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씨
-박원주-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다.
한평생 태양만 보고 자란 녀석은 무슨 맛일까?
저 딱딱한 껍질은 어찌 까 먹는걸까?
능숙한 조교들의 동작을 곁눈질로 배운다.
한손으로 씨를 주워 앞니사이에 끼우고
이빨로 살짝 물어 조금 쪼개고
한손으로 다시 꺼내 힘껏 눌러 완전히 쪼개고
조개처럼 벌어진 껍질사이 씨앗을
반대편 손가락으로 주워 입속에 넣는다.
오케이.
시작.
처음엔 맛있어서 까먹다
나중엔 까먹어서 까먹다
이젠 왜 먹는지 까먹다
요령이 늘어 급속히 까먹다
멍하게 세월을 까먹다
아참 할일을 까먹다
괜찮아 근심을 까먹다
뭐하지 목적을 까먹다
또각또각 열심히 까먹다
별다른 의미없이 계속 까먹다
한줌 쌓인 껍질에 풋! 웃으며
“다 까먹었다!”
흐뭇~^________^*
* 간만에 회사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먹어봤는데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금방 다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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