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πr::나란점들의모임

나의 일기장 훔쳐보기 2탄-국민6편-

별신성 2012. 3. 9. 13:07
국민학교 6학년의 일기장.
다짜고짜 일기장 속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국민편1탄에 비해 무지개노트 일기장이 좀더 어른스러워졌다.
상어 토끼 오리들.. 단어만 보면 언발란스한데
표지를 평화롭게 장식하고 있다.


어릴적 집에 컴퓨터를 샀다.
사랑방에서 할머니와 동거한 나.
흙으로된 사랑방에는 창호지 방문이
큰것과 작은 것 이렇게 있었는데
아궁이쪽이 아닌 청마루쪽 아침햇살이 드는 방향에
3색 칼라모니터가 장착된 컴퓨터가 있었다.
GW베이직을 배우던 시기라
PLAY 명령어로 학교종이땡땡땡을 연주하던 기억이 난다.
그당시에는 B플로피 디스켓이 유행하던때라
쌍용, 너구리, 뽀글뽀글, 대머리배구등
형형색색의 오락 디스켓을 많이 소장한 사람이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딱지치기를 해서 꼴았구나(경상도:게임에서 져서 잃어버리다)
큰딱지와 작은 딱지의 조합을 지혜롭게 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다.
당시에 박스로도 큰 딱지를 접었던 시기.
큰 딱지에는 작은 딱지를 내야 넘어가지 않는다.
어릴적 배운 전략적 인사배치.
집집마다 청마루밑에 딱지보물박스를 구비하고 있었던 시절.

 


그림읽기에 대한 추억이 났나보다.
명수 할머님 돌아가신 이야기를 그림으로 썼네.
고구마와 물, 저었다, 문, 비녀를 리얼하게 그렸군.


장기와 오목이 그당시엔 소소한 재미였다.
오목에도 십자(+)와 엑스자(x) 전법이 있었는데
나는 특이하게 ㅁ자 전법을 구사해서
적들을 혼란시켰다.
요즘 아이들은 오목 삼삼(3-3) 금지의 법칙을 알려나?

 

명수네 할머님 장사지내는 날이였구나.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으야 디야..
그런데 난 그당시 그노래가 즐거웠던거 같다
꽃상여도 이뻤고
무엇보다 동네에 먹을 게 넘쳐서인듯 하다.


일기를 시로 썼구나.
헤헤헤, 달달달, 벌벌벌...ㅋ
감성과 유머를 어릴적 부터 겸비한듯..;;ㅎ

 

친구들과 논다고 일기 쓰기가 엄청 싫었나 보다.
10일이나 밀리고 설날에도 안쓴다고 공지를 한것을 보니..
선생님께서 쓰신 친절한 빨간펜 글씨도 눈에 들어온다.

"설날등에는 안써요. 미안해요."
아무래도 5학년때 일기에 비해
세속적인 사바사바의 요령도 부리는 것이..
많이 성숙한 듯하다.ㅋ

그래도 전기가 귀하던 시기라
사랑방 아궁이에 소죽을 끓이고
잠은 9:30분에 칼갔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