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

'안녕 헤이즐'을 보고

별신성 2014. 11. 19. 14:21
'안녕 헤이즐'을 보며 간만에 영화를 보며 울었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동행하는 팀장님 옆에서 눈물을 참았지만 눈을 비집고 나오는 눈물의 압력을 막기엔 너무 슬펐다. 눈물을 참으려 이어폰을 빼보았지만 흐느끼는 헤이즐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내가 굳이 울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래서 그냥 울었다. 아마 며칠전 김자옥 선생님이 작고했을 때 너무 좋아하던 엄마같은 분이 암으로 돌아가셔서 너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겹치면서 더많이 서글펐던 듯하다.
죽음이라는 것을 대하는 김자옥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다.
"사람은 어떻게 죽나요? 교통사고로 죽고 심장마비로 죽고 갑자기 죽게되죠. 하지만 암은 달라요. 나에게 죽음을 준비를 할 시간을 줘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누군가와 이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큰 축복이죠."
안녕 헤이즐도 암으로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헤이즐의 죽음을 이상이 아닌 현실로 내가 당하는 죽음의 이야기처럼 잘 느끼게 해준다.
"나는 슈류탄이야. 난 내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터뜨려버릴꺼야. 그래서 난 그런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이 나의 의무야."
완강하게 사랑을 거부하던 헤이즐. 헤이즐은 외로운 고립에서 그녀를 밖으로 끄집어내준 어거스틴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처음부터 그녀를 사랑했던 어거스틴은 한발짝 나아가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기로 다짐하고 "장엄한 고통"의 작가를 찾아 만나는 소원을 이루어준다. 하지만 불행히도 어거스틴이 먼저 온몸에 암이 퍼지게 되고 둘의 사랑은 죽음앞에 점점 힘겨워지고 지쳐간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어거스틴은 헤이즐에게 자신의 추도사를 부탁하고 어느날 예행 연습을 하게된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추고사를 읽는 느낌이 이런거구나..'정말 나의 마음을 뚝 때어 옆에 같이 순장을 하는 느낌이 들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또 다른 장님인 친구는 추도사에서 어가스틴이 없는 삶이라면 미래의 어느날 자신에게 로봇 눈이 생기더라도 그 현실을 보고싶지 않다며 참았던 눈물을 훔친다. 다음 추도사를 낭독하는 헤이즐. 짧은 순간 영원을 가르쳐준 어거스틴에게 고마움을 전하다며 같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결국 어거스틴은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헤이즐은 그 죽음을 예측한 듯이 침대에서 통곡을 하는데... 누군가의 죽음앞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곰곰히 다독겨렸다.
어거스틴의 장래식장을 직접 찾은 '장엄한 고통'의 작가. 그거 전해준 한통의 편지. 그것은 헤이즐을 위해 쓴 어가스틴의 추도사였다.
"상처를 줄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그 사람이 너였다는 것도 너무 행복했어."
헤이즐은 초원에 누워 어거스틴의 편지를 읽고 깊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둘만의 언어였던 "아멘"과도 같았던 말을 하며 마무리한다.
"그래~" 그리고 짓는 그녀의 미소속엔 어거스틴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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