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어린 강태공 -26.1.17.(토)

별신성 2026. 1. 17. 23:40

어린 강태공
-박원주

7살난 딸이 나무를 꺽어달란다.
뭐할려나 봤더니
낚씨를 한단다.

졸졸졸 돌다리 위에 앉아
아무것없는 나무가지를 담근다.
척!
낚시줄도, 바늘도, 먹이도 없다.
개울가는 아직 추워 물고기도 없다.

한참을 들고 있는 딸에게
“물고기 없는데 이제 갈까?”
인내심을 먼저 내려놓은 내가 묻는다.
“잠깐만, 좀더 있다가”
간만에 풀린 날씨에 햇살이 따뜻하다.

찬 막대기를 든 손이 안스러워
“손 시려운데 이제 갈까?”
딸걱정이 앞서는 내가 딸을 보챈다.
“잠깐만, 좀더 있다가”
겨울에도 싱싱한 물풀을 스다듬어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을 건넨다.
“물고기 많이 잡았니?”
딸은 말없이 막대기를 한번 들었다 놓는다.
오리도 비둘기도 신기한지 구경을 온다.
산들거리는 억새도 굿굿이 나무가지를 들고 있다.

긴 나무가 무거울텐데
돌다리가 차가울텐데
평소같으면 가자고 보챘을 딸에게
“이제 다른데 가서 잡아볼까?”
상냥한 목소리로 딸을 낚는다.
“잠깐만, 잠깐만, 좀더 있다가”
딸은 흐르는 물만 바라보며 웃는다.
흐르는 물에 부질없는 걱정들이 떠내려간다.
흐르는 물소리에 해묵은 감정이 녹아 흐른다.

딸이 나무로 물을 따리며 장난을 친다.
갈때가 됐구나 싶어
”이제 갈까?“
”응“
흔쾌이 길었던 강태공 놀이를 끝낸다.
나무가지를 꼭 잡고 돌다리를 건넌다.
곧 쉬가 마려울 모양이다.

* 간만에 풀린 날씨에 감기걸린 부녀가 산책을 나왔다. 어린 딸이 나무가지로 낚시를 하는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