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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장 훔쳐보기-국민편-

별신성 2012. 2. 27. 17:05

나의 초등학교 일기장을 간만에 훑어보았다.
어릴 적 추억을 돌이키는데에는 일기장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 것이다.

방학숙제로 쓴거라 좀 소홀한 면이 있지만
나의 잃어버린 전통문화를 찾아보기에는
이만큼 소중한 데이타베이스가 없다.
그럼 비밀스런 나의 어린시절 일기장을 공개해본다.

피노키오 일기장.
방학숙제로 쓴 티가 나는듯 '검' 도장이 표지에 잘 찍혀있다.
생각해보니 나도 국민학교 출신이였구나.
나름 이쁜것을 고른다고 악기를 든 바나나 캐릭터를 골랐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고적대에서 리코더도 연주했었다.

겨울엔  동네앞 큰도랑에서 항창 스케이트를 탔었다.
날씨가 조금 풀려서 얼음이 약해지면 구멍도 뚤리고 금도 가곤 했는데
그때 그 사이를 자랑스럽게 지나가는게 일종의 담력 테스트였다.
물이 점점 얼음위로 올라오고 얼음이 웨이브를 치는데
그 사이로 얼음을 가르고 썰매를 타는 스릴.
하지만 그러다 한 애가 빠져야 끝이났었기에
그 끝은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얼음 썰매타기에서 빠질수 없는것이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먹기.
시골이기에 집에는 갖가지 구워먹을 곡식들이 있으니
하나씩만 들고 나와도 야외에서 근사한 파티가 벌어진다.
젖은 신발도 말리면서 갖가지 곡식들의 끓는점을 테스트.
노릿 노릿한 군고구마는 날씨가 차가울수록 더 맛나다는 상대성이론.

연말은 자치기를 하고 놀았구나. 자치기를 우리는 잡치기라 불렀다.
잡치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야구같은 놀이이다.
홈베이스에서 땅바닥에 놓이 작은 막대기를 살짝 쳐서 띄운후
큰 방망이 채로 멀리 홈런을 날려보내는 게임이다.
세부적인 룰은 작은 막대기를 홈으로 던져넣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그당시 경기방식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쉽다.
 

집에서 키우던 닭을 실감나게 그려놓았다.
마당이 넗었던 우리 고향집에 닭들과 병아리들이 노닐었던 기억이 난다.
마당옆 감나무 아래 텃밭에 내가 심은 해바라기를 헤집어 놓아서
많이 짜증이 났었나 보다.
그래서 뒷편으로 해바라기와 딸기나무를 심어 키웠다.
그 딸기의 모양새와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썰매를 타던 큰 도랑에는 밤조개(제첩)도 많이 있었다.
도랑에 흐르는 물속에 어렴품이 보이는 조개구멍들
그 구멍을 파면 조개들이 신기하게도 송송 튀어나왔다.
자주 잡아서 된장국에 넣어 먹었다. 그 시원한 국물맛이란..

 

깡통차기 게임..
숨바꼭질과 축구가 결합된 게임이다.
홈베이스의 깡통을 뻥~ 차면 술레는 주워서 다시 가져다 놓아야하고
그사이에 나머지 사람들은 숨고 술래는 찾아서 깡통에 찜을 하면 된다.
단, 그사이에 나머지 사람들이 깡통을 차버리면
게임은 원점으로 리셋된다. 아주 집중력이 요구된다.

 

 

젠도리게임..
두팀으로 나누어 전봇대나 나무같은 곳에 아지트를 정하고
서로의 진영을 공격해서 상대편을 모두 탈락시키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10 이라는 내공이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전봇대편의 전봇대를 찜하면 자신의 내공이 10씩 올라가고
두명이 손을 잡으면 합산내공으로 상대편을 죽일수 있다.
단, 전봇대에 붙어있으면 아무나 다 죽일수 있고
길에 늘어트려서 점수를 먹으러 접근한 사람을 죽일수도 있다.

생각보다는 실전 스타그래프트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새총..
어릴적에는 아기들 천귀저기를 많이 사용했기에
삽바같은 질기고 노란 고무줄이 많았다.
곧은 나무를 두개 V자로 깍아서 붙인후
허리띠에 사용되는 가죽을 잘라서 고무줄에 연결해서 새총을 만들었다.
지천에 널린게 돌이였기에 이렇게 공격적인 무기는 없었다.
문제는 새는 단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일기장 뒤에는 미로찾기 게임도 붙어 있었네..
그나마 심심했던 그시절 이러한 아이템으로도
기나긴 방학이 충분히 즐겁게 마무리가 가능했다.
여러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우선 놀았던 게임위주로 몇개만 올려보았다.
숨은 비화도 많지만 그것은 다음에 또 공개.

다음에는 6학년때의 일기도 올려봐야겠다.
1년동안 어느정도 감정이 성숙했는지 느껴보고 추리해는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의 겨울방학은 알차게 즐겁게 채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