를 보며

무언가 울분을 토해낼 대상을 찾았다라는 듯이... 코로나18, 코로나18, 다 너때문이야!! 하고 쌍욕처럼 소리를 지른다.

(*코로나18: 코로나19가 정식으로 이름을 얻은 년이 19년이라면 아마 시작은 18년이라 생각하여 붙여진 명칭)

다행이다. 아무 문제 없어서..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내가 그렇게 무덤덤했던 일상이 다시 펼쳐진데서 다행이다.

그러나.. 뭔가 허전한 것은 이것은 무엇인고?

여러 원인의 뼈마디를 때려보면 무릎반사처럼 툭 먼가 튀어나올까 싶어 브레인 스토밍이란걸 중얼거린다.

자기개발, 세계여행, 육아, 친구만나기, 운동, 영성, 꿈,,, 꿈??

꿈이란 단어에서 먼가 턱하니 걸리네?

어릴 적 꿈이냐? 늙어가서 이룰 꿈이냐? 금도끼 은도끼의 모두다 내 꿈이냐?

꿈이란 단어에도 설레임을 잃은 그 아련한 미련이냐..

알수 없는 생에서 왜 꿈이냐.. 잘 살고 있는거 맞지? 물어대던 내가.. 내가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원인분석의 결말인가?

내가 잘 살고 있는거 맞지? 이꼬르 내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는거 맞지? 인가??

먼가 "목적"지향주의 인생도 아닌데 그렇다고 "행복"만능주의도 아닌데 

그저 나는 거울에 내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였네.

몸은 운동하고 샤워하고 거울에 서면 뿌듯해나 할수 있는데

내 마음은 운동을 하는지? 씻고는 있는지? 어떻게 밥은 먹고 다니는지? 알 턱이 없으니 

청동거울 문지르듯 글자수로 문지르고 문지르며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처럼 내영혼이 불쑥 나오길 바랜다.

스트레스 해소방이라고 들어가서 물건을 마구 부스고 나오면 후련한 것처럼

친구에게 밤새도록 쫑알대며 임금님귀는당나귀귀 외대쳐고 욕하고 나면 후련한 것처럼

나도 펜을 들고 인생을 욕했다가 델릿트 키를 누르며 마음을 정화하고 있나보다.

앞으로의 인생. 평탄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헤쳐나갈 용기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난 나의 특별함을 깨닫고 즐기면서 자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으며 나의 비석 몇자를 적을 준비를 하나보다.

숱한 신의 이야기가 성경 한권이고 위대한 성자의 비문도 몇문장이니, 

나도 몇줄의 시로 내 인생이 요약되어도 좋고, 긴 서사의 자서전이여도 좋다.

다만 내가 나에게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매일 거울에 비춰보며 찡긋 웃을 수 있길 바래본다.

나 잘 살고 있는거 맞지?

답은 없다.

거울에 비친 나에게 웃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