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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지(校誌)속에 세겨진 나의 모습과 추억들-국민편-

별신성 2012. 3. 2. 15:16

내 국민학교 시절에는 교지가 발간되었다.
1년에 한번 정도 발간되었고
제7호에 나의 글과 수상내역이 나오니 잠시 살펴보도록 한다.
교지를 펼치는 순간 기억에서 잊혀졌던
당시에 인자하셨던 박종대 교장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럼 몇장되지 않는 당시 국민학교 교지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한밝.
우리나라 정통사상의 두축인 '한'과 '밝'을
교지의 제목으로 삼았다.
저기 사진은 교장실 앞의 소나무다.
교장실위의 컴퓨터실에서 저 소나무를 두고
교정을 두면 십이리 연못에 부서지는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옆 분수대에 들어가서는 많이도 뛰놀았었다.
당시에는 물줄기가 춤을 춘다는 자체가 신기했으니 말이다.
몰래몰래 탔던 기린조형물도 보이고
오래된 석탑도 보이고 이순신장군 동상과 해태도 보인다.


이어서 나오는 학교의 선도대장 교감 선생님의 '꿈을 가지자!'라는 글.
이어서 학교의 든든한 영향력있는 회장님 두분의 글~
모두 좋은 글들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글!
"나의 꿈갖기"-박원주-
교지에 실린 자랑스런 글이지만 나에게는 아픈 글이다.

어릴적 나는 과학자가 되는게 꿈이였는데
당시 우리집 고양이 지니의 죽음으로 의사로 꿈이 바뀌었다.
어릴적부터 나와 동고동락했던 지니.
나의 귀여움을 한몸에 자라며 컸지만
장난끼많던 나는 우리 지니를 한순간도 두고 놀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니에게 아픈 그날이였지..
나는 평소처럼 장난을 치며 놀다가
교회에서 십자가이야기를 듣고는
고양이도 십자가에 달릴까라는 의문을 뭄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 지니를 한번 메달아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십자가는 없던터라 손쉬운 고무줄로 메달기로 했고
고무줄로 고양이 발의 한쪽을 살짝 묶었다.
그리고 번쩍 들어올리던 찰나..
우리 지니의 몸무게에 고무줄이 죄이자
지니는 놀라 혼비백산 달아나 버렸다.
아..
달아나는 지니를 보고 나도 당황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그렇게 애타게 지니를 찾았지만
지니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며칠후..
절뚝 거리며 나타난 우리 지니..ㅠㅠ
멀리서부터 보고 너무 반가웠지만
가까이서 보고 나는 미치도록 울었다..
고무줄에 묶인 발이..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ㅠㅠ
정말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정말 한심스러워 지니를 안고 미안한 마음에 계속 울었다.
아..
그 이후 나의 지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각별해졌었다.
지니의 한 걸음 한걸음을 예의주시했고
이전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밥도 챙겨주었다.
그렇게 지니는 나의 곁에서
새끼도 많이 낳고 알콩달콩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운명의 그날..
우리 지니가 새끼를 낳고 얼마되지 않아서
자주 지니의 보금자리를 살펴봐주던 나는
새끼젖을 주는 지니의 모습에서 다시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ㅠㅠ
'지니야 일어나봐..지니야~'
하염없이 지니의 이름을 불러도 지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옆밭에서 쥐약을 놓아
그것을 잘못먹어서 죽었는것같다고 했다.
새끼들에게 안좋으니 빨리 묻어주라고 하시는 어머니..
나는 지니를 뭍을 수가 없었다.
나의 사랑도 못받고 그렇게 눈도 안뜬 새끼들을 두고
어찌 뭍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흙으로 돌아가야하는 인간의 운명처럼
나는 우리집 뒷밭에 지니를 뭍고
좋은 곳으로 가게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미안하다 지니야
새끼들은 내가 우유도 먹이고 잘기를게..
그렇게 지니는 나의 어린 추억속에
꿈과 함께 자리 잡았다.

그 추억이 이렇게 교지속에 실려 있다..
슬프지만 자랑스러운 일이므로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른 친구들의 글들도 보인다.
동네 친구의 글도 보이는데 지금 생각하니
동시는 선생님의 편집의 기술이 많이 가미된 듯하다.

 


이름이 익숙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름이 낮선 친구들도 있다.
그들은 잘지내고 있겠지?..


그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친구들의 장문의 글들.
부곡하와이가 그당시엔 신혼여행지였을 정도 인기있었다.
참고로 부곡하와이는 우리 고향인 창녕에 있다.

 

내가 표행어린이상을 받았구나.
어릴적부터 어머님께 효도하는 것을 인생 모토로 삼았으니
받을 만도 하겠지.ㅎㅎ


교지는 몇장 되지 않는다.
은혜를 잊은 늙은 쥐 이야기로 교지를 끝을 맺고 있다.

이런 재미로 지금의 출간물들도 버리지 말고 모아두기도 한다.
언젠가는 나의 추억을 더듬기에 좋은 자료들이기 때문에...
이로서 나의 교지속 이야기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