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항상 눈화장을 찐하게 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날카로웠다. 그 첫인상을 상쇄시키기 위해 난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소박함을 좋아하고 서정적인 것을 좋아할 줄이야.
우리는 모두 지나가고 나서 후회를 한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보이지 않고 그런 의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나의 감정과 이성이 정제가 되고나면 진실에 가까운 그 실체가 불현듯 나의 뇌리를 때린다.
지금도 나는 눈에 많은 것을 맡기고 의존하고 있다. 내가 오감을 가진 존재임을 망각한 채 내가 보기에 좋은데로 본데로 판단해 버린다. 대부분은 이쁘고 아름다운 것에 눈이 가는 나를 망각한 체 나는 객관적이고 나의 판단은 거의 옳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미의 기준이 바뀌고 깨어진 후에야 나의 그 판단은 오해였음이 드러난다.
이것의 큰 문제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전혀 단정 지을수가 없다는 맹점이다. 신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한 후 외친 감탄사 그 느낌 그대로 '보기에 좋은' 데로 판단하고 쫓아갈 뿐이다. 어쩌면 진, 선, 미가 아니라 미, 선, 진이 나의 정확한 판단 순서이겠지. 그게 꼭꼭 감추어진 것도 아닐텐데 오늘도 보지 못하고 지나친 모든 가치들과 의미들.. 오늘밤도 수많은 별들이 떠 있지만 난 그들 모두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다만 눈에 뛰는 별똥별 하나를 애타게 찾으며 그리워하고 있겠지. 너의 의미도, 존재의 의미도, 나란 굴레에서 재단되고 각색됨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때 네가 내 귀에 속삭였던 그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아~'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곤 그 커다란 의미의 종지부를 금방 찍어내 버린다.
오늘도 감추인 모든 보화들.. 나는 그 보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만일 하나라도 보았다면 난 아마 이 밤 유레카를 외치며 어떤 희열을 노래하고 있겠지. 그리고 후회보다 성실을 감사하며 하루를 마치고 있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런 아드레날린이 전혀 없이 맹맹한 반전만 넘친다. 또 이렇게 후회가 쌓이는 일기장을 보면 또 후회가 되고, 이게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건지 곰곰히 묵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눈을 열어주소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열정과 지략으로 무뎌지는 몸과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게 하소서!
내가 태어난 그 시간에 나에게 부여된 생의 무게만큼은 값진 인생의 발자취를 한걸음 그려가게 하소서!
다시 뛰자~ 내 심장은 아직도 생을 노래하고 있고 내 눈은 별을 바라보고 있고 내 가슴은 아직 꿈을 우려내고 있으니까~ 거창하게 무엇을 할까 무엇을 꿈꿀까 무엇을 남길까 고민하기보다 감추어진 나의 의미를 좀더 바라보고 이해하고 다듬어가고 사랑하며 지내자. 그러면 보다 충만한 나에게 보다 충만한 삶이 펼쳐지게 되지 않을까?? 어느순간 뜬금없이 펼쳐질 버라이어티에도 내가 바로 뛰어들 준비를 하자! 레디고?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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