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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후 -19.3.16.토

벼락치기 후 -신성- 까만 먹구름이 밀려와 땅 땅 땅 몇발의 총성과 함께 번쩍 방심한 대지를 향해 벼락이 날아들었다 눈에 띄지 않게 때려도 될 것을 저리 요란스럽게 애써 모은 에너지를 마구 뿌려댄다 꼭 그래야 하는 절박한 순간 불어닥친 폭풍 가운데 다급히 넘어가야하는 혼자만의 벼락치기 벼락이 치고 나는 메시야의 권능을 받아 하루를 천년같이 시계를 멈추고 일상을 깨뜨린다 위대하게 살 수 있어 일상은 바뀌는거야 땅도 놀라 산맥도 꿈틀댄다 벼락이 그치고 곧 어둔 장면이 갠다 무지개 기적처럼 내린 선물을 냉큼 받고선 구름이 떠나간 아무일도 없는 빈 하늘 속으로 자그만 까만 눈동자를 들고 홀로 걸어 들어간다 *업무가 밀리고 밀려서 야근을 하고 밤을 새고 토요일도 이어서 계속 책상에 앉아 일했는데 하루가 통째로 날..

CCBB AD. -19.3.14.금

CCBB AD. -신성- 엎질러진 물을 보고 왜 쏟았냐 시비를 거는 건 서로에게 아무 유익없는 소모전 일어난 사실은 과거에 세겨지고 모두가 공유해버린 기억들은 유통기한 없는 파생 상품을 내다 팔았다 바꿀 수 있는 미래를 가져와 조그만 마술을 부리는 것이 최선의 대안 들었던 네 마음을 내려 놓으며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의 모래 알갱이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가라앉는 율동을 넋놓아 쳐다본다 모두가 웃을 날을 기다린다 너가 웃는 모습을 스케치한다 *다들 일어나고 나서 바꾸라 아쉽다 이런 말을 하는 건 할 수도 없는 과거에 대한 한탄일뿐. 생산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바꾸자​

마른 하늘이 우는 이유 -19.3.14.목

마른 하늘이 우는 이유 -신성- 천둥소리가 들렸다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소리 아무것도 없는 파란 하늘인데 아무일도 없는 평평한 하늘인데 뜬금없이 깊은 한탄을 뱉으며 울었다 심장도 놀라 뛴다 화가 많이 났을테지 자기는 열심히 뛰는데 무덤덤히 하루를 반복하는 겉떼기들에게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화이트데이라 건넨 사탕으론 일상을 녹이기 역부족이지 그래서 하늘이 최후변론을 길게 늘어놔야했다 그래서 땅이 흔들리며 붉게 물들어야했다 아무일도 없다는 착각 당연한 듯이 흘러가는 일상에게 또 나에게 천둥이 울고 번개가 번쩍이며 광광 울어대야했다 *화이트데이인데 그냥 사탕을 주고 받고 분주한 업무로 일상을 살았던 날이다 ​

꼬인거 어떻게 풀지? -19.3.13.수

꼬인거 어떻게 풀지? -신성- 꼬인거 어떻게 풀지? 성격이 차이나서 꼬이고 마음이 안 맞아서 꼬이고 이리저리 틀어지다보니 마음이 서로 상하고 상처가 쌓이니 서로 싸우고 싸우다보니 소원해지고 멀어지다보니 서먹하고 서먹한데 계속 피할순 없고 가까이 가려니 의도가 의심스럽고 오해가 쌓이니 믿음도 없고 복잡해 지는데 신경쓰긴 싫고 신경쓰긴 싫은데 자꾸만 더 신경 쓰이고 늘어가는 '경우의 수'에 머리는 더 아프고 고심은 하는데 답은 없고 답이 있어도 행동은 안 되고 행동을 하더라도 결과는 반대고 결국은 처음보다 상황은 더 꼬이고 싸늘해진 서로에게 기대는 전혀 없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진심일까 전략일까 밑도 끝도 없이 꼬여버린 우리 어떻게 풀지? * 경영진과 노조, 팀장과 팀원, 서로를 향..

자유롭게 죄인 -19.3.12.화

자유롭게 죄인 -신성- 자유롭게 살고 싶어 날 구속하려 들지마 난 자유롭게 죄 지을 권리가 있어 솟아나는 욕망들 하고 싶은 쾌락들 모두다 해보고 마음껏 살다 갈꺼야 죄의 자유를 찾아 떠났던 청춘들은 어디로 갔을까? 무절제한 쾌락이 질주해 받아버린 사고의 현장 한번 죄를 저질렀을 뿐인데 왜 영원한 죄인되고 말았을까? 한번 사고를 당했을 뿐인데 왜 영원한 불구가 되었을까? 죄의 선택은 처음 한번뿐 그리곤 중독의 늪에 빠져버렸나봐 수렁에서 나오는건 불가능했나봐 죽은 자가 죽은 후를 말하지 못하듯 오지말라 말하기엔 숨도 버거웠겠지 도살장으로 들어오지 말란 절규는 비명소리에 뭍혔겠지 결국 자유로운 죄인은 살아남지 못했어 자유는 틀안에 있다고, 사랑과 약속의 틀안에서 가능하다고, 누군가는 정신줄을 붙들고 미친듯이 ..

중간 자리에 서다 -19.3.11.월

중간 자리에 서다 -신성-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중재하는 자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마냥 욕 먹는 자리 끝없는 협상에도 끝날 기미가 없는 지치고 힘들어도 심장을 껴안고 품어야하는 자리 곁에 둘은 껴안아야지 다짐하다 흐르는 눈물에 손등을 적시는 최소한의 자리 내 눈물보다 네 눈물을 먼저 바라보는 자리 눈물짓다 토닥이다 물러서야만 하는 자리 너와 너 사이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공간 오늘도 내가 서는 자리 중간 그 자리 *업무를 받아서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중재하고 팀원들의 고충을 듣고 중재하고 그렇게 사람을 품어가나보다​

쉬운 작곡가 -19.3.10.일

쉬운 작곡가 -신성- 모두가 오늘의 노래를 불렀네 고되면 고된대로 슬픔의 가사로 기쁘면 기쁜대로 흥겨운 멜로디로 훌쩍이다 흥얼대며 노래를 불렀네 오늘을 마치며 작곡가로 서는 시간. 비운을 격은 연인은 격정을 마음에 세겨야지 봄이 만개한 들판은 발랄한 비트를 담아야지 오늘 걸은 걸음만큼 심장이 뛰어댄 만큼 가요로 랩으로 삶을 남겨야지 열심히 노래했던 그들은 누구도 작곡가가 되지 않았네 흥얼대던 노래를 그냥 적으면 되었는데 그토록 애닳게 불렀던 곡들을 흘러가는 소리로 잊으려하네 왜일까? 쉽게 쓰여질 곡들이기에 더욱 작곡가가 되어야했네 노래하며 그 이유를 부숴야만 했네 믿음으면 너무 쉽게 쓰여지는 길. 흥얼대던 내 노래를 떳떳히 사랑하고 형식 두려움없이 길지않게 노래했네 콩나물 기타가 아니어도 녹음기라도 틀어..

산책길 소리 -19.3.9.토

산책길 소리 -신성- 햇살이 비치는 오후 수영장에 맨몸을 담그고 나와도 햇살은 여전히 중천에 떠있네 내가 무얼 하려나 아직 궁금한가 보다 내가 하려는 건 잃어버린 걸 찾는 거야 뭘 잃어버린지 몰라서 그냥 찾는 것일뿐 즐비한 음식 냄새를 맡으며 살아있음을 찾았네 홍대 꽃가게를 걸으며 싱그러움을 찾았네 문방구 진열된 소품을 보며 아기자기한 이쁨을 찾았네 경의선 산책길을 걸으며 연인의 애뜻함을 찾았네 한 아이가 너무 신나 소리치네 "강아지 발자국 소리 너무 귀여워" 눈밟는 소리처럼 사각대다가 장난감 기차처럼 착착대며 그렇게 강아지는 걸어갔다네 아이의 외침에 동심을 찾았네 그냥 걸었던 산책길에서 잃은 나를 찾았네 *토요일은 한적하니 쉬고 묵상하는 시간이 좋다. 무언가 더 나은 가치를 묵상하는 일은 소중하고 감사..

모난 눈동자 -19.3.8.금

모난 눈동자 -신성-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다른 말을 한다 서로 다른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눈을 가졌어도 같은 곳을 바라본다 우린 서로 같은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두사람이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한사람이 때리면서 즐거워한다 한사람은 맞으면서 즐거워한다 원래는 두사람 중 맞은 한사람만 아플텐데 지나가던 사실이 갸우뚱하다 가던 길을 간다 눈이 실상을 보게끔 모난 시각을 동그랗게 되돌려줘야할까 정의를 바로잡고 같은 것을 말하게 눈과 입과 생각을 다시 수술해야할까 난 의사가 아닌데 어찌 해야할까 *보고서 정리를 세사람이 각각 쓰다보니 한명이 용어를 취합하기도 애먹는다. 정의부터가 다른 동일한 단어가 문제다. ​

진동의 목표물 -19.3.7.목

진동의 목표물 -신성- 몸보다 빠른 말이 달린다 그냥 뱉은 한마디에 급하게 그 사람이 튀어나와 느린 몸을 대신해 달린다 모양도 굴곡도 재각각인 말. 한차례의 진동이 울리자 혓바닥에서 화살이 날아가더니 막을 수도 없이 막을 틈도 없이 이 귀에서 저 귀로 곧게 관통한다 내게서 네게로 한차례의 지진. 투명한 공기를 철썩 때리며 정확히 귓구멍의 과녁에 명중하며 살아있던 한 생각을 사살한다 잠깐 울린 총소리에 생각들이 혼비백산한다 한번의 진동에 굳은 신념이 요동친다 저멀리서 나에게 다시 소리가 울린다 투명한 진동이 밀려와 온몸에 부딪힌다 잠잠해지던 마음에 다시 여진이 몰아친다 * 팀원마다 즐겨쓰는 말을 따라하는데 긍까 / 또 왜 이러세요 / 키키사장님? / 제가요? 각각 말투를 보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