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육신, 우리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하드웨어.
스토아 학파 사람들은 이것을 아주 천시했고, 에피쿠르스 학파는 이것을 아주 찬사했다. 그만큼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다. 몸이 없다면 나의 고상한 생각도 담기거나 표현되지 않기에 몸이라는 연필은 최대한 날렵하게 잉크를 채워둬야 한다. 객체로써 몸은 쓸수록 발전하지만 시간에 지날수록 감가상각되는 숙명론족 존재이다. 몸을 자위의 수단으로 쓸지, 해탈의 수단으로 쓸지, 아직 시간과 체력이 남았으니 좀더 고민해보자.
<멈>
멈(멀다의 명사형), 존재와 존재 사이의 거리.
나의 몸을 떠나 상대를 보는 순간 느끼는 거리감이다. 나의 몸처럼 가깝지 않는 너란 개체. 나는 그 멈을 먼저 불러 멈추게 만든 다음 나는 거리를 좁혀나간다.
멈.춤. 그의 시선이 나에게서 달아나지 않게 구애의 춤을 춰야 한다. 난 너를 원해, 넌 나에게 소중해, 넌 정말 함께 하고픈 사람이야! 간절히 너의 손을 잡는 순간 멈은 어느새 한 몸이 된다.
<뭄>
뭄(물다의 명사형). 생에 대한 집착의 표현.
나는 너에게 다가가 어느순간 물었다. 나를 위해서 처음 어머니의 젖을 물었을때의 기억처럼 그렇게 간절하게 우리는 서로를 물었다. 하지만 그는 준비된 어머니가 아니였다. 그에겐 어머니처럼 젖도 사랑도 없었기에 나의 뭄에 그저 아파하기만 했다. 또 나의 궁핍에 아픔에 구원을 베풀만큼 그는 사려깊지도 한가하지도 않았기에 우리는 서로를 물며 아파하기만 했다. 물지 않으리 물지 않으리 다짐을 했지만 나의 관심과 열정에 그의 화답을 즉각적으로 요청하려다보면 나는 어느새 덥썩-물고기가 낚씨 미끼를 물듯 물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 서로 더 기다려야지. 서로의 사소한 속삭임에도 반응하기를, 살짝 스치는 손길에도 서로 지긋이 바라봐줄때까지...
*결론: 서로 다른 두 <몸>이 <멈>추어 <멈> 거리를 달려오다보니 서로 <뭄>고 아파했지만 몸멈뭄멈몸 끼워 맞추다보니 어느새 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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